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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으로 창을 내겠소

작품명
남으로 창을 내겠소
저자
김상용(金尙鎔)
구분
1930년대
저자
김상용(金尙鎔)
생애(1902~1951)
호는 월파(月坡). 1902년 경기도 연천 출생. 1917년 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에 입학했으나, 3·1운동에 가담하여 학업을 중단하고 고향으로 내려갔다. 이어 보성고등보통학교로 전학해 1921년에 졸업했다. 일본 릿쿄대학(立敎大學) 영문과에 입학, 1927년 졸업 후 귀국하여 가족과 함께 고향인 연천을 떠나 서울 성북동으로 이사했다. 보성고등보통학교 교사를 거쳐 연희전문학교·이화여자전문학교에서 영문학을 강의했다. 일제의 강압적인 정책에 따라 영문학과가 폐지되자 1943년 이화여전 교수직을 사임했다. 8·15 해방 이후 미군정 아래서 강원도지사로 임명되었으나 며칠 만에 사임하고, 잠시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다가 1946년 미국으로 건너가 보스턴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하였다. 1949년 귀국하여 공보처 고문을 역임하고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겸 학무처장을 역임했다. <코리아 타임스>의 주필을 지내다가 6·25 전쟁 때 부산으로 피난가 1951년 사망하였다.
주요작품 및 작품세계
1930년 <동아일보>에 시 <무상(無常)>·<그러나 거문고의 줄은 없고나>를 발표하여 문단에 나왔다. 1930년대 우리나라의 문단 전반에 흐르고 있던 순수 서정시 운동과 맥을 함께 한 그의 시는 자연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읊었던 청록파 시인들과는 달리, 전원적 삶을 대상으로 ‘나’와 ‘자연’의 화해, 자연의 품에 안긴 삶을 지향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표시 <남으로 창을 내겠소>에서는 자연 속에 묻혀 살면서 그 속에서 인생을 관조하는 경지를 보여주었다. 우수와 동양적 체념이 깃든 관조적 세계를 특징으로 하며, 허무감에 찬 노래를 부르면서도 절망에 빠지지 않는 긍정적인 면모를 보여주었다. 1939년 첫 시집 <망향>을 펴냈고, 인생과 사회에 대한 풍자적이고 비판적인 안목을 보여준 수필집 <무하선생방랑기(無何先生放浪記)>(1950)를 간행하기도 하였다. 그밖에 E. A. 포의 <애너벨 리>(1931), J. 키츠의 <희랍고옹부(希臘古甕賦)>(1931) 등을 번역했다. 1934년 2월 <문학> 제2호에 발표된 김상용의 시. 1939년 문장사에서 발행한 시집 <망향>에 수록되어 있다. 대표적인 전원시로서 시인이 희구하고 있는 이상적인 삶의 모습이 관조적인 정서와 어우러져 낙천적인 인생관을 드러낸다. <남으로 창을 내겠소>는 작가가 지향하고 있는 절대적 공간을 설계하고 있는 작품으로서, 절대적인 공간, 즉 고향에 대한 절실한 그리움으로 상실과 허무를 느끼기도 하지만 고향을 만듦으로써 그것을 극복하고, 고향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를 채우려 한다. 또한 이 시는 소박한 시골 사람의 언어를 회화조로 사용하여 친근감을 불러일으킨다. “왜 사냐건/웃지요”라는 마지막 구절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삶에 대한 복잡한 심정을 훌륭하게 담아내고 있다. -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출판부, 2004 (……) 시집 <망향(望鄕)>의 첫 머리에 실려있는 <남으로 창을 내겠소>는 1934년 2월 <문학>에 발표되었는데, 김환태(金煥泰)는 이 시에 대한 <시인 김상용론>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는 생을 관조할 수 있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인생태도다. 이와 같은 인생태도가 빚어내는 이상은 아마도 창을 남쪽으로 낸 집일 것이요, 그 집을 둘러싼 밭일 것이다…… 이와 같이 시인 김상용은 생을, 그리고 생에서 오는 느꺼움을 관조한다.” 그러나 이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1934년 11월 6일부터 <동아일보>에 총 39회 연재했던 그의 울분과 비애를 독설과 골계와 해학으로 가득찬 말로 표현한 <무하선생방랑기(無何先生放浪記)>와 1932년 1월 9, 10일에 걸쳐 발표한 ‘공상가의 만필’이라고 부제를 단 <백년 후의 새 세상>을 읽어봐야 할 것이다. 후자의 한 부분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보라! 모다가 굿세여지지를 안헛는가. 모다가 공손해지지를 안헛는가. 그리고 모다가 사양할 줄을 알지 아니하는가. 언덕에는 과수가 무성하고 들에는 백곡(百穀)이 욱어젓다. 