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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7
- 작품명
- 전라도 7
- 저자
- 이성부(李盛夫)
- 구분
- 1960년대
- 저자
- 이성부(李盛夫, 1942~) 1942년 전남 광주 출생. 광주고와 경희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59년 고교 재학시절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으며 <태광>, <순문학> 동인으로 활동하였다. 시인 김현승에게 사사(師事)했다. 1961년 <현대문학>에 <소모(消粍)의 밤>, <백주>로, 1962년에는 <동지>에 <열차>, <이빨로>로 추천 완료하였으며 196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우리들의 양식>이 당선되기도 했다. 1967년 김광협·이탄·최하림 등과 <시학>동인으로 활동하였으며, 1968년에는 <68문학>, <창작과비평>에도 참여하였다. 그의 시는 초기 <목공요셉>, <서울식 해녀>, <우리들의 양식>, <전라도> 등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매우 직선적이고 생경할 정도의 대사회적 메시지의 세계를 펼쳐 보이다가 1970년 <벌판>, <바다> 이후 자기 인식의 피비린 응시로 자기 고통을 지겠다는 결연한 운명의 세계를 보여준다. 1960년대 대표적 참여시인으로 소박한 언어로 현실인식이 짙은 시를 주로 창작했다. 1969년에 첫 시집 <이성부 시집>을 간행한 이래 <우리들의 양식>(1974), <백제행>(1977), <전야>(1981), <빈산 뒤에 두고>(1989), <저 바위도 입을 열어>(1998), <우리 앞이 모두 길이다>(1999) 등을 간행하였다. 1969년 현대문학상을 수상했고, 1977년에는 제4회 한국문학작가상을 수상했다.
- 리뷰
- (……) 이성부의 초기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60~70년대의 그 깜깜했던 세월을 가슴에 느끼지 않으면 안 된다. 그가 60년대에 등단했고 70년대에 중요한 시집 <우리들의 양식(糧食)>, <백제행(百濟行)>, <전야(前夜)>의 작품들을 썼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 아니다. 그의 시는 바로 그 시대의 어둠에 대한 보고서이며, 도시에 그 어둠을 참고 이겨내려는 의지의 산물이라는 점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어둡고 추운 계절, 어떠한 전망도 희망도 보이지 않는 절벽 앞에서, 그는 땅에 엎드려 시대와 삶의 밑바닥에 매우 조심스럽게 흘러가는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하려고 애썼다. 어둠을 바라보면 볼수록, 그리고 그 어둠에 익숙해져 어둠이라는 사실 자체도 망각해 가는 사람들의 무딘 신경증에 그는 분노하면서 어둠을 깨고 길을 트려 애썼다. 그것이 때로는 현실에 대한 분노로 나타나기도 하고, 민중에 대한 넉넉한 믿음과 기대로 풀리기도 했다가, 때로는 분노와 기대가 사랑으로 아우러지며 종합되기도 하였다. 리얼리즘이 현실비판과 낙관적 이상주의에 기초한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면, 결국 이성부의 초기시는 정통 리얼리즘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 비판이 추상화되고 세부적인 면에서는 희망의 근거가 신념의 차원에 머무는 때도 없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도 그 어두웠던 시절, 유신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던 혹독한 시대의 산물이라고 믿어 버리면, 우리는 조그만 위안을 받을지 모른다. (……) 이성부 시의 출발점은 ‘전라도/ 백제/ 광주’이다. 초기의 <전라도> 연작, <백제> 연작과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고향 광주·영산강은 단순히 시인의 유년의 추억을 간직한 장소일 뿐 아니라, 그의 작품을 밑에서 떠받드는 물적 토대이며 동시에 무게중심이다. 그가 태어나 마음의 뿌리를 둔 곳이라는 의미에서 더욱 멀리 나아가, 우리 민족의 정한이 응결된 결핍의 상징으로 사용된다. 중심으로부터 소외된 변두리, 권력으로부터 추방당한 유배의식, 역사적으로 억압받은 강박관념, 늘 빼앗기고 고통받아온 수탈의식 등이 종합적으로 복잡하게 어울린 장소의 상징으로 그는 그의 고향을 바라본다. (……) 그의 시 작업은 첫 시집 <이성부 시집>(1969)에서부터 최근의 <빈 산 뒤에 두고>(1989)에 이르기까지 큰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남성적이고 열정적이었던 초기 시의 경향에 성찰적이고 통찰적인 성격이 덧붙여진 정도가 밖으로 드러나는 변화라면 변화이다. 초기 시에 나타나는 주요한 시어들은 최근의 시들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불변성은 그의 시 세계가 갖는 상징적인 성격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고향, 죽음, 밤, 빛, 평등 등 주요한 상징적 시어들은 최근에 와서는 그 내포적 의미를 더욱 확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주요한 계기는 광주항쟁이라는 역사적 사변이다. 