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푸터 바로가기
> 문화지식 예술지식백과

예술지식백과

문화 관련 예술지식백과를 공유합니다

황토에 내리는 비

작품명
황토에 내리는 비
저자
이가림(李嘉林)
구분
1970년대
저자
이가림(李嘉林, 1943~) 본명은 계진(癸陳). 1943년 11월 9일 전북 정읍 출생. 성균관대 불문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루앙대학에서 문학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196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빙하기>가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하였다. <신춘시> 동인으로 활동했다. 시 <겨울 판화집>(1966), <프루스트의 편지>(1966), <다색(茶色)의 눈동자>(1969), <다섯시에서 일곱시 사이>(1970), <야경꾼>(1970), <오랑캐꽃>(1973), <풀>(1979), <팽이>(1985) 등이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 작품들은 대부분 언어의 정묘한 사용과 언어의 시적 활용에 의한 이미지의 생성 과정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 결과물들이다. 그는 상상력의 물질성에 대한 탐색 도정에서 프랑스의 사상가 바슐라르(G. Bachelard)에 대해 관심을 기울인다. 조화로운 삶에 대한 그리움을 그리면서도 이미지의 강렬한 대비를 통해 언어의 가능성을 넓게 열어두는 것은 이 시인의 특이한 시법에 해당한다. 시집으로는 <빙하기>(1973),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1981), <슬픈 반도>(1989)가 있다. 바슐라르의 저서 <촛불의 미학>, <물과 꿈> 등을 번역하기도 했다. 1993년 제5회 정지용문학상을 수상했다.
리뷰
(……) 이가림의 시는 비록 느린 속도로나마 마치 사람들이 주의하지 않는 사이에 나무가 그 뿌리를 더욱 땅속 깊이 뻗어내리고 가지를 치면서 잎사귀를 하나하나씩 내보이듯이 쉬지 않고 성장을 계속하여 왔고, 그러한 성장의 한 단계로서 최근 수년 사이의 노력 전체가 하나의 의미있는 시적 공간을 이루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나아가서는 이러한 성장의 궤적과 그 성과는 지난 십여 년 간의 현대 한국시의 일반적인 전개과정에 관련해서도 한번 이야기될 만한 일면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된다. (……) 60년대 초 어느 해의 신춘문예 당선작품이라고 짐작되는 시 <빙하기>로서 대변될 수 있는 이가림의 최초의 노력은, 지금 되돌아보면 그 무렵의 유행적인 폐습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것이었다. 거기에는 생활의 객관적인 인식이 배제되어 있고 시를 쓰는 사람의 막연한 정서적 체험이 모호한 관념적인 언어를 통하여 나타나 있을 뿐이다. 시인으로서 이가림과 같은 사람이 속했던 세대를 생각해보면 이것은 아마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이가림이 시를 공부하고 시를 쓰기 시작하던 무렵은 시라는 것이 생활의 건강한 활동의 일부가 아니라 가능한 한 객관적인 삶의 인식이 배제된 개인의 추상화된 심미주의적 취미의 표현수단이라는 관념이 지배하고 있었다. 50년대와 60년대 초에 걸쳐서 이러한 관념은 어떠한 근본적인 도전을 받지 않고 계속되었다. 많은 젊은 시인들은 고작해야 여기에 보다 세련된 기교와 기발한 착상을 보태는 것으로써 새로운 시인이고자 하였다. 따져보면 이가림 역시 이러한 시인 중의 한 사람이었다. 생각해보면 이 무렵의 그리고 적지않은 경우에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시에 대한 이러한 편견은 매우 기이한 일이다. 이것은 물론 문학 내부에서 해명될 수 있는 경험인 것만은 아니지만, 이런 종류의 편견이 주요한 문학관습으로 굳어지면 그것에서 벗어난다는 일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두루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생활에 대한 건강한 인식을 회복하고 나아가서 개인적으로뿐만 아니라 민족적 생존의 문제를 모색하고 해결하는 역사적 실천의 노력으로서 문학에 대한 새롭고 올바른 이해는 60년대 중반에 서서히 시도되고 70년대에 접어들어 본격화된 여러 뛰어난 시인, 작가들의 활동과 끈질긴 비평적 작업을 통하여 가능해지게 되었다. 이가림은 비록 그 자신이 이러한 문학의 자기갱신 또는 자기회복의 움직임에 선도적인 위치에 서 있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이 뜻하는 바를 자기 속에서 소화함으로써 그 자신의 시적 노력을 보다 견실하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현대 한국시의 창조적 발전에 기여하는 시인의 한 사람이 되었다. 이가림의 시초의 노력이 매우 위태로운 작업이었음을 생각할 때 또 그러한 경향으로부터 탈피한다는 일이 실제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할 때, 그의 이와 같은 성장은 주목에 값할 만한 것이다. (……) 이가림 자신 “한 사람의 지평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지평을 여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하였다. 