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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천

작품명
귀천
저자
천상병(千祥炳)
구분
1970년대
저자
천상병(千祥炳, 1930~1993) 1930년 1월 29일 경남 창원 출생. 마산중학을 거쳐 서울대 상대를 중퇴했다. 1949년 시 <공상> 등이 <죽순>에 추천되기도 했으며, 1952년 <문예>를 통하여 시 <강물>, <갈매기> 등이 추천됨으로써 문단에 정식 등단하였다. 이후 <덕수궁의 오후>(1956), <어둔 밤에>(1957), <새>(1959), <장마>(1961), <간 봄>(1966) 등의 시를 발표했다. 시집으로 <새>(1971)가 있고, 시선집으로 <주막에서>(1979), <저승 가는 데도 여비가 든다면>(1987) 등이 있다. 한편 <사실의 한계>(1953), <한국의 대가>(1955), <비평의 방법>(1957), <독자성과 개성에 대하여>(1959), <4·19 전의 문학적 속죄>(1960), <젊은 동양 시인의 운명>(1970) 등의 평론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은 간결하고 압축된 표현을 통해, 우주의 근원과 피안으로서의 죽음, 비참한 인생의 현실 등을 담았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귀천>)에 보이는 바와 같이, 전체적으로 그의 시는 장식적 수사나 지적인 조작을 배제하고 현실을 초탈한 삶의 자세를 매우 간명하고 담백하게 표현하였다. 세속적 가치와 인위적 기교를 뛰어넘은 소박하고 천진한 시의식을 담음으로써 매우 개성적인 시세계를 보여준 시인이다.
리뷰
(……) 천상병의 작품은 전기적인 행보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이야기된다. 특히 일생 동안 직업을 갖지 않고 가난하게 살면서 술을 좋아했던 행적은 그의 시에서 무소유, 가난의 철학을 읽어내는 바탕이 된다. 특히 그의 시가 아무런 기교 없이 자신의 심증을 있는 대로 토해내고 있음을 볼 때, 이러한 연관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여린 서정, 쓸쓸한 죽음의 색채, 천진난만한, 그러면서도 따뜻하고 행복한 시들이 보여주는 복합적인 요소는 천상병의 시를 관류하는 보다 근원적인 정신을 가늠해 보게 한다. (……) <귀천>은 천상병의 여느 시처럼 단순하고, 평이한 진술로 이루어져 있다. <귀천>은 영원 속에 내던져진 유한한 인간 존재에 대해 진지하게 번뇌한 자만이 다다를 수 있는 아름다운 정점을 보여준다. 이 시는 본문과 함께 숨어 있는 전제가 함께 읽힌다. 하늘로 돌아간다는 제목 자체가 하늘로부터 왔다는 전제를 내포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것은 <귀천>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로서 인간과 하늘을 분리해서 또는 적대적으로 파악하지 않고, 인간을 우주에 속한 존재로(즉 이 하늘과 저 하늘을 조화롭게) 파악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는 반복적인 진술은 죽음에 대한 능동적이고 낙천적인 반응이다. 이 낙천성은 죽음을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이라고 한 데서 극점을 이루는데, 일상의 잣대로 보았을 때 가난하고 기행적이던 삶은 영원과 죽음의 큰 테두리 안에서는 그냥 소풍이라는 가볍고 작은 시어에 쉽사리 포괄되어 버린다. 이 능동성이 치기나 패배의 소치가 아님은 새벽빛, 노을빛이라는 시간의 설정에서도 알 수 있다. 세계의 변화를 주시하고, 그 변화의 힘을 아름답게 여기는 시인은 이 우주의 비범한 순환원리에 인간의 삶을 자연스럽게 투사하는 것이며 여기에서 이슬이나 구름도 마찬가지의 순환의 사이클 위에 놓여 있는 것이다. 우주의 호흡과 인간의 삶을 함께 보았을 때, 비로소 유한한 삶이란 아름다운 소풍이 될 수 있으며, 그 소풍은 그가 살았던 대로 무심하고, 자유롭고, 가벼운 소요였던 것이다. (……) 이 하늘과 저 하늘 사이에 순수균형을 그토록 안타깝게 잡으려 한 시인이 점점 그 긴장감을 잃어갔다느니, 그래서 시가 지나치게 긍정적이 되고, 평이한 일상의 넋두리로 풀어졌다느니 하는 구구함이 시라는 테두리에조차 무심하기 그지없었던 한 자유인에게 굳이 필요한 말인가 주저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튼 시인의 길- 영혼을 벼리는 정진과, 버리고 또 버려 천진한 어린아이로 남은- 이 두 길이 궁극에서는 다시 만나고 있으니, 천상병 시인의 말대로 “생각느니 아, 인생은 얼마나 깊은 것인가.” - ‘틀 지우는 모든 것들에 대한 무심의 낙천성’, 김현자, <한국대표시인선 50>, 중앙일보사, 1995
작가의 말
