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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에 기대어

작품명
산문에 기대어
저자
송수권(宋秀權)
구분
1970년대
저자
송수권(宋秀權, 1940~)1940년 3월 15일 전남 고흥 출생. 순천사범학교를 거쳐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공부예술상, 금호문화재단예술상, 전라남도문화상, 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1975년 <문학사상>에서 시 <산문(山門)에 기대어>로 신인상을 받은 후, 시집 <산문에 기대어>(1980), <새야 새야 파랑새야>(1986), <우리들의 땅>(1988), <자다가도 그대 생각하면 웃는데>(1991), <별밤지기>(1992), <들꽃세상>(1999) 등을 간행하였다. 또한 산문집 <다시 산문에 기대어>(1985), <사랑이 커다랗게 날개를 접고>(1989), <남도 기행>(1990), <쪽빛 세상>(1998) 등을 발간하였다. 그의 시는 재래의 무력하고 자조적인 한의 정서가 아니라 한 속에 내재한 은근하고 무게 있는 남성적인 힘을 강조하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또한 남도의 토속어가 가진 특유의 맛과 멋을 무리 없이 살리는 데 성공하였으며, 역사의식을 매개로 한 민족 재생의 의지를 담은 작품들도 많이 발표했다.
리뷰
(……) <산문에 기대어>에는 향가와 겹쳐 읽을 수 있도록 노출되거나 혹은 감추어진 부분이 존재한다. 감식력 있는 독자라면 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송수권은 향가 텍스트를 의도적으로 차용하였으며, 창작 방법론으로 적극 활용하였다고 볼 수 있다. <산문에 기대어>의 이 같은 특성은 독자들의 선지식을 환기시킴으로써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선행 텍스트를 낯설게 하여 기존의 관념을 해체·전복하려는 송수권의 글쓰기 전략에서 연유하고 있다. 따라서 <산문에 기대어>가 지니고 있는 향가와의 동질성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텍스트에 대한 친숙성을 자아내게 하고, 반면에 그것이 지닌 이질성은 독자에게 변화된 시대에서 새로운 삶의 가치를 모색하도록 자극할 것이다. 텍스트 상호성의 관점에서 <산문에 기대어>가 지닌 의미를 해명하는 작업은 <산문에 기대어>에 대한 연구를 넘어서 한국 근대문학사의 전통단절론 혹은 이식문화론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 이 시는 충격으로 인한 감정의 일탈 상태에서 고뇌의 과정을 겪은 후 다시 감정의 평형 상태로 되돌아가는 내용 구조로 되어 있다. 그러한 내용 구조는 이 시가 ‘이항대립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 시는 헤어짐과 다시 만남, 죽음과 부활, 절망과 희망, 생의 부정과 긍정, 어둠과 밝음이 대립되고 있다. 그리고 이 시의 내용과 시적 화자의 정서는 전자의 부정적 상태에서 후자의 상태로 전이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시는 내용과 형식이 일치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시는 누이의 죽임이 시 창작의 핵심 모티프다. 이 시는 ‘죽음과 재생의 패턴’으로 되어 있으며, 후자에 강조점이 주어져 있다. 시적 화자가 관조와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겪게 되는 고뇌는 독자를 위한 빈자리다. 송수권 시인은 ‘수사적 의문’을 시에서 즐겨 사용한다. 이 시도 예외는 아니다. 수사적 의문 형식은 독백적 담화면서도 청자를 명확히 상정하고 있어 대화적 성격을 지닌다. 시적 화자는 시적 청자를 텍스트 속에 끌어들임으로써 그의 발화가 지닌 의미를 오히려 강화하는 효과를 거둔다. 이러한 텍스트와의 대화에서 독자는 자연 긴장하게 된다. 이처럼 이 시에서 설득적 담화는 시적 긴장을 확보함은 물론 다양한 정서나 주제의 표출에 기여하고 있다. (……) 필자가 <산문에 기대어>를 주목하는 까닭은 그것이 전통의 창조적 계승이 무엇인가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한국 문학의 주된 흐름의 하나라고 볼 수 있는 한의 정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작가는 한을 소재로만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한이 삶의 중요한 속성 중의 하나라는 것을 긍정하면서도 그것이 지닌 부정적 속성의 노출을 경계하고 있다. (……) <산문에 기대어>는 한의 정서를 테마로 삼되 삶의 슬픔을 극복하고자 했던 향가의 남성주의 문학의 전통에 접맥되어 있다. 특히 송수권은 남성 화자를 설정하기 위해 개인사적 체험을 변형시킨다. 누이의 죽음 모티프는 자신의 체험과 <제망매가>라는 문학적 전통의 결합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작가의 상상력의 깊이를 짐작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산문에 기대어>에서 정한의 설움뿐만 아니라 그 정한을 딛고 일어서려는 부활 의지, 한풀이를 넘어서는 생명 의지를 읽어냈다. 