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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작품명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저자
신석정(辛夕汀)
구분
1930년대
저자
신석정(辛夕汀)
생애(1907~1974)
본명은 석정(錫正). 호 및 필명은 석정(夕汀, 石汀, 釋靜), 석지영(石志永), 호성(胡星), 소적(蘇笛), 서촌(曙村). 1907년 전북 부안 출생. 부안보통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에서 한문을 공부했다. 1930년 서울로 올라와 중앙불교전문강원에서 박한영의 가르침을 받아 1년 동안 불전(佛典)을 배웠으며, 이때 회람지 <원선(圓線)>을 편집했다. 1933년 향리로 돌아가 농사를 지으며 작품을 썼던 그는, 이 무렵부터 노장철학과 구미의 자연주의 철학에 경도했고, 시인으로는 타고르와 한용운에 심취, 많은 영향을 받았다. 6·25 전쟁 뒤 태백신문사 고문을 지냈고, 1954년 전주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1955년 전북대학교에서 시론을 가르쳤다. 1961년에 김제고등학교, 1963년부터 1972년 정년퇴직할 때까지 전주상업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했다. 1967년에는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전라북도 지부장을 역임했으며 한국문학상, 문화포상, 한국예술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주요작품 및 작품세계
1924년 <조선일보>에 ‘소적’이라는 필명으로 시 <기우는 해>를 발표한 뒤, 1931년 김영랑, 박용철, 정지용, 이하윤 등과 함께 <시문학>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제3호에 시 <선물>(1931)을 발표함으로써 등단하였다. 1939년 처녀 시집인 <촛불>에서는 하늘, 어머니, 먼 나라로 표상되는 동경의 나라를 향한 희구를 어린이의 천진스러운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목가적인 전원에 귀의하여 생(生)의 경건한 기쁨과 순수함을 노래하는 이러한 경향을 통해 전원시인, 목가시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1935년부터 1943까지 쓴 시 33편으로 묶은 두 번째 시집 <슬픈 목가>(1947)에서는 이상향의 희구가 상실감과 공허감으로 변모되는 시세계를 나타냈으며, 6·25 전쟁 이후 현실 사회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그 후 <빙하(氷河)>(1956), <산의 서곡>(1967)에 이르면서 삶의 체험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주제의식이 문학적 심미성에 선행하는 양상을 보이다가 <대바람 소리>(1970)에서 다시 초기 서정시의 세계로 복귀하고 있다. 그밖의 저서로 <중국시집>(1954), <매창시집>(1958)과, 이병기(李秉岐)와 함께 펴낸 <명시조감상>(1958) 등이 있다. 1939년 인문평론사에서 간행한 시집 <촛불>에 수록된 신석정의 시 작품. 동일한 형식으로 이루어진 세 단락으로 나누어지며, 전달자인 시적 화자가 청자인 어머니에게 전원적인 이상향의 공간인 먼 나라에 갈 것을 청유하는 내용이다. 시인이 지향하는 공간은 ‘노루가 뛰어놀고/먼 바다 물소리 구슬피 들려오며/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공간이다. 지향하는 공간 자체가 현실에서 벗어난 공간으로 시대의 암울함이 탈각된 공간이며, 대지의 공간이고, 요나의 공간이다. 이 공간은 깊은 삼림을 끼고 돌거나 산비탈을 넌지시 타고 내려와야 하는 심원하고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은 절대적 자연이다. 시인이 그토록 갈망하는 공간은 결국 ‘아무도 살지 않는 공간’으로, 실존하지 않는 가상의 공간으로 그려진다. 이것은 자연과 인간이 친화적 관계를 유지하는 무위의 자연을 꿈꾸는 시인의 의식과 그것을 용납하지 않는 현실과의 동일성 상실로 인한 내적 아이러니이다. 이 시의 어조는 어머니에 대한 청유의 양상을 띠고 있는데, 생동감이나 활달함이 아니라 어머니에 의탁되어 있는 유아적 심리를 표출하고 있다. 이 시는 활동적 생활에 기반을 둔 낮의 시간이 아닌, 소명하는 어둠의 시간이나 환상적 노을 등이 주조를 이루는 퇴영적 시간 속에서 시상이 전개된다. 이것은 그의 시의 지향점이 꿈과 어머니에 있기 때문에, 유아적 환상으로 자기를 변모시켜 어머니에게 의탁할 수 있는 소망의 세계에 도달하려는 시인의 의도적 장치이기도 하다. 이 시에서 시인이 꿈꾸는 이상향의 세계는 낙원과 평화, 순결,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숲, 비둘기, 흰 염소, 어린 양, 산국화, 은행잎, 새빨간 능금 등의 이미저리를 통해 그려진다. 