(……) 나는 시를 문학의 왕이라고 생각한다. 문학이라고 하면 장르도 많다. 소설도 있고 수필도 있고 아동문학도 있고 희곡도 있고 가지가지다. 그런데 시는 그 중에서도 으뜸이라는 것이다. 시는 가장 진실하다는 것이다. 거짓말하는 시는 시가 아니다. 시는 가장 진실한 진실이다. 우리는 진실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 (……) 나는 시를 인생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한 가지 일에 충실해야 한다. 그래서 우수한 작품이 만들어질 수가 있는 것이다. 나는 아이가 없어서 그런지 더욱 고독하다. 이 고독을 극복하자면 자연히 든든해야 한다. 그러자면 자연히 굳세어야 한다. 그래서 언제나 굳센 마음으로 이 인생을 솔직하게 대하고, 굳세어야 하는 것이다. 굳세자니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 것이다. 책을 많이 읽는 것뿐만 아니라 생각도 많이 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해야 한다. 그래서 시와 가깝게 지내고 있다. 가깝게 지내자니 자연히 시와 관계가 많아진다. 그래서 시인이 된지도 모른다. 시인인 내가 조심해야 할 것은, 아무것도 아닌 가치 없는 일에 사로잡힐까 그것이 걱정이다. 되도록 인생에 큰 무게를 주는 사실에 치중하여 그것을 시에 반영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고독하기 때문에 언제나 음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하나님이 계시기 때문이다. 나는 하나님을 믿는다. 하나님은 나의 절대한 존재이다. 나는 고독할 때면 언제나 하나님을 생각하고 고독해지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니 어떻게 생각하면 언제나 고독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 나는 언제나 시를 나의 생활 주변에서 찾는 것이 버릇이다. 생활 주변은 항상 시에 가득 차 있는 것이다. 여러 번 똑똑한 눈으로 생활 주변을 보면 시가 구르고 있는 것이다. 생활은 넓다. 가만히 혼자 있어도 시는 있는 것이다. 눈을 뜨고 있는 한 시는 언제나 구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잡기만 하면 시는 태어난다. 나는 생활을 사랑한다. 하잘것없는 일상에서도 무엇을 느끼게 하는 것은 많은 것이다. 이런 일상의 습성에서 나는 용케도 시를 잡는 것이다. 일상생활의 하잘것없는 물건이나 사건에서조차 시를 찾는 나는 풍부한 시적 소재를 잡는 것이다. 모든 것에서 나는 많은 테마를 얻는 것이다. (……) 생활은 복잡하지만 그래도 정신을 가다듬고 정리하면 아주 단순한 것이다. 생활을 단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겠지만 나는 그 중의 한 사람이다. 시의 소재는 의미 있는 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일에서 나는 깊은 의미를 찾는 버릇이 있는 것이다. 하여튼 나는 나의 생활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서 멋을 찾고 그리고 그것을 형상화한다. 그래서 하찮은 일이 나의 시가 되는 것이다. 아무쪼록 나는 맑은 눈으로 생활을 직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하찮은 것들에서 나는 시를 찾고 있다. 그래서 생활은 나의 시인 것이다. (……) 어쨌든 나는 나의 믿음과 생활이 나의 시의 근본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곧 나의 시작 태도이며 근본인 것이다. (……) 나는 이번 이 시집이 세 권째 시집이다. 나이 55세에 시집이 세 권뿐이라니 좀 적은 편이지만, 그래도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가난하고 불쌍한 시인이지만 나는 후회 없이 열심히 살고 있다. 사랑이야말로 인생의 행복인 것이다. 나는 가난하고 슬퍼도 행복한 것이다. 그 나의 행복의 결과가 이 시집으로 태어난 것이다. 행복이란 딴 것이 아니다. 언제나 가슴 뿌듯하게 사는 것이 행복인 것이다. 사소한 일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고 그리고 기쁨을 느낀다면 그건 행복이다. 내가 그런 것이다. 여러분이 시집을 읽고 조금이라도 마음을 홀가분하게 해주신다면 필자에겐 더한 기쁨이 없겠다. 아무쪼록 시간나는 대로 읽으셔서 기쁨을 억지로라도 찾아 주십시오, 하는 게 필자의 바람이자 소망이다. ‘나의 시작의 뜻’, 천상병, <천상병은 천상 시인이다>, 오상, 1984
관련도서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학교출판부, 2004 <국어국문학자료사전>, 한국사전연구사, 1995 <흉포와 와전의 상상력>, 이민호, 보고사, 2005 <시인을 찾아서>, 신경림, 우리교육, 2002 <생명·사랑·자유의 시학>, 김재홍, 동학사, 1999 <천상병 전집>, 천상병, 평민사, 1996 <한국대표시인선 50>, 중앙일보사,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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