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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를 위하여

작품명
날개를 위하여
저자
조재훈(趙載勳)
구분
1970년대
저자
조재훈(趙載勳, 1937~)시인. 1937년 2월 15일 충남 서산 출생으로 공주사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74년 <한국문학> 신인상에 시 <햇살> 등이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시집으로는 1984년 간행한 <겨울의 꿈>, <저문날 빈들의 노래>(1987), <물로 또는 불로>(1991) 등이 있다.
리뷰
(……) 그러고 보니 조선생과 사귄 지도 어느덧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때로는 몇 해 동안 못 만나기도 했고, 어쩌다 만나서는 흠뻑 술에 취하기도 했다. 알다시피 조선생은 문단이란 데에 아주 늦게서야 나왔다. 시인의 칭호를 갖게 된 뒤에도 그는 활발하게 작품을 발표하는 편이 아니었다. 까닭은 물론 그가 문학에 대해 생각하고 시를 쓰는 일에 게을러서가 아니다. 술자리 같은 데서 마주앉으면 번번이 그는 뻔질나게 잡지사 따위에 드나들고 유력한 대가나 선배를 쫓아다니는 것으로 문학활동을 대신하는 이 나라 문단풍토에 대해 통매하기를 마지 않았다. 어쩌면 그는 그 점에서 지나치게 결벽주의를 고집해온 듯도 하다. 그가 뒤늦게 만년의 김현승 선생으로부터 깊은 애정을 받았고 결국 이것이 한 인연이 되어 문단에 나온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렇게 된 사실을 나는 아주 그럴 듯하게 생각한다. 왜냐하면 내성적 진실성의 추구랄까, 맑고 단단하고 순화된 언어세계에의 집착이랄까 하는 면에서 두 분은 체질적으로 통하는 바가 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인 것이다. (……) 어떻든 조재훈 씨에게 있어 요란하고 화려한 것들은 대체로 믿을 수 없는 거짓된 존재로 나타난다. 그가 보기에 이 세상은 그러한 허위와 불의가 지배하고 있으며, 어쩌면 사람이 세속의 일원으로서 몸뚱이를 움직여 살아가는 일 자체가 피할 수 없이 비애와 오욕을 함축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리하여 때때로 이 시인은 사람을 세상 사는 일의 더러움에 빠지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기본적 조건으로서의 육신의 한계를 벗어나고자 꿈꾸어 보기도 한다. (……) 이 시인이 자연 이외의 또 다른 곳에서 안식과 구원의 빛을 본 데가 있었다면 그것은 이해타산에 매개되기를 본질적으로 거부하는 인간관계 즉 이성을 그리는 심정 속에서였던 것 같다. 이 시집의 제3부는 그러한 아련한 사랑의 그림자로 덮여있다. 그런데 그 사랑은 시적 환각 속에서는 “살과 살을 섞고/ 피와 피를 섞는/ 목숨의 몸부림(<바다> 중에서)”으로써 격렬하게 체험되지만, 그러나 그것이 “법과 교과서와 처자”(<중년>)들로 이루어진 구체적 생활현실 안으로까지 연장되어서는 안 된다. 그 사랑은 일체의 현실성 즉 육체성을 부인한 진공적 공간 속에서만 사랑으로서 확인되며, 그 테두리를 벗어나려 할 때 그것은 불가피하게 비극적인 결말에 이른다. (……) 조재훈 씨의 시들은 이처럼 삶에의 쓰라린 환멸, 세속의 나날이 부과하는 고단함,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시도의 허망함 등에 의해 전체적으로는 어떤 고통의 가락을 띠고 있지만, 그러나 고통은 단지 개인적 범주에서만 인식되지는 않는다. (……) <눈 쌓이는 날> 등의 시에 바탕으로 깔린 기본감정은 아마 자기연민을 포함한 가족과 이웃에의 연민일 것이다. <어느 해 겨울>, <갈꽃을 보며>, <별이 되어, 파랑새 되어>, <서울 쓰레기> 같은 작품들에서는 그러한 연민이 좀더 확실한 사회적 차원을 획득하고 있으며, 특히 발라드로서의 완벽한 형식 속세 소설 한 권쯤의 사연을 압축해 담은 <갈꽃을 보며>는 탁월한 감동을 창조해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이 성공은 서사성과 음악성의 효과적인 결합이라는 면에서도 설명할 수 있을 것이고 감상과 울분에 젖어 격정적으로 토로하기 십상인 소재를 냉정하게 객관화한 일종의 리얼리즘 정신이라는 면에서도 설명할 수 있겠지만, 어떻든 나는 이 <갈꽃을 보며> 같은 작품의 세계가 앞으로 조재훈 씨의 문학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추구되어야 하리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조재훈 씨의 시에서 우리는 <진달래>, <누런 보리밭>, <아리랑> 같은 작품들이 표현하는 민중적 한과 분노, 그리고 이와 결부되는 <새벽>, <새벽길>, <길을 내며> 같은 작품들이 보여주는 행동적 의지와 결단을 읽는다. 두말할 것 없이 이것은 그 자체로서 매우 중요하며 조재훈 문학에 있어서도 불가결한 한 부분으로서 자연스럽게 자리잡는다. (중략) 그러면서도 분명히 드러나는 사실은 이 시들이 <잠>이나 <모래 위에 쓴 시> 같은 작품들의 사적·체험적 세계와 극히 대조적인 지향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그러나 곰곰이 따져본다면 원한 같은 감정들도 체념적·도피적 태도와 마찬가지로 삶의 악마성, 현실의 포악함에 대한 동일한 인식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생각컨대 조재훈 씨의 이런 민중적 한과 행동적 의지에 대한 관심들은 생활적 구체성 속에 좀더 튼튼히 뿌리를 내릴 때 <갈꽃을 보며> 같은 작품에 성취된 원숙한 문학에 이를 것이다. ‘개인의 진실과 시적 성취’, 염무웅, <겨울의 꿈>, 창작과비평사, 1984
작가의 말
내 딴에는 용기를 내어 여기저기 낙서쪽처럼 흩어진 시편들을 모았다. 버린 것도 많았지만 남아 있는 것도 적지 않았다. 어쩐지 병신 자식놈을 보는 그런 느낌이다. 몽땅 불태워 버리고 싶은 충동을 억누를 수 없다. 문학이 모든 걸 구제할 수 있다고 믿은 적이 있다. 어떠한 억압과 고통 속에서도 숨쉴 수 있는 출구는 오직 시라고 생각한 때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숱한 허망의 더미 밑에서 겨우 압사를 면하고 있다. 시를 쓴다는 일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가, 진정한 삶을 얼마나 은폐하는 일인가, 그런 자책으로부터 헤어날 길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나의 이 시 비슷한 시가 그늘에서 시달려온 이웃들에게 한 사발의 막걸리가 되어주고, 또 유명을 거부하는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름없는 풀꽃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허영이 나에게는 아직 남아있다. 알몸을 여러 사람 앞에 내보이는 듯한 이 부끄러움을 감수하면서까지 이 처녀시집을 엮어 내놓는 것은, 내 염치없이 져온 빚의 일부분을 갚기 위해서다. 이 보잘것없는 것을 엮어내도록 주변머리 없는 나를 채찍질해준 둘레의 다사로운 인연들에게 고마움을 다시금 느낀다. ‘후기’, 조재훈, <겨울의 꿈>, 창작과비평사, 1984
관련도서
<한국현대문인대사전>, 권영민 편, 아세아문화사, 1991 <겨울의 꿈>, 조재훈, 창작과비평사,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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