증오도 없고 질투도 없고 알력도 없다. 마츰내 싸흠없는 세상이 온 것이다. 싸흠이 없음으로 소위 싸흠을 가린다든 사람도 없고 싸흠을 가려주던 집도 없다. 창과 총은 호미와 낫이 되고 군마(軍馬)는 논을 갈고 옥(獄)은 어린 아해들의 노는 터가 된 것이다.” 일본으로 건너가 영문학을 전공한 김상용이지만 일만여평의 농토를 소유했던 지주의 아들로 자연에 친할 수 있는 기회를 일찍부터 가졌으며, 또 무하선생이라 자칭하였으니, 이 무하(無何)가 <장자(莊子)> 응제왕에 나오는 ‘무하유지(無何有之)’(자연 그대로로서 어떠한 인위도 없는 낙토)에서 취했다면, 그의 묘비에 새겨진 <망향> “인적(人跡)끊긴 산속/돌을 베고/하늘을 보오//구름이 가고/있지도 않은 고향이 그립소”에 나타나는 고향의 문맥에서 <남으로 창을 내겠소>의 세계를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이 시는 3연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각 연의 짜임은 다르다. 제1연의 제1, 4행을 3음보로, 제2, 3행은 2음보로 읽을 수 있다. 1행 3음보는 우리의 전통적 리듬이다. ‘남으로 창을 내는’ 것은 우리의 전통적 주거양식이다. “밭이 한참가리”는 2음보로 읽을 수 있기에 ‘한참가리’가 유장하게 읽혀져 전원의 넓음을 한층 더해준다. 여기서 산을 뒤로 하고 물을 앞에 둔 전원의 전통적 풍경을 그려볼 수 있다. 괭이로 파고 호미로 풀을 매는 작중화자의 끊임없이 땀흘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전원에 밀착하여 호흡을 같이 하는 한 인간이 제시되어 있다. 제2연은 제3행을 제외하고는 각 행이 3음보로 읽혀진다. 전원 곧 자연과 호흡을 같이 하고 있는데 구름이 꼬여낸다고 갈 리가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이 반문은 전원을 떠나지 않겠다는 강한 결의를 나타낸다. 노력한 만큼 결실을 얻어 만족하겠지만 전원에 살고 있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새의 노래도 있다. 그것은 즐거움을 더해준다. 산마루를 넘으며 유혹하는 구름이기보다는 뭇 인간들로 하여금 자기의 곁, 곧 전원으로 와서 자기의 노력의 결실을 함께 누리도록 허용한다. 자연만큼의 조화와 포용과 명랑이 있다. 제3연은 3개의 어휘로 2행을 만들고 있다. 사는 이유를 묻는다면 웃겠다는 것이다. 제3연의 간결함이 그것을 말해준다. 이것은 인생을 관조할 수 있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인생태도라고 하겠다. 이 시에 나타나는 서술어의 단정적 어미로 보아 전원으로 향한 친자연적 삶의 태도가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 ‘김상용의 <남으로 창을 내겠소>’, 윤영옥, <한국 현대시문학의 이해와 감상>, 학문사, 1993
작가의 말
(……) ‘시(詩)’란 작열이다. ‘저’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라 해서 죄는 안 된다. ‘돌’이 갈려 옥이 될 수 없다. 예서 더 진부한 상식이 있겠는가. 능금꽃은 능금나무 가지에 피고······. ‘시의 생성(生成)’은 아메바적 분열작용에서만 유래한다. ‘시’와 ‘시인’은 같은 조각이다. 파란 시의, 시인의 얼굴빛의, 분홍색의 허위성(虛僞性)의 진정(眞正)을 알아야 한다. ‘시는 나다’ 할 수 있는 시인이 ‘피로 썼다’ 할 수도 있다. ‘달이 청첩(請牒)을 보냈다.’ 이 환자를 몽유병자라 진단한 명의(名醫)의 과학에 오류가 없다. 그러나 이때 ‘시’의 산욕(産褥)은 어수선하였다. 진리는 달이라 하나, 시는 허무의 아들로 자처한다. 시에서 모순을 발견치 못하는 건 백치다. 그러나 시의 모순을 사랑하지 못하는 건 백치를 부러워해야 할 속한(俗漢)이다. 시커먼 바위에서 애정을 느낄 수 있을까? 있다. 어떻게? 시커먼 바위에서 애정을 느낄 수 없으니까 느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커먼 바위에서 애정을 느낄 수 있으니까 느낄 수 있다. 이때 위대한 시인은 월계관을 쓰고 동구 앞에 서 있게 되는 게다. 쥐 둥지 하나의 파괴를 로마 성(城)의 함락보다 서러워한 천치(天痴)가 있었다. 이날, 세상은 도량형(度量衡)의 이상(異狀)을 경고한다. 아유(阿諛)할 때 시는 죽는다. 진흙에서 연꽃이 핀다. 이 점에서 자연은 시인이다. 시를 직업으로는 못한다. 정절을 직업으로 할 수 있을까. 시가 거울일 때, 그는 고독의 단 젖을 빤다. - ‘시(詩)’, 김상용, <무하선생방랑기>, 범우사, 2003
관련도서
<월파 김상용 전집>, 김학동 편, 새문사, 1983 <망향>, 김상용, 열린책들, 2004 <무하선생방랑기>, 김상용, 범우사, 2003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출판부,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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