그리고 그러한 작가의 상상력은 천재적 개인의 소산이라기보다 전통의 힘에서 가능했음을 확인했다. (……) <산문에 기대어>는 송수권 시인의 문학적 여정의 출발점이 된다. 따라서 이 작품은 송수권의 의식과 기법을 해명하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필자는 송수권 시인의 문학적 성취는 그가 우리 문학의 깊은 자양에 상상력의 뿌리를 둔 데 기인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점은 21세기 새로운 민족문화를 창조해야 할 이 시대 문인들에게 많은 것은 시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송수권 시의 텍스트 상호성’, 이대규, <한국대표시인 101인 선집 : 송수권>, 문학사상, 2005
작가의 말
황토 흙 마당에 빗물이 흘러넘쳤다. 지금은 공해로 찌든 하늘에 무지개조차 보기 힘들지만 내가 자라던 시골은 소나기가 한바탕 지나면 동산에 시원한 무지개가 솟았다. 또한 소나기가 자주 지나고부터 추석빔을 위해 대목장에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물감이었다. 장롱 속 깊숙이 감춰둔 물감을 찾아내어 마당에다 풀어 흘렸다. 그때마다 오색빛 찬란한 강이 섰다. “뭐가 될래?” 이 광경을 넋을 놓고 지켜보신 어머니가 꾸중을 했다. (……) “뭐가 될래?” 이 물음은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그 많은 가산이 탕진되고 나서부터 실감 나게 다가왔다. 나는 지금도 그 무지개가 얼마나 쓸쓸한 꿈을 심어주었는지를 안다. 10대에 벌어진 문학의 꿈은 이렇게 해서 저질러졌다. (……) 스물아홉에 나는 사람들을 피해 달아났다. 뱃길을 멀고 험했다. 여수항에서 여덟 시간이나 걸려서야 도착할 수 있는 낙도. 사람이 죽으면 아직도 초분을 쓰는 섬. 어떤 날은 풍랑에 배가 밀려 대마도 앞까지 흘러간 적도 있었다. 나는 이 무렵 또 하나의 참담한 충격에 휘말리고 있었다. 스물넷의 나이로 군대에서 돌아온 동생이 자살한 사건이었다. 그는 늘 빈혈에 떠 있었고 병중에 태어났으므로 젖도 못 빨고 비실비실 자란 아이였다. 동생이 철들기 전 어머니는 병이 무거워 세상을 떠나셨는데 그로부터 동생은 기 한 번 펴보지 못하고 세상을 살았었다. 추운 날에도 어머니의 옆구리에 흐르는 고름 냄새 때문에 우리는 방문을 열어놓고 살았다. (……) 여름이면 앞 채마밭가에 핀 치자꽃을 꺾어다 몇 번씩 화병에 갈아 꽂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꽃 중에 치자꽃 향기가 제일 은은하다는 것도 안다. 나의 코는 그때부터 이미 후각 기능을 상실했으며 지금도 느닷없이 한밤중에 깨어나 입에 칫솔을 물 때가 많다. 정화되고 구원받고 싶었던 유년의 콤플렉스가 이런 습벽으로 젖어 흘렀는지도 모른다. 아마 이 보상 행위 때문에 나는 원고지를 끼적거리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녀석은 빈혈을 앓고 제 발로 서지 못한 채 끝내 자살을 택했을 것이다. - 너의 죽음 위에 내가 살아서 복수를 하마. 놈을 거적때기에 말아서 파묻고 온 날 밤, 나는 술상에 빈 잔 두 개를 올려놓고 선소리를 내질렀다. <산문에 기대어>에 나오는 ‘내 한 잔은 마시고 한 잔은 비워두고’라는 구절은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 1년간은 산문(山門)과 산문을 떠돌면서 막판엔 서울로 튀었다. 서울 생활의 무위도식은 절망과 고통이었다. 어떤 상황에선 죽음 직전까지 이르러 있었다. 이때 아내에게 등덜미가 잡혀 고향으로 돌아왔다. (……) 얼마 후 서울에서 사람이 왔는데 <문학사상> 신인상에 작품 응모를 했었느냐고 물었다. 편집주간인 그를 찾아갔더니 “자네를 수소문해 찾느라 꼭 1년이 걸렸네”하면서 원고를 꺼냈다. 서울 진입할 때 어느 여관방에서 죽음에 내몰리기 직전에 써 갈긴 <산문에 기대어> 외 10여 편의 작품이었다. 마땅히 있어야 할 여백에 주소가 없었다는 것이다. (……) 이 시대가 판을 벌이고 있는 무슨 짓거리보다 시 쓰는 일은 더 높은 정신적 차원에 있음을 깨닫는다. 나는 올 봄에도 이 일을 위해 사문의 길로 갈까 망설인 바도 있었고 어느 섬으로 잠적할까 싶어 가족들에게 발설한 바도 있었다. 내가 하는 일에 끝장을 내기 위해서는 지금이야말로 어떤 결단이 필요할 것 같아서였다. 그러나 이것 또한 안타까운 푸념일 뿐 이대로의 평범한 고집과 청빈을 잃지 않고 한 사람의 선생으로 시인으로 남았으면 하는 것이다. - ‘자전 에세이(1991년 동아일보 게재)’, 송수권, <한국대표시인 101인 선집 : 송수권>, 문학사상, 2005
관련도서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학교출판부, 2004 <송수권 시 깊이읽기>, 정일근 외, 나남출판, 2005 <한국대표시인 101인 선집 : 송수권>, 송수권, 문학사상,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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