이러한 일은 단순히 지금까지 익숙해 있던 시야와 관심을 양적으로 확대하는 것으로써는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이가림의 시선이 근년에 이르러 보다 넓어지고 구체적으로 된 것은 분명히 값진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보다 더 실속 있고 창조적인 성과에 이르기 위해서는 비애와 연민이라는 그 자신의 주관적인 감정적 체험을 뛰어넘을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질적 변화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런 일에 있어서의 이가림의 성공을 바라고 있는 그의 독자 중의 한 사람은, 이번 시집의 맨 마지막에 실려 있는 작품 <황토길 가면>이 보여주는 극히 맑고 순정한 아름다운 노래의 세계가 그러한 성공의 가능성을 부분적으로나마 예시해주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본다. ‘이가림의 시에 대하여’, 김종철,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창작과비평사, 1981
작가의 말
한 그루의 플라타너스가 땅에 뿌리를 내리고 서서 무한한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뻗어 올라가는 것을 보면 참다운 한 편의 시의 모습도 저와 같은 것이거니 하고 생각하게 된다. 폭넓은 경험의 바탕에 뿌리를 내린 채 하강하면서 동시에 드높은 초월을 향해 상승하는 이미지의 실체- 이것이야말로 이상적인 시의 전형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허공에 떠 있는 언어의 쓸모 없는 나열이나 장난은 진정한 가치에 이르려는 길을 방해할 뿐 아니라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마련이다. 오늘날 목격하게 되는 문명사회의 급격한 발달로 인한 소비지향적 인쇄문화의 범람은 어떤 진실에의 접근을 중간에서 차단해버리고 혼란에 빠뜨리게 할 위험성이 충분히 있는 것이다. 아무런 의미의 충전도 일으킬 수 없는 잡동사니 같은 말들을 늘어놓음으로써 혼동만을 야기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의 당뇨병적 병폐는 악순환의 굴레를 만들어 인간의 순진성을 파괴하고 상상력을 마비시켜 포에지의 감각을 잃어버리게 만든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오늘날에의 문화현상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이 같은 징후는 정신의 중심부를 이끌어 왔다는 시의 영역에서도 뚜렷이 드러나고 있다. 사물의 내부를 진정하게 그리고 전체적으로 바라보려는 도덕적 열정을 유지하지 못한 채 껍데기만을 스쳐 지나가는 일차원적 구도, 창조라는 행위에 값할만한 일푼의 가치도 없는 거짓의 진술이 도처에 산견될 뿐이다. 당분간 이와 같은 흐름은 관성적으로 더욱 확산될 조짐마저 보인다고 말할 수 있다. 어쩌면 현대예술의 위기는 엘뤼아르가 말한 것처럼 예술가가 비인간적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단절될 때 산출되는 것이 아니고 예술가가 타락한 사회 현실에 동화될 때 도래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일그러진 시대에 있어서 시를 쓰고 또 시집을 낸다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근원적 질문을 나 자신에게 던져보며, 소위 시 비슷한 것을 주물러온 사람의 하나로서 부끄러움과 막막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생각들, 닳아빠지고 병든 말들밖에 가진 것이 없는 이 가난함, 쓰레기 같은 말들 속에서 넝마주이가 된 자신을 볼 때 눈물겨운 허망함을 어떻게 견뎌낼 도리가 없다. 그러나 ‘살균 처리된 세계’에서는 살지 못하는 가난하지만 따스한 사람들이 있는 한, 아프디 아픈 포복일망정 몸 전체로 싸워나가야 된다는 한 가닥 희망을 버릴 수는 없다. 이 막강한 소음투성이의 시대에 있어서 힘없는 언어들을 가지고 싸워나가야 한다는 이 기막힌 조건, 이 어려운 사태야말로 자신의 살점을 찢어 새끼들에게 나눠 먹이는 펠리칸의 운명을 수락한 자가 짊어져야 할 지상적 고통일 것이다. 이러한 사랑과 고통의 참다운 대리인일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을, 이 보잘것없는 시집을 엮으면서 다시 한번 나 스스로에게 던져본다. ‘후기’, 이가림,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창작과비평사, 1981
관련도서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학교출판부, 2004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이가림, 창작과비평사, 1981
관련멀티미디어(전체1건)
이미지 1건
  • 관련멀티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