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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의 여행

작품명
나비의 여행
저자
정한모(鄭漢模)
구분
1960년대
저자
정한모(鄭漢模, 1923~1991) 호는 일모. 1923년 10월 27일 충남 부여 출생. 1945년에 <백맥>에 시 <귀향시편>을 발표한 후, <시탑>(1946), <주막>(1947)의 동인으로 활동했다. 1955년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인문대학 교수를 역임했다. 1978년에는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지냈고, 1984년 한국문화예술원장, 1988년 문공부장관을 역임했다. 1971년 한국시인협회상을 비롯, 1984년 서울시문화상, 1991년 대한민국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카오스의 사족>(1958), <여백을 위한 서정>(1959), <아가의 방>(1970), <새벽>(1975), <아가의 방 별사>(1983), <원점에 서서>(1989)와 평론집으로 <현대작가연구>(1959), <문학개설>(1973), <현대시론>(1973), <한국현대시문학>(1974), <한국현대시의 정수>(1979), <한국대표시 평설>(1982), <한국현대시요람>(1982), <한국현대시의 현장>(1983) 등이 있다. 정한모의 시는 한마디로 휴머니즘의 옹호와 생명 탐구라는 말로 요약될 수 있다. 첫 시집인 <카오스의 사족>은 1950년대의 을씨년스러운 현실과 전쟁의 참화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소재로 하고 있다. 그러나 시인은 전후의 참혹한 생활 속에서도 생명에 대한 애정을 져버리지 않고 있다. 생명에 대한 예찬은 이후의 시에서도 일관되는 주제로서, ‘아가’와 ‘나비’의 이미지를 통해 나타난다. 특히 ‘아가’는 그의 시에 가장 빈번히 등장하는 시어로서, 인류에게 구원과 희망을 가져다 주는 존재이다. <카오스의 사족>, <여백을 위한 서정>, <아가의 방>, <아가의 방 별사> 등에 실린 대부분의 시들은 이처럼 생명예찬이라는 주제로 묶여진다. 시집 <새벽>에서 생명의식은 조금 더 확산되어 ‘어머니’라는 생명의 근원을 노래하는 동시에 미래지향적인 역사의식까지를 보여주고 있다.
리뷰
한국시인협회상(1971) 수상시집 <아가의 방(房)>에 수록된 작품. ‘한 장 검은 표지(表紙)를 열고 들어서면/ 아비규환(阿鼻叫喚)하는 화약(火藥) 냄새 소용돌이/ 전쟁(戰爭)은 언제나 거기서 그냥 타고/ 연자색 안개의 베일 속/ 파란 공포(恐怖)의 강(江)물은 발길을 끊어 버리고/ 사랑은 날아가는 파랑새. 해후(邂逅)는 언제나 엇갈리는 초조(焦燥)/ 그리움은 꿈에서도 잡히지 않는다/ 꿈길에서 지금 막 돌아와/ 꿈의 이슬에 촉촉히 젖은/ 나래를/ 내 팔 안에서 기진맥진 접는/ 아가야/ 오늘은 어느 사나운 골짜기에서 공포(恐怖)의 독수리를 만나 소스라쳐 돌아왔느냐’ 작품의 후반부다. 그의 휴머니즘과 언어에 대한 확고한 태도가 가장 잘 드러나 있다. 언어란 작품의 형상화를 기해서 그 기능을 최고도로 발휘해야 하지만 그러나 그 때문에 테마나 이미지가 혼돈한 안개의 저쪽에 가리워져서 새삼스런 설명과 안내가 필요하게끔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태도다. 그러므로 그의 언어는 높은 선명도를 지닌 이미지를 지어내면서도 투명한 의미를 전달한다. 이 작품은 바로 그러한 언어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학교출판부, 2004 (……) <나비의 여행>은 가출-시련-귀향의 항해 원형의 설화적 모티프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오세영, <실화적 모티프와 그 비극적 진실>) 제1연의 ‘…출렁이는 내일의 바다를 날다가/ 깜깜한 절벽/ 헤어날 수 없는 미로에 부딪히곤/ 까무라쳐 돌아온다’에서 ‘아가는 밤마다 길을 떠나’ ‘바다’를 날다가 ‘까무라쳐 돌아온다’는 구조가 가출·시련·귀향의 항해 원형의 설화적 모티프에 해당한다. 제2연의 ‘…파란 공포의 강물은 발길을 끊어버리고/ 사랑은 날아가는 파랑새/ 해후는 언제나 엇갈리는 초조/ 그리움은 꿈에서도 잡히지 않는다’에서처럼 항해는 전쟁과 공포의 강을 건너지만 그리움은 꿈속에서도 잡히지 않는다. 즉 삶의 역경과 시련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제3연의 ‘꿈길에서 지금 막 돌아와/ 꿈의 이슬에 촉촉히 젖은 나래를/ 내 팔 안에서 기진맥진 접는/ 아가야’에서는 아가가 가출에서 귀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제4연의 ‘오늘은 어느 사나운 골짜기에서/ 공포의 독수리를 만나/ 소스라쳐 돌아왔느냐’에서는 아가가 공포의 항해를 마치고 돌아왔음을 설의법으로 끝맺고 있다. 이처럼 <나비의 여행>은 아가의 삶의 역정을 나비의 여행에 비유하여 상상적으로 노래하고 있다. 