한편 이러한 그의 시들은 <봄>, <산>, <무등산>, <유배시집> 등 절망과 희망의 변주를 노래한 것과 <Y에게>, <조선방>, <난지도>, <벼>, <토우> 등 민중의 삶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것들 그리고 그밖에 시인 자신 및 자신의 시들에 대한 응시를 보여주는 것들로 구별된다. 이 중에서 특히 <봄>, <밤>, <벼>, <토우>, <무등산> 등은 그의 시정신을 응축하고 있는 수작들이다. 그는 <봄>에서 봄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온다고 말한다. ‘봄’이란 물론 <토우> 등에서도 나타나듯 평등한 세상이다. 지금 ‘봄’이 오지 않은 것은 다만 그가 ‘더디게’ 오려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더디다 할지라도 ‘마침내 올 것’은 ‘온다’는 것, 그리고 이 ‘봄’은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을’ 정도로 ‘광희’(<상동 부락의 제삿날>)에 찬 것이라는 것, 이것은 계시적 영혼을 가진 자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당연히 ‘봄’은 여기서 메시아적 이미지를 갖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으로 의인화 된다. <밤>이 보여주는 희망은 <봄>의 믿음이 가져다 준 자연스런 결과이다. 해방의 약속이 있는 한 ‘밤’은 ‘불빛’을 키우고 있는 것이며, 따라서 ‘우리도 아직은 잠이 들면 안 된다.’, ‘쉽사리 죽음으로 가면 안 된다’, ‘우리’는 ‘든든히 결합’해서 ‘흰 하늘과/ 한 세상의 목마름을 나누어 지니면서’ 이 절망적 현실을 견디고 극복해야 하는 것이다. (……) 다른 시들에서도 그는 강렬한 계시적 상상력에 이끌려 이들 민중들이 꿈꾸는 평등의 세계가 언젠가는 꼭 도래할 것이라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60·70년대의 낭만적인 신념은 현실 속에서 커다란 시련에 직면한다. 역사는 다시 한 번 커다랗게 굴러 죽음 같은 절망의 나락으로 시인을 이끈다. <무등산>과 같은 시는 1980년이라는, ‘빛이 더 나아가지 못하는’ (<1980년>) 역사적 고통을 겪은 다음에서야 쓸 수 있었던 시이다. 이것은 <백제행>(1977)에서의 <무등산>과 비교해 보면 분명해진다. ‘무등산’은 이제 ‘하늘산’, ‘하늘님이 계시는 산’에서 ‘태어나면서 이미 위대한 죽음이었던 산’, ‘무겁고 깊게 잠겨 있는’ 산이 된다. 이것은 한층 더 절망적인 세계이다. 하지만 그는 그 속에서도 ‘저 산이 입을 열어 말할 날이/ 이제 이를 것’이고 ‘저 산이 몸을 일으켜 나아갈 날이/ 이제 또한 가까이 오지 않았느냐’고 말한다. 이것은 그의 희망이 얼마나 질긴 것인지를 보여준다. 그의 시는 극한의 절망 속에서도 빛나는 희망의 세계인 것이다. ‘극한의 절망 속에서 빛나는 희망의 세계’, 방민호, <한국대표시인선50>, 중앙일보사, 1995
- 작가의 말
- (……) 팔십 년대의 나는 문학의 길에서 조금쯤을 비켜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니 문학 쪽에서 애써 등을 돌리고 엉뚱한 데를 바라보기만 했던 것 같다. 이 무렵에 씌어진 몇 편의 시들은, 모두 시를 짓밟거나 시를 경멸하는 내용들이었다. 시뿐만이 아니라 말과 글로 된 모든 짓거리들을, 즉 언어를 부정하는 데에 나의 쓸모 없고 난폭한 언어가 동원되었다고나 할까. 그리고 나는 몇 해 동안 시를 쓰지도 발표하지도 않았다. 암울했던 시대의 참담한 나날 속에서, 이른바 제도권의 언론사 기자로 목숨을 부지하는 내 꼬락서니를, 밤마다 스스로 돌아볼 따름이었다. 비겁함과 자괴가 끊임없이 나를 따라다녔으나, 나는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었다. 이러한 처지에 있었던 내가- 문학동네로부터 잠적하고 언어부터 절망해 있었던 내가 새삼스레 어떻게 글로 된 ‘문학선’을 꾸려낼 엄두나 낼 수 있었겠는가. 나를 다시 문학으로 돌아오게 한 것이 있었으니 곧 산이다. 문학과 세상 형편으로부터 도피처가 된 산이, 어느 사이엔가 나를 다시 문학과 세상 속으로 복귀시키는 매개가 되었다. 산에 미칠 만큼 빠져든 지 십여 년 만에, 산에 관한 시들이 씌어지기 시작했으며, 우리나라의 산과 사람의 삶이나 역사가 서로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이라는 인식에 도달할 수 있었다. 산행은 나에게 있어 늘 새로운 깨달음과 자기 성찰의 계기를 준 것이다. 산행의 외로움과 무서움을 통해서 나는 스스로를 돌아보는 일에 익숙해졌다. 마음을 비우게 하고, 참을성을 길러 주며, 부드러운 순리에 가 닿고자 하는 정신을 나는 산에서 배웠다. 산에 관한 공부는 또한 선인들의 삶과 오늘 우리 시대의 삶을 차분하게 들여다보는 공부이기도 했다. 산은 이제 나에게 있어 세상 저쪽에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한복판에 들어와 있는 것으로 되었다.(……) 시든 산문이든 과거의 글들을 지금 새로 읽어보니 치졸한 것들이 많이 발견된다. 그러나 이 치졸함 역시 젊은 한 시절의 내 모습이므로, 책에 그대로 수록하여 두고두고 반성의 거울로 삼고자 한다. (……) ‘머리말’, 이성부, <저 바위로 입을 열어>, 나남출판, 1998
- 관련도서
-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학교출판부, 2004 <산이 시를 품었네: 이성부산행시의 세계>, 이은봉·유성호 편, 책만드는집, 2004 <한국대표시인선50>, 중앙일보사, 1995 <한국 현대시의 구조와 의미>, 윤호병 편저, 시와시학사,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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