또한 서리가마귀는 죽음이나 부정의 전조로서가 아니라 높고 고우며 맑은 이미저리 등과 연결되어 까마귀-자연-새-고향의 병치 은유로 의미가 전이되고 있다. - 참고 :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출판부, 2004 <한국현대문학작은사전>, 가람기획편집부 편, 가람기획, 2000 (······) 석정의 초기시는 무엇보다도 물리적 시간의 질서인 계기성을 거부하는 의식을 토대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에는 역사에 대한 정면 대응이 불가능해진 식민지 시대의 상황 속에서 현실을 거부하고자 하는 석정의 부정적 세계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위압적 현실에 대응하는 석정의 자아는 과거와 미래를 거부하기도 하고, 시간의 흐름에서 일탈한 자아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것은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으로 촉발된 시간의식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여기에서 나아가 석정은 부정적 시간을 내면화하여 현장 공간을 강조하는 형태로 의식의 영역을 확장한다. 이는 현실 그 자체에서 존립하려는 자아의 실존양식으로서 비극적인 현실을 온몸으로 끌어안고자 하는 의지를 내포한다. (······) 석정의 초기시에 드러나는 또 하나의 특징은 상향적 성격이 강한 수직적 시간을 기저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시간은 현실의 비극성에 대립하는 거부의 방식으로 나타나며, 초월지향적 의식 태도로 나타난다. 원형 상징으로 볼 때 상향성은 초월적 인식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초월적 의지가 시에 수용될 때 인식론적으로는 주체와 객체의 대립, 존재론적으로는 자연과 초자연의 대립이라는 이원론적 태도를 환기시켜준다. (······) 일반적으로 상향적 형태로 제시되는 시간적 구조는 계기성을 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순간성을 강조한다. 현재의 순간성은 바로 현재의 삶이 내포하는 긴장을 극복하는 초월의 의미를 띤다. 석정의 시에 드러나는 현실의 정신화란 결국 일체의 현상, 그러한 시간성 자체를 거부함으로써만이 가능해지는 세계이다. (······) 이와 같은 무형의 공간은 시간의 계기성을 거부하는 태도로서 석정의 시에서는 초월적 성격으로 드러난다. 석정의 시 가운데서 초월적 성향이 강한 것들은 시적 자아의 시점에 따라 수직적 상향의식, 수평적 존재인식, 수직과 수평의 통합의식 등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시의 구조는 공간을 시간화하는 데 기여하게 된다. (······) 지상의 수평공간에 사는 존재들을 인식하던 시적 자아의 시선은 점차 수직적 상향성을 띠게 된다. 따라서 시적 자아는 수직과 수평 공간을 포괄하는 의식으로 나아가게 되는데, 이러한 공간은 다음의 시(<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에서 아무도 살지 않는 ‘먼 나라’로 상정된다. 이 미정의 공간에서 시적 자아는 우주적 시점으로 미래의 시간을 현재화하기에 이른다. (······) 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에서 시적 자아는 지상에 있으면서도 ‘먼 나라’로 상정된 원형적인 우주 공간을 상상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나아가 시적 자아는 지평 공간에 부재하는 ‘어머니’에게 거기에서 함께 ‘비둘기’를 키워 지상 공간으로 다시 돌아오자고 역설한다. 여기서의 ‘먼’이란 부사어는 시간적으로는 ‘미래’이며, 공간적으로는 ‘나라’라는 시간과 공간을 동시에 함의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시적 자아가 점유한 위치는 현재 그 자체가 미래를 지향하는 초월의 시점이다. 여기에서 시적 자아는 육도를 윤회하는 육신을 가진 중생관으로써 ‘흰물새, 노루새끼, 비둘기, 흰염소, 어린양, 꿩, 서리가마귀, 꿀벌’ 등을 바라보고 있다. 이것은 인간과 동물의 수평적 자연 전체를 포함하는 불교적 인생관의 내포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연약한 존재에 대한 시적 자아의 연민 의식은 현존의 비극성을 뛰어넘어 현재를 미래의 시간과 동일화하려는 인식의 단초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이 시를 시간 단락으로 나눠보면 다음과 같다. 1, 2연은 미래의 현재화, 3연은 가정적 미래(이상 공간 지향), 4, 5연은 미래의 현재화, 6연은 가정적 미래(현실 공간 지향), 7연~9연은 현재의 미래화의 형태로 분류된다. 이러한 시간 단락은 3연과 6연에서 나타났듯이 시간적으로는 미래와 현재가, 공간적으로는 이상 공간과 현실 공간이 대응하는 질서로 통합된 구조이다. 1연~4연은 미래를 현재화하는 시간으로서 이상 공간 자체를 지향하는 시간 인식으로 파악된다. 3연의 가정적 미래의 시간을 축으로 1, 2연과 4, 5연의 미래의 현재화로 이어지는 시간구조는 미래의 시간을 현재의 시간으로 동일화시키려는 한 방편으로 이해된다. 