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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바람벽이 있어

작품명
흰 바람벽이 있어
저자
백석(白石)
구분
1930년대
저자
백석(白石)
생애(1912~1995)
본명은 기행(夔行). 1912년 평북 정주 출생. 아버지의 영향으로 일찍부터 신식교육을 받았다. 1918년 오산소학교를 거쳐 오산중학교를 마치고 조선일보사 후원 장학생으로 일본 아오야마학원(靑山學院)에서 영문학을 공부했다. 귀국하여 조선일보사에 입사, <여성>에서 편집을 맡아보다가 1935년 8월 <조선일보>에 <정주성(定州城)>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36년 조선일보사를 그만두고 함경남도 함흥 영생여자고등보통학교 교사로 있었으며 만주 신징(新京)에 잠시 머물다가 만주 안둥(安東)으로 옮겨 세관업무를 보기도 했다. 해방 후 고향 정주에 머물면서 글을 썼으며, 6·25 전쟁 뒤에는 북한에 그대로 남았다. 민족주의 지도자 고당 조만식의 비서를 지내며 숄로호프의 <고요한 돈 강> 등을 번역했다고 전해진다. 김일성종합대학에서 국문학을 강의했으며 6·25 전쟁 중 중국에 머물다가 휴전 후 귀국하여 협동농장의 현지파견 작가로 활동했다고 알려져 있다.
주요작품 및 작품세계
1935년 시 <정주성>(조선일보, 1935)으로 등단하여, 일제의 압박이 가중되는 시기에 실감나는 농촌의 정서를 특유의 평안도 사투리로 형상화했다. 1936년 자가본으로 간행한 시집 <사슴>에 수록된 <가즈랑집>, <여우난곬족>, <여승> 등의 시는 이런 그의 시세계를 잘 드러내고 있다. 백석의 시세계는, 당시의 문단적 경향이었던 모더니즘의 세례를 어느 정도 받았으면서도, 향토적인 서정의 세계를 사투리로 형상화하는 특징을 띠고 있으며, 일제강점하에서 어렵게 살고 있던 민중들의 애환과 삶을 전형적으로 그려내는 모습을 보인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1938)에는 모더니즘의 이미지가, <가즈랑집> 등에는 일반 독자가 알기 어려운 사투리로 표현된 민속적 세계가 나타나 있다. 이와 달리 <여승>에서는 산골의 금광에서 옥수수를 팔던 여인이 여승이 된 슬픈 생애가, <팔원>에서는 일본인 순사집에서 식모살이하던 손등이 얼어터진 소녀의 모습이 사실적으로 형상화되어 있기도 하다. 백석의 시에 전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정신은 시적 대상으로서의 자연과 행위주체자로서의 인간이 분리될 수 없는 ‘하나’라는 사실이다. 그는 식민지의 규범화, 규격화, 구별화의 강압적 개편이 농촌을 침식해가는 현실 속에서 농촌공동체의 합일지향적 정서를 문학에서 재구성하는 작업을 통해 민족의 주체적 자아 보존이라는 시인의 활동영역을 개척하였으며, 그에 걸맞는 문체를 가지고 토속적 공간을 창조하였다. 무너진 시대 안에서의 주체적 정서와 자아를 모국어로 견결히 유지하려 하였고, 그러한 어법은 실제 청록파 계열 등 <문장>지 출신 시인들과, 당대의 젊은 시인들에게 깊은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시집 <사슴>(1936) 이후 1941년에 발표한 시로 시인 백석의 삶과 생활관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느슨한 구성에 예사로움이 돋보이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강렬한 호소력으로 독자에게 다가온다. 고향을 떠나 만주생활에서 느낀 감정과 정신상태를 표출하고 있는 작품으로 북방시편이 많이 그렇듯이 산문시다운 성격이 강한 우리 현대시 가운데서도 두드러지게 산문적이다. 이 작품은 시인이 만주의 춥고 쓸쓸한 방에 홀로 앉아 그를 둘러싸고 있는 바람벽을 쳐다보며 온갖 종류의 상념과 감정에 젖어서 쓴 것이다. 그는 다소 격앙된 감정상태가 되어 가난한 어머니와 사랑하는 사람을, 그들과 함께 도란도란 저녁먹는 풍경을 그려보지만, 현재의 그로부터 떨어져 있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과 감회 속에서 자신의 쓸쓸하고 서럽고 슬프고 그리운 감정을 이기지 못한 듯, 그 흰 바람벽 위로 그 같은 자기의 마음이 반영된 내용의 글자들을 환상으로 본다. 자기 속내를 직접 토로하지 않고 지나가는 글자들로 말하게 한 데서 박력과 호소력이 생긴다. 시인의 슬픈 천명을 받아들이라는 자기 설득의 시요, 높은 뜻을 가진 가난한 영혼들에게 보내는 전언의 시라 할 수 있다. - 참고 : <다시 읽는 한국시인>, 유종호, 문학동네, 2002 <백석>, 정효구 편, 문학세계사, 1996 (……) 백석의 시세계는 시집 <사슴>을 출간한 이후부터 조금씩 변하다가 마침내 만주로 간 이후에 쓰여진 작품들에서 상당한 변화의 폭을 보이고 있다. (……) 그의 시가 변화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보면, 백석이 이 기간 동안에 보여준 세계는 이전의 세계와 구별되는 특성을 강하게 노정하고 있으며 그것은 백석의 시세계가 어떻게 전개되었는가를 살펴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문학세계가 탄생된 이 기간 동안에 백석의 신변에 나타난 변화 중 가장 큰 것은 그가 애인과 가족과 고향과 조국을 등지고 만주로 거처를 옮겼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거기서 일제 말의 어두운 시대를 맞이하며 자신의 적성에도 맞지 않은 측량원이나 소작인 등의 일을 하면서 고독하고 쓸쓸하며 우울하게 보냈다는 점이다. 그럼으로써 자연스럽게 그의 문학세계에는 (……) 이국의 낯선 곳에 머물고 있는 사람의 심정과 모습이 드러난다. 