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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치는 소년

작품명
북치는 소년
저자
김종삼(金宗三)
구분
1960년대
저자
김종삼(金宗三, 1921~1984) 1921년 3월 19일 황해도 은율 출생. 평양 광성보통학교, 숭실학교를 거쳐 도쿄 토요시마상업학교를 졸업했다. 1942년 4월 도쿄문화원 문학과에 입학했지만 1944년 중퇴했다. 1944년부터 도쿄출판배급주식회사에서 일했고, 1947년에는 극단 극예술협회 연출부에서 활동했다. 1953년 <군 다이제스트> 편집부에서 일하면서 <신세계>에 시 <원정(園丁)>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1957년 김광림·전봉건과 함께 3인 시집 <전쟁과 음악과 희망과>를 펴냈으며, 1968년 김광림·문덕수와 함께 3인 시집 <본적지>를 펴냈다. 첫 시집 <12음계>(1969)를 간행한 이래 <시인학교>(1977), <북치는 소년>(1979),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1982), <평화롭게>(1984) 등을 간행하였다. 김종삼은 이른바 1950년대 시인으로서 특히 한국전쟁 체험에서 비롯된 전후의식을 공소하지 않은 미학으로 형상화한 시인이다. 그의 시는 성스러운 평화의 세계를 끊임없이 갈망하면서 전개되는바, 초기시에서는 물의 이미지를 중심으로 대상이 없는 아름다움의 세계, 음악의 세계가 노래된다. 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북치는 소년>에서 강조되는 것이 그러하다. 그러나 중기에 오면 ‘돌’의 이미지가 중심을 이루면서 고통과 죽음의 세계를 노래한다. 후기시에는 지상의 삶에 대한 연민과 애정이 어려 있다.
리뷰
1979년 민음사에서 펴낸 김종삼의 시선집. 표제시인 <북치는 소년>은 김종삼의 초기시로서, 그의 시세계의 특성을 밝히는 데 단서가 된다. 김현은 이 시에 나오는 아이들이 항상 혼자서 가난하게 죽음을 예감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시인의 세계와의 불화를 표상한다고 보았다. 이에 비해 황동규는 ‘내용 없는 아름다움’이 생소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끼는 세계이며, 더 나아가 김종삼의 시가 ‘여백의 시’이며, 그것은 인간 부재의 미학, 곧 미학주의의 한 극치라고 주장한다. 또한 김주연은 ‘어린이 같은 마음가짐’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듯이 시인의 환상이 기본적으로 동화적 성격을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이런 환상은 현실에 대한 절망의 극복으로 창출되는 그 나름의 문화적 기능을 지닌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김종삼의 시가 보여주는 여백성은 현실의 덧없음을 견디는 한 가지 방식이며, 이런 삶의 방식은 초기의 ‘내용 없는 아름다움’(<북치는 소년>)에서 중기의 ‘라벨, 세잔느, 파운드에의 경도’(<시인학교>)로, 마침내 ‘시란 무엇인가’(<누군가 나에게 물었다>)라는 근본적인 문제로 발전한 것으로 보여진다. (……) 그의 시는 <시인학교>(1977)를 정점에 두고 갈라선다. 그 왼편 <십이음계>(1969) 시절의 그는, 유년에 겪었던 막연한 그리움과 삶의 원초적 공포(동생의 죽음에서 기인한)가 아니면 자기가 이끌렸던 예술가들의 이미지를 환상적으로 묘사해낸다. 따라서 자신의 현상적 삶은 극단적으로 배제되는데, 이를 두고 김현은 시인과 세계의 불화를 보여주는 것이라 했다. 이 과도한 현실 혹은 자기 부재의 상황은 그러나 분명 이유가 있는데, 그것은 자신을 이루던 세계와의 가혹하고도 처연한 단절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십대의 중반에 해방을 맞이하고 그 후반에 다시 전쟁을 경험한 이북 출신의 그에게, 그때까지 자신을 이루어왔던 것들 가운데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남겨진 것이 있을 리 없었다. 고향도 사랑도 청춘조차도 덮어두어야 한다는 사실은, 참으로 참기 힘든 고통이었을 것이다. 