또한 이것은 이상 공간에 있는 시적 자아가 지상 공간에 있는 ‘어머니’와의 괴리감을 해소하는 데도 기여하게 된다. 이 미래는 시적 자아의 존재성의 근원인 ‘어머니’가 없이는 갈 수 없는 정신적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7연~9연은 현재를 미래화하는 시간의 양상이 드러난다. 현실공간 자체가 6연의 가정적 미래 시간을 기점으로 미래적 현재로 제시된 공간인 것이다. 여기에서 ‘먼 나라’에 가는 때는 지금 이 순간이 아니라 미정적으로 추정한 ‘그때’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라는 현재 시제로 제시되면서 시간과 공간의 질서가 해체되기에 이른다. 이 가정적 미래의 시간은 8연의 ‘오늘’이란 시간을 축으로 현재화되는데, 이것은 시적 자아의 소망적 시간과의 심정적 거리를 좁혀주는 구실을 한다. 동시에 이것은 공간적으로는 지평 공간이 초월 공간으로 전이된 것이며, 시간적으로는 현재 자체가 미래이자 과거인 종교적 초월의 시간으로 귀의한 것을 의미한다. 이상과 같이 석정의 초기시는 현재를 미래의 시간과 동일화시켜 초월공간으로 귀결되는 형태를 보여준다. 이것은 식민 지배라는 현재적 삶이 내포하는 갈등과 긴장을 극복하기 위해 계기적 시간을 거부하고 초월하려는 석정의 자아가 선택한 방식이다. 비극적인 삶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대결보다는 화해를 전제로 하여 한 대상에 자신의 참모습을 던져버림으로써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초월의 세계는 공간적으로는 지평 공간이 초월 공간으로 전이된 것이며, 시간적으로는 현재 자체가 미래이자 과거인 종교적 시간으로의 귀결을 의미한다. (······) - <석정 시의 시간과 공간>, 강희안, 국학자료원, 2004
작가의 말
(······) 일제의 손아귀에 조국이 강점당하고 민족의 보전마저 위태로운 암흑 속에서 정치 경제의 풍요한 배양토에 뿌리박지 못한 예술의 개화란 아예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러한 일제의 야수적 탄압 밑에서 나의 문학수업은 시작되었던 것이니 어찌 생각하면 한낱 사치스러운 분외의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어떤 분은 일제 강점 밑에서 이루어진 모든 문학운동은 노예문화에 불과하다고 말한 바 있지만, 일제의 탄압 속에서 비롯하고 가까스로 성장한 우리 신문학이 남긴 발자취는 그런대로 일본 어족(語族)에 고스란히 빨려들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부리던 처절한 운명을 자그나마 긍지로 돌리는데 인색할 필요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나의 첫 시집 <촛불>에 담은 시편들은 모두 이런 어두운 상황(1920년대) 속에서 얻어진 것들이다. (······) 이것(<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은 대표작이라느니보다 내가 닦은 학문의 철학적 근거가 그 기층에 깔려 있는 작업으로 시집 <촛불> 속에서 마음에 드는 작품이요 힘들인 것이어서 골라보았다. 그 당시 나는 중앙불전(中央佛專)에 적을 두고, 석전(石顚) 박한영(朴漢永) 스님 밑에서 불전(佛典)을 배우는 한편 시문학사(詩文學社)를 드나들던 때로 노장철학(老莊哲學)과 타골을 탐독하면서 만해(萬海) 한용운(韓龍雲) 스님을 자주 찾아다니던 무렵으로 이 작품에는 이 두 시인의 시적 기법과 정신이 크게 그 저변에 깔려 있을 뿐 아니라 한편 도연명(陶淵明)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서 받은 영향도 크다 아니할 수 없다. 이 일련의 시가 발표되자 안서(岸曙) 사백(詞伯)의 눈에 머무르게 되어 나도 모르는 사이 목가시인(牧歌詩人)이라는 레테르가 붙게 되었던 것이 바로 그 무렵의 일이었다. 뒤이어 편석촌(片石村)도 “소음 난조에 찬 현대문명의 매올 모르는 <다비데>에 행복한 고향에 피폐한 현대인의 영혼을 위하여 한 개의 안식처를 준비하고 있는 그의 목가는 그 자체가 견지에 따라서는 훌륭하게 현대문명에 대한 간접적인 비판이기도 하다”고 그의 시론에서 말하고 있는 것으로 보았을 때 부정보다는 긍정이라는 편이어서 망국의 민족으로 태어났으되 쓰러지기에 앞서 <촛불>에 담은 작품정신을 내 영원한 인간 수업의 지주로 삼았던 것이다. (······) - ‘상처입은 작은 역정의 회고’, 신석정, <한국현대시요람>, 박영사, 1974
관련도서
<석정 시의 시간과 공간>, 강희안, 국학자료원, 2004 <신석정 문학 연구>, 오택근, 국학자료원, 2003 <시적 담론과 평설: 신석정·서정주 대표작 해설>, 송하선, 국학자료원, 2003 <신석정>, 윤여탁, 건국대출판부, 2000 <신석정 연구>, 국효문, 국학자료원, 1998 <신석정의 문학과 인생>, 김민성 편, 부안문화원, 1997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출판부, 2004 <한국현대문학작은사전>, 가람기획편집부 편, 가람기획,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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