장자의 <나비의 꿈> 이야기처럼 인생도 어쩌면 꿈속에서 여행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여행 속에서도 삶의 진실을 통한 비극적 체험은 고귀한 가치로 환원될 수 있음을 이 작품은 말해 주고 있다. 정한모는 ‘아가’와 ‘나비’의 시인이다. 정한모 시의 출발점이 ‘아가’와 ‘어머니’라면 <나비의 여행>은 종착점이 될 것이다. 이에 그의 <원점에 서서>는 시와 더불어 산 한 시인의 생애를 조망한다. 그의 시에는 ‘흙냄새’가 끈덕지게 따라다닌다. 끈끈한 인간애와 평화를 갈망하는 노래를 함으로써 그는 한국시의 한 지평을 전개하였다. 그의 생명의 외경과 인간회복은 그의 ‘나는 지금까지 생명 내지 생명적인 것에 대한 사랑을 집요하게 시에서 추구해왔다’는 자서(自序)(시집<원점에 서서>) 그대로다. ‘생명에의 외경과 사랑의 시정신’, 신용협, <한국대표시인선 50>, 중앙일보사, 1995
작가의 말
(……) 말은 음성에 의한 사상의 표현형태이며 글자란 기호를 빌려 말을 표기한 것이라고 볼 때 글은 곧 사상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글이 바로 그 글을 쓴 사람 자신이라고 보는 것도 이러한 데 연유하고 있는 것이다. 한 장 원고지, 아니면 백지 위에 써 놓은 한 줄 글 속에 들어 있는 느낌과 생각의 다양한 색깔을 헤아려 보는 일에서부터 글과의 친근한 교섭은 시작되어야 한다. 글은 전파를 타고 나는 음성처럼 스피디한 것이 아니라, 정착된 위치에 머물러 있으면서 맛보고 느끼고 생각하게 하는 정물적인 성질의 것이라고 우선 말할 수 있다. 글을 읽는 태도에서도 이러한 기본 자세는 필요한 것이지만 글을 쓰는 사람에게서는 이와 같은 기본자세는 필수적인 것이 아닐 수 없다. 아름다운 수사나 문장기교도 필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무엇보다도 글에 임하는 기본자세는 가라앉은 것이어야 하고 맑은 물과 같은 것이어야 한다. 자기를 돌이켜 볼 겨를도 없이 기계의 한 톱니바퀴처럼 어쩔 수 없이 끼어 돌아가기만 하는 생활 속에서 한때나마 자기 자신을 정지된 위치에서 조용히 돌아보고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필요하고도 귀중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시간은 사색을 통해서도 가능할지 모르지만 사색이란 단편적이거나 아니면 추상적인 덩어리 같은 것이 되기 쉬운 것이기 때문에 그 사색에 형태를 부여하고 체계를 세우고 길을 마련해 주기 위해서는 글이란 수단을 동원하지 않으면 안 된다. 넘어서기 어려운 벽에 부딪쳤을 때, 견디기 힘든 아픔을 당했을 때, 자기를 잃어버리고 껍질만의 육신으로 살아가고 있을 때, 수습할 수 없는 자기 혼란에 빠졌을 때 자기를 찾고 수습하고 아픔을 견디고 어려움을 이겨 나가는 힘을 얻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맑은 물처럼 가라앉은 마음으로 자기를 돌아보며 글을 쓰는 일이 최상의 방법이 될 것이다. 글쓰는 일이 일상화되고 있으며 위와 같은 막다른 지경에 이르지도 않을 것이며, 항상 자기 자신의 생활에 질서가 있고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 열리고, 어떠한 어려움이나 아픔도 쉽게 극복할 수 있는 저력이 길러질 것이다. 아침에 뜰에 나서면 새싹이 눈에 띄게 부풀어 터져 나오고 목련, 개나리, 진달래의 꽃잎들이 아름다운 빛으로 피어나고 있다. 모든 식물들이 생기에 넘쳐 자라나고 있는 이 이른 봄철에 자연의 위대한 힘과 그 정연한 질서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자연의 힘과 질서에 비해 현대의 인간들이 얼마나 무력하며 얼마나 무질서한 채 점점 시들어 가기만 하고 있는가를 봄의 자연 앞에서 더욱 실감하게 된다. 이러한 현대인에게 그래도 아직 한 가닥 희망이 있다면, 물기 없이 시들어가는 초목에 수분을 공급하여 살아나게 하는 일처럼 우리 모두가 자기 자신을 잃지 않고 하루를 헛되지 않게 살아가게 하는 진실한 삶의 자세를 가다듬는 일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한 최상의 방법은 글을 쓰는 일이다. 글쓰는 일이 일상화되어 글과 하나가 되는 생활을 하는 사람에겐 힘과 질서가 언제나 봄의 자연처럼 생기 있는 것이 될 것이다. ‘글을 읽고 글을 쓰는 일’, 정한모, <바람과 함께 살아온 세월>, 운음사, 1983
관련도서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학교출판부, 2004 <한국대표시인선 50>, 중앙일보사, 1995 <한국 현대시의 좌표>, 김영철, 건국대학교출판부, 2000 <정한모의 문학과 인간>, 오세영 외, 시와시학사, 1992 <나비의 여행>, 정한모, 현대문학사, 1983 <바람과 함께 살아온 세월>, 정한모, 운음사,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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