시집 <사슴> 속에 수록된 작품을 대상으로 하여 백석의 시를 앞에서 논의할 때, 나는 이 시인이 자신의 시에서 이른바 객관주의 정신에 기저를 두고 주관적인 감정이나 생각, 혹은 신념 등을 직접 표출하지 않는다고 말하였다. (……) 지적 거리를 유지하며 대상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거나 제시할 뿐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정은 시집 <사슴> 이후의 시로 오면서 달라지거니와, 그것은 바로 이 시인이, 대상을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묘사하고 자신은 뒤로 물러서는 대신 자신이 참을 수 없을 만큼의 격정을 가지고 직접 작품의 문면으로 나서면서 자신의 속마음이나 내적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게 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백석의 중기 작품을 읽게 되면, 묘사된 외부의 대상 대신 백석 자신의 속사정과 속마음과 현재의 감정적인 정황을 구체적으로 만날 수 있다. (……) 시집 <사슴> 이후의 시세계로 오면서 대상만을 묘사적으로 표현하고 자신은 물러설 만큼 초연하거나 냉정해질 수 없었으며, 이로 인하여 그는 대상 이전에 자기자신을 표현하는 데 더 집착하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그의 시에 좀처럼 나타나지 않던 ‘나’가 화자로 문면에 주로 등장하게 된다. (……) 그의 작품 <북방에서>, <허준>, <흰 바람벽이 있어>, <촌에서 온 아이>, <조당에서>, <두보나 이백같이>, <귀농>,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南新義州柳洞朴時逢方)> 등이 바로 이런 사실을 뒷받침해줄 만한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그는 이와 같은 작품들을 통하여 자신이 지금 얼마나 외롭고 쓸쓸하며, 서럽고 부끄러우며, 그립고 가슴 아픈지를, 도저히 제어할 수 없게 복받치는 감정으로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객관주의자의 정신을 대신한 주관주의자의 정신, 고전주의적 절제의 정신을 대신한 낭만주의적 고백의 정신이 백석의 시집 <사슴> 이후에 쓰여진 중기 작품의 중요한 특징을 이룬다. (……) - ‘백석의 삶과 문학’, 정효구, <백석>, 문학세계사, 1996(……) 백석의 시는 비관적인 세계인식과 함께 운명애의 따뜻함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을 요한다. 그의 시에는 한국적인 허무주의의 한 원형성이 생생하게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소월적인 비관주의와 한의 모습과는 또다른 한국적 허무주의의 처연함이 드러나 있는 것이다. (……) 먼저 1941년에 발표된 시 <흰 바람벽이 있어>에는 비관적인 현실인식과 함께 체념과 달관의 미학이 잘 드러나 있다. 여기에서 화자는 때절은 다 낡은 무명샤쓰를 입고 좁다란 방에 누워 흰 바람벽을 바라보며 쓸쓸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모습으로 제시된다. 그는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에 헤매이는 허전한 모습이다. 여기에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을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는/가난한 늙은 어머니”도 떠오르고, 또 “어린 것을 옆에 끼고/지아비와 마조 앉어 대구국을 끓여놓고 저녁을 먹는/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도 그리워지는 것이다. 삶의 슬픔과 기쁨이라는 두 대조적인 측면이 서로 교차하는 모습이라 하겠다. 그래서 흰 바람벽을 바라보며 슬픔을 느끼는 가운데 화자 ‘나’는 문득 이러한 가난과 외로움, 쓸쓸함이 바로 삶의 본모습이자 운명의 얼굴에 해당하는 것이라는 점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것은 또한 ‘뜨거운 것’과 ‘호젓한 것’, ‘사랑’과 ‘슬픔’이라는 두 모순으로 존재함을 인식하게 된다. 아울러 이러한 체념과 긍정의 순간에 운명에 대한 따뜻한 사랑이 발현되는 것이다. (……) 이 시의 결구에서 볼 수 있듯이 비관적인 현실인식과 체념이 따뜻한 운명애(運命愛, amorfati)로 고양되어 있는 것이다. 가난과 외로움, 쓸쓸함, 그리고 사랑, 슬픔들이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것으로서가 아니라 오히려 고귀하고 아름다운 것으로서 받아들여지는, 보다 능동적인 운명인식으로 전환됨으로써 시적 비장미를 성취하게 되는 것이다. (……) - ‘민족적 삶의 원형성과 운명애의 진실미, 백석’, 김재홍, <백석>, 새미, 1996
관련도서
<백석 시 전집>, 송준 편, 학영사, 2004 <백석 시 전집>, 이동순 편, 창작과비평사, 2003 <백석 전집>, 김재용 편, 실천문학사, 2003 <다시 읽는 한국시인>, 유종호, 문학동네, 2002 <백석 시문학 연구>, 김영익, 충남대출판부, 2000 <한국현대시인연구: 백석>, 정효구 편, 문학세계사, 1996 <백석>, 고형진 편, 새미, 1996 <백석>, 박혜숙, 건국대출판부, 1995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출판부, 2004 <한국근대문인대사전>, 권영민 편, 아세아문화사,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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