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큐멘터리 1부 - 당신과 당신의 어린 집
당신, 당신의 집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시나요?
우리의 집은 어떻게 살아왔을까?
코로나로 인해 이동이 제한된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나와 가까워진 장소 집. 그런데, 이렇게 하루 온종일 함께하는 나의 집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 집은 언제부터 이 곳에 세워져 있었는지, 왜 나의 동네는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었는지. 집과 우리, 제대로 가까워져 보기 위해 집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인천 각 구가 번성하며 주거촌이 지어져 온 역사를 반추하며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 속 작은 역사들을 돌아보고, 내가 사는 도시와 한 층 가까워져 보기.
-------사용음원--------
1. Kevin Macleod -Bright Wish
2. FreeSound Music.EU - Rag the Times
3. Kevin Macleod - Call to Adventure
4. FreeSound Music.EU -Hello Molly
5. Kevin Macleod -Porch Swing Days
-----대본-----
#나레이션.
나는, 집.
이 넓은 가슴에 몇 명의 할머니와 몇 마리의 강아지 고양이, 몇 명의 젊은 애들을 품고 있다.
나는 늘 사람을 품을 준비가 되어있어. 하지만 오늘도 한 두 명씩, 누군가는 저렇게 어딘가로 나서야만 하지. 누군가를 위해.
그치만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거의 내 안에만 있기도 해. 저마다 집에서 열심히, 각자의 할 일을 하고 있지. 기특한 사람들.
흠, 흠. 기특하다니 이상하다고? 이해해주길 바란다. 나는 83년생, 세상을 좀 알게 된 나이 38살이니 말이다.
뭐, 이 동네에서는 중간 정도 나이긴 하다. 저 쪽에는 어르신들이 사시고, 최근에는 저 옆에 키가 이만큼 큰 어린 아파트들이 들어왔으니 말이다.
집이 자기 얘기를 하니 이상한가? 후후, 하지만 요즘 동네가 조용하니, 나라도 내 얘기를 들려주고 싶다.
이 크나큰 인천에서 살아온 집들의 삶에 대해서.
라떼는 말이야...
#BGM.
60년대 식의 경쾌하고 웅장한 음악
#나레이션.
한 때, 인천은 항구도시로 모든 것이 설명되는 변두리 동네였다. 사람도 아주 적었지.
지금도 그렇게 아는 사람들이 있다시피, 예전에는 경기도에 있기도 했고 말이야.
그런 인천에는 누가 살았을까?
해방 이후 귀국 동포들이 들어오고, 70년대, 산업이 무섭도록 발달하던 시대에 일자리를 찾아온 남부권 농촌 인구들과, 황해도민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바로 이 바야흐로 산업 노동의 시대에,
요새 다시 유명해진 동인천, 제물포와 소래 등 항만을 중심으로 소상공업을 하던 상인들은,
중앙부의 부평, 주안 공업단지로 이동하기 시작했지, 최초의 국가산업단지가 인천에 생긴 시절이었어.
사람들이 모이면 집이 필요한 법.
사람이 와글와글하니, 동네도 점차 여러 이름을 가진 동으로써 세분화되고,
각자의 집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물론 지금도 그렇듯, 모두가 하나의 집을 가질 수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80년대에는, 경공업이 지고 중공업이 부상하며 많이들 들어봤을 이름, 남동공단이 형성됐어.
인천은 정말 일이 넘치는 도시였지.
이렇게 공단이 형성되며 사람이 많아지자, 지금의 연수구가 된 지역, 주변 농촌과 갯벌지대에 조금씩 주거환경이 생기기 시작해.
87년,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고 있을 경인고속도로가 형성돼. 본격적인 서울과의 통로가 열리고, 사람들이 이동하며 일을 하게되자 인천은 본격적으로 서울의 위성도시가 됐지.
서울과 부천으로 연결되는, 인천 서구의 주거단지가 이렇게 생겨났어!
90년대, 전철역과 가까운 동인천, 부평 등이 오락의 중심지가 되고, 거기서 조금 안쪽 동네 연수, 간석, 만수동 등지로 주거기능이 확산되었지. 그리고 그렇게 모여모여, 인천의 중심부, 언덕 지형이라 거북이처럼 휜 등 위에 반달 같다는 구월동에 행정 기능이 들어서 번화가가 되었어.
백화점 세 개가 한 번에 붙어있고 주변에는 월드컵 경기장이 있다는 그 번화가가 바로 이 곳에 생겼지.
이 시기, 90년대 신도시가 된 연수동에 학교가 많아지고, 이주민들도 정착했어.
이 연수동 안쪽 간척지 송도가 2000년도 들어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국제업무지구와 댜앙한 시설이 들어서고, 인천에도 명실상부한 신도시가 생겼지.
이렇게 우리들이 태어난거야.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함께 한 꼬부랑 늙은 집,
새롭게 사람을 품고 살아갈 어린 집.
집.
네가 너일 수 있는 곳
차를 타고 가는 길이면 여김없이 그리워지지만.
그러면서도, 때로 너를 더없이 답답하게도 하는 곳.
살고 싶은 곳.
태어난 도시를 기억하니?
지금 사는 도시는 어떻니?
너는 잘 지내?
사람들이 돌아온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도시를, 이 집을 거쳐간다.
어쩌다 우리는 이 긴 인생에 이 곳에서 살며 만나게 되었을까?
우리는 저마다의 이유로 오랜 시절 전부터 여기에 모였다.
우리가 만난지는 오래 됐을 수도, 아닐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생각보다 오래된 인연인지도 몰라.
오늘, 내 얘기가 재미있었는지 모르겠어!
그래도, 오랜만에 내가 조금 새롭게 느껴지지 않았니?
오늘 하루 정말 수고했어.
그럼, 잘 자. 내일 또 보자.
조유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