해방되자마자 헌 책방에서 어렵게 구한 우리말 사전을 외우는 일부터 시작했다는 동시대 소설가의 고백만큼, 김종삼이 처한 상황의 막막함을 잘 일러주는 말은 아마 다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상처에 맞닿아 있던 초기시의 단계를 지나 <시인학교> 시절에 오면, 그는 그 상처를 낳은 자신의 시대를 어느 정도 객관화하기 시작한다. ‘이곳도 전쟁이 스치어 갔으리라’(<서시>의 일절)고 말할 수 있게 되기까지, 즉 전쟁이 지나간 자리에도 들꽃들이 하늬바람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발견하기까지, 그의 현실 부정은 곧잘 죽음의 자리를 넘보는 행위로 표현되곤 했는데, 그 고통이 너무나 강렬해서 우리 가슴까지 얼얼하게 만들 정도다. 이 무렵의 그는, 자신이 살아왔던 시대의 의미를 시 <민간인>과 같은 아픔으로 객관화하는 한편, 자신에게 실제로 닥쳐온 죽음의 문제에 매달리기도 하는데, 이 격렬한 경험이 그의 관심을 삶의 쪽으로, 더불어 살아 있음 쪽으로 돌려놓는다는 것은 또 얼마나 역설적인가? 그의 시작 연대에 있어 마지막 시기에 해당하는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는, 육체적 삶의 끝자락에서 찾아낸, 살아 있음의 환희를 어눌하게 드러낸다. 중환자실에서, 영안실에서, 그리고 삶의 도처에서 발견하는 삶의 의미는 이미 주의 은총 그것과 비견될 정도이다. 이 시기의 시가 묘사를 버리고 진술을 선택한다는 점은 그의 인식 변화가 이미 궁극적인 것임을 일러준다. 요약하면 시인 김종삼의 시 세계는 세계와의 단절이 빚어낸 자기 부재, 자기 부정의 환상적 성곽으로부터 벗어나, 자기 삶의 정체성, 시인으로서의 자기 동일성을 찾아가는 긴 여로라고 할 수 있다. 삶의 공간은 시간으로 쌓였다가 허물어지는 돌각담이 아닐까? 그런 확인이 ‘그렇다/ 비시(非詩)일지라도 나의 직장은 시(詩)이다’(<제작>의 일절)라는 최후의 긍정을 낳았던 것이다. 시 <북치는 소년>은 그의 초기 시 세계를 대표하는 아련한 작품이다. 북치는 이국 소년 그림의 크리스마스 카드 한 장이 변방 조선의 한 가난한 아이에게 일으킨 알 수 없는 그리움과 아름다움은 얼마나 크면서 낯설까? 생활과 노동의 현장에서 그것들이 힘들게 슬며시 보여주는 아름다움을 내용 있는 아름다움이라 부른다 해도 그것은 분명 아이들의 몫은 아니다. 아이들은 오히려 현실이 아니기 때문에라도 자기와 가장 멀리 떨어진 것을 동경하게 마련이다. 그러한 그리움이 지닌 알 수 없는 막막함과 아련함을, 시인은 시의 내용만으로 표현하지는 않는다. 단 한 행도 완전한 문장으로 끝냄이 없이 전체 3연을 ‘처럼’이라는 비유로 처리함으로써 모호하게 뒤끝을 흐려버린다. 그리고 그 비유들은 전부 제목과 연관되어야만 비로소 독자의 가슴속에서 여운으로 완결된다. (……) - ‘자기 부재에서 자기 삶의 정체성 찾는 긴 여로’, 이명찬, <한국대표시인선 50>, 중앙일보사, 1995
작가의 말
(……) 살아가노라면 어디서나 굴욕 따위를 맛볼 때가 있다. 그런 날이면 되건 안 되건 무엇인가 그적거리고 싶었다. 무엇인가 장난 삼아 그적거리고 싶다. 한동안 일과 빚에 쫓기다가 단 하루라도 휴식이 얻어진다면 죽음에서 소생하는 찰나와 같은 맑은 공기가 주위를 감돌았다. 혈연처럼 신선한 바람이 뺨을 치는 상쾌한 기분이었다. 기독교인이면 기도할 마음이 생기듯이 나 역시 되건 안 되건 무엇인가 천천히 그적거리고 싶었다. 나의 좁은 창고 속에서 끄집어내는 몇 줄의 메모를 나열해 보는 것이다. 거지같이 피로했던 지난 몇 달, 몇 주 동안의 자신을 정리해보는 셈이다. 기계처럼 자신을 재정비해 보자는 것이다. 이런 식의 연장은 끈덕진 나의 짧은 기간을 유지해 갈 것이다. 이 공백을 마저 채워 보려고 생각하다가 잠에 떨어졌다. 꿈이었다. 해안을 지나던 반짝이는 최신형의 세이버가 추락하였다. 깜짝 놀랐다. 무수한 물거품과 화염이 산더미처럼 몇 번이고 솟구쳤다. 조종사는 불붙은 낙하산으로 직하했다. 불붙은 그의 잔등을 꺼주었다. 젊은 조종사는 내 손을 꼬옥 쥔 채 죽어갔다. 그런데 앞으론 무엇을 더 써야 할 것인가? ‘이 공백을’, 김종삼, <52인시집>, 1967
관련도서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학교출판부, 2004 <김종삼 전집>, 김종삼, 나남출판, 2005 <김종삼의 시적 상상력과 텍스트성>, 이민호, 보고사, 2004 <한국 전후시의 미적 모더니티 연구>, 류순태, 월인, 2002 <한국 현대시와 정체성>, 진순애, 국학자료원, 2001 <미적 근대성과 순간의 시학: 김수영·김종삼 시의 시간의식>, 남진우, 소명출판, 2001 <한국 최근 시문학사>, 정상균, 아세아문화사, 2000 <20세기 한국시인론>, 이숭원, 국학자료원, 1997 <한국대표시인선 50>, 중앙일보사,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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