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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물·빛

출연 / 스태프
출연 최성관, 양서화, 최종원, 최재영, 이일림, 박일규, 김명환, 길용우, 이일섭, 이명훈, 이재희, 최은화, 이혜경, 한성옥, 김영순, 박순천 스태프 작/마이클 커비 연출/김우옥 무대감독/김기주 무대/양정현 소품/이병훈 조명/송혜숙,이상봉 의상/오현주 슬라이드/김진석,추교진 비행기제작/김기호,김규원 기록/김현숙 기획/박원근 효과/박은희,이재경
내용
<내·물·빛>은 미국의 전위연극인 마이클 커비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른 번역극과 다르다. 첫째, 이 작품은 한국의 드라마센터 무대를 위해 쓰여진 작품이다. 커비는 이 작품을 집필할 때 정확한 규격의 드라마센터 무대의 모형을 작성하고 그 무대에 가장 알맞은 연극을 쓰기에 고심했다. 둘째, 이 연극은 커비의 독자적인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고,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은 사람과의 끊임없는 대화에서 출발, 진행된 것이다. 그러한 접촉은 이 작품을 생소한 외국의 작품으로 몰고 가지 않고 매우 한국적인 상황으로 물고 가게 하였다. 셋째, 이 연극은 세계 초연의 기록을 세운다는 것이다. 외국작품의 경우 여러 해 해외에서 공연된 작품의 번역 공연을 하는 것이 상례였으나 이 작품의 공연으로 한국연극이 세계로 발돋움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내·물·빛>의 공연이 갖는 중요성은 위의 세 가지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이 작품의 성격이다. 소위 신극이라고 불리던 서구연극이 한국에 수입된 것이 1911년이라고 한다면 80돌이 되어가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이 땅에는 여러 차례 실험극이 시도되었지만 대부분이 의상, 조명, 배우의 동작, 언어 등 연극의 외곽에서 그쳤으며 심지어는 1950년, 60년대의 전위극을 번역 상연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연극의 절대요소로 간주되어온 ‘이야기’를 제거해보려는 시도를 하였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실험극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연극은 종래 전통적인 연극이 필수적으로 갖고 있던 이야기가 전혀 없다. 이제 우리도 고식적이고 상투적인 극의 이야기에 식상할대로 식상한 것같다. 그런 쪽 작업 말고 그것을 제거한 작업이 갖는 의미가 당연히 클 것이다. 이 극에서는 그러한 이야기 대신 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다른 요소들을 대거 사용하고 있다. 우선 무대의 개조이다. 정적인 무대에 세 개의 이동식 무대를 설정하여 열 여섯 번의 장면이 바뀔 때마다 이들을 이동시켜 새로운 장치를 등장시킴으로써 항상 움직이며 변화를 가져오는 무대를 만들었다. 이 세 개의 이동식 무대(웨곤)에 실려 나오는 것들은 매우 다양하여 평범한 아파트에서 시체실, 버스정류장, 바다의 보트, 야외의 모터사이클, 사격장, 교외의 자동차, 백화점 등이며 마지막 장면에서는 비행기가 등장한다. 보트, 모터사이클, 자동차 등 실물을 직접 무대에 등장시켜 극 속에 융화된 생활품들을 통하여 극적 효과를 고조시키고 있다. 이러한 생활품목은 자동차와 같은 대형뿐 아니라 갖가지 소형품목들 - 전지, 전화, 화장품, 곤로, 가습기 등- 이 200 가지에 이르고 있다. 이 다량의 소품들은 대조, 대응의 방법을 통하여 여러 다른 이미지를 무대 위에 형성한다. 이러한 소품들이 무대 위에서 활용될 때 갖가지 음향을 동반하게 된다. 이런 잡다한 음향의 배열은 우리의 실생활에서 무심히 들어넘기는 소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소품, 음향 이외에 슬라이드 영상은 이 연극의 매우 중요한 한 요소가 되어 있다. (중략) 이 연극은 내, 물, 빛 세 개의 구조 이외에 반복되는 언어와 동작, 장면과 장면을 연결해주는 여러 유사 음향들이 이 작품의 골격을 이루는 구조로써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인 나열은 장면 자체의 배열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16개의 씬은 기수, 우수로 분리되어 있으며, 기수의 8개 씬은 수색을 주제로 하고 있고 우수의 8개 씬은 도피를 주제로 하고 있다. 이 대조되는 주제는 엇갈려 나오는 장면을 통해 명료한 대층을 이루면서 전개된다. 기수의 수색자와 우수의 도망자는 논리로서는 해결될 수 없는 여러 과정을 많은 여운을 남기며 지나간다. 그러나 그 둘은 결코 만남이 없이 평행선을 이루며 서로의 목적을 향해 움직인다. 두 사람의 신분이나 관계나 배경 등은 이 작품에서 전연 관심 밖의 일이며 그들에 대한 어떤 감정은 설 곳이 없다. 다만 중요한 것은 상황 상황이 만들어 놓는 우리 생활의 구조의 배열이다. (참조 : 김우옥, '연출의 말', 공연 프로그램)
김우옥
연세대학교 및 동대학원 영어영문학 학사 석사를 마치고 미국 워싱턴대학교 연극과 석사 졸업 및 미국 뉴욕대학(N.Y.U) 연극과 박사과정을 졸업하였다. 서울예술전문대학 연극과 교수와 동랑레퍼토리 극단에서 활동을 했으며, 현재 한국대학연극학과 교수협의회 회장과 한국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자전거>로 제7회 대한민국연극제 연출상, 제20회 한국연극·영화·텔레비전예술상 연극연출상 등을 수상한바 있다. 대표작품 <내.물.빛>, <춤>, <겹괴기담>, <방황하는 별들>, <아리랑>, <불타는 별들>
평론
동랑레퍼터리 극단이 공연하고 있는 마이클 커비 작, 김우옥 연출의 <내·물·빛>은 몇가지 중요한 이유로 한국 연극계의 하나의 사건이라고 할만하다. 이 공연은 번역극으로서는 세계의 초연이며 특히 우리에게는 전혀 새로운 구조주의 연극의 최초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구조주의는 흔히 철학·인류학·언어학에서 발전시킨 새로운 이론체계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연극에서의 구조주의는 구조 자체에 최대의 관심을 갖는 점에서는 공통되지만 구조에 대한 견해는 전혀 달리 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즉 연극의 구조주의는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이루어지는 모든 연극공연의 일반적·객관적 구조의 원리와 ‘패턴’을 분석하고 그것에 따라서 연극을 만들어가는 일에 전적인 관심을 쏟는다는 것이다. <내·물·빛>이 보통 연극과 전혀 다른 점은 스토리가 제거되어 있고 따라서 플롯과 성격창조가 전혀 없는 점이다. 오직 드라마의 기본적인 틀과 役만이 뚜렷하게 나타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연극에서 문학적인 요소를 제거시키고 드라마의 순수한 형식적 구조만을 부각시킨다. 이 극은 우선 형식적 패턴으로서 수색과 도피라는 2개의 테마가 각각 8장면씩 교대로 진행된다. 이 2개의 테마는 한번도 동일한 장면에서 부딪히는 일이 없이 고립되어 진행되며 액션의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각 장면은 하나의 진처럼 정적인 이미지를 던지며 거기에는 주관적인 감정이나 해석이나 의미가 동반되지 않는다. 또한 사건의 배경이나 인물들의 관계가 설명되지 않는다. 또 사실적인 연극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극도로 억제되어 있다. 그러나 관객은 이처럼 구조만의 노출로 생긴 ‘갭’을 메우기 위해 지적 상상력을 최대한으로 동원하지 않을 수 없으며 여기에 바로 이 연극이 지닌 매력의 하나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형식적 구조는 2백여 개의 대소도구와 260장의 슬라이드다. 그것들은 모두 현대인의 생활에 깊이 개입된 것들로서 전자오락기·자동판매기·오토바이·자동차, 심지어 비행기까지 정밀한 기계조작에 의해서 무대에 동원되고 있는 것은 차라리 신기하기까지 하다. (<중앙일보>, 한상철, 1980년 10월 8일, '한국 첫 구조주의 연극') 연극의 절대요소로 간주되어온 이야기(줄거리)를 과감히 제거해버린 이 실험극은 드라마센터 무대에서 16번의 장면이 전환될 때마다 2백 가지가 넘는 소도구들과 2백 60장의 슬라이드가 극의 핵심을 주도한다. 소위 물량주의에 오염된 의식의 황폐함을 냄새, 물, 빛의 세 가지 공통분모로 접속시킨 주제의식은 도피와 수색을 상징적으로 암시하면서 하나의 심리적인 분열현상을 추적하고 있다. 나에게는 묘한 관극 체험이었고 레비 스트로스가 쓴 구조주의 문학에서 이해되었던 만남보다 연극 속의 현실이, 그 현실이 허구라하더라도 나에게는 반듯한 긴장과 감정의 고갈을 해소시켜준 연극적 사건이었다. (<부산일보>, 김영태, 1980년 10월26일, 정신의 꽃으로 피어나는 문화')
관련도서
<마이클 커비 아카이브 총목록>,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예술연구소, 1999
연계정보
-겹괴기담
-한강은 흐른다
-방황하는 별들
-혁명의 춤
-동랑레퍼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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