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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녀풀이

작품명
잠녀풀이
구분
1980년대 초중반
작품소개
제주 놀이패 수눌음의 <잠녀풀이>는 일제시대 제주 해녀들의 투쟁을 그린 작품으로 1982년 12월 수눌음 제4회 정기공연으로 무대에 올랐다. 이 작품은 “균형 있는 구성과 집단적인 민중 인물형의 형상화에 성공함으로써 1980년대 초중반 가장 우수한 작품으로 꼽”(이영미)힌다. <잠녀풀이>는 제주 공연 이후 1983년 2월 25일부터 3월 1일까지 연우무대 초청으로 국립극장 실험무대에서 공연되었다. 1984년 발간된 <공동체문화>(도서출판 공동체) 1집에 대본과 연출노트가 수록되어 있다.
작품내용
[첫째 마당] 극은 바다에서 숨진 잠녀(潛女)들을 위한 ‘요왕[龍王]맞이’로 시작된다. 요왕맞이는 바다를 차지한 요왕을 맞이하여 축원하고, 바다에서 익사한 넋을 건져내 위무하여 저승으로 보내는 굿이다. 짚으로 익사자의 메치메장(인형)을 만들어 심방이 그것을 업고 바다에 들어가 감상기(신을 강림시키는 기(旗)로 대나무 가지에 종이기를 묶어 만든 것)를 양손에 들고 혼을 불러 그 인형에 주입시킨다. 그리고 메치메장을 풀어 눕혀 염습한다. 수의를 입히고 동심결을 놓고 진짜 시체 다루듯 한다. 그 다음 상여를 메고 행상을 하는데 굿의 제차에 없는 삽입 부분이다. 행상이 끝나면 시왕맞이 때와 마찬가지로 저승으로 보내는 길을 치워 닦는 질치기(신이 오는 길을 치워 닦는 의식)를 하고 혼을 부르고 원미권참하며 상복차림의 가족들이 곡을 한 후 징을 들어 방광침(사령이 저승의 좋은 곳으로 가도록 비는 내용)한 후, 열두 문 열리는 신칼점을 하며 열두문을 걸어 나간다. 신칼점을 칠 때 신칼날이 한쪽을 향한 자부연다리가 되면 “열려맞자”하는 큰 소리와 함께 징을 울리며 그 문을 떼어 던져 다음 문으로 들어가고, 점괘가 나쁘면 몇 번이고 반복한다. 열두 문을 다 지나면 영혼상을 안방으로 모셔들이고 다음 제차로 넘어간다. 굿이 끝나면 <해녀 뱃노래>와 함께 거친 파도와 싸우며 노를 저어 가는 자연과의 힘겨운 투쟁을 민요와 노젓는 마임으로 보여 주고, 불법 어로 작업을 하는 왜놈 어선에 항의하다가 능욕을 당하고 목숨까지 빼앗기는 처절한 삶의 모습을 통해 응어리져 온 한을 아주 느린 가락으로 늦추어 민요를 부름으로써 한숨소리로 표출하게 한다. [둘째 마당] 혁우동맹이 실시한 야학 운동의 과정을 학습놀이의 형태로 풍자한다. 시국담과 한글 교육을 통해 잠녀들의 사고방식은 보다 적극적이고 현실화된다. 제주도의 토착 양반이자 지식인임을 자처하는 유림과 혁우동맹과의 대립을 통해 당시 이 바닥 지식인들의 색다른 두 가지 입장을 파악한다. [셋째 마당] 제주도 어촌 생활의 일면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남편은 아기구덕(아기를 잠재우는 요람)을 흔들며 아기를 잠재우고 잠녀들은 저승길 왕래에 비유되는 물질을 나간다. 기다림의 지루함과 만남. 굿중 놀이인 ‘오줌싸개 방법’을 통하여 성적이고 원초적인 활달함을 보여 준다. 물질 해서 수확한 어로 채취물은 당시 착취기관에 낮은 값으로 빼앗기다시피 넘겨지고 생계 유지가 힘들 정도로 핍박받게 되자 수차례에 걸쳐 합법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만 일방적으로 묵살되고 잠녀들은 분노한다. [넷째 마당] 요란한 시장의 정경을 놀이화했다. 당시 도사(島司) 겸 조합장이 세화리를 지나간다는 정보를 입수한 천여 명의 잠녀들은 장판(그날은 세화리 장날이었음)에 모여 요구 조건을 다시 호소했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자 분노한다. 잠녀들은 조합장이 탄 차를 부수고 봉기한다. 이에 육지에서부터 일본경찰대가 파견되어 본도 일본경찰과 합세하여 봉기 가담자를 수색 체포한다. [다섯째 마당] 재판을 통해 잠수, 혁우, 유림, 일본의 입장을 살펴본다. 침략자 일본의 악랄함과 혁우, 유림의 한계에 대한 분명한 인식은 잠녀들에게 새로운 삶이 모색됨을 보여준다. 그러한 과정은 뒷풀이의 굿 ‘석살림’으로 이어진다. 석살림은 궤궤잔잔한 신을 살려내는 신명굿이다. 조금씩 신명이 더해져 광란하는 난장벌림의 뒤풀이가 된다.
출연/스태프(1983년 2월 국립극장 공연)
출연 잠녀1/이희경 잠녀2/김옥임 잠녀3/문정순 잠녀4/강동임 잠녀5/홍죽희 어부/정공철 도사/김인숙 일인1/김수범 일인2/한재준 중간상인/고대언 혁우/김수열 유림/강동훈 스태프 작/공동창작 연출/공동연출 조명/김창배 소품/오채심 의상/강정미 진행/한양은·임창홍
예술단체
수눌음 제주도 탐라민속문화연구회 수눌음(‘두레’나 ‘품앗이’에 해당하는 제주 말)은 제주대학교 극예술연구회 구성원(문무병, 김수열, 김창후, 김후배, 강남규 등)들이 1980년 8월 2일, 3일 양일에 걸쳐 마당극 <땅풀이>를 공연하면서 탄생했다. 이들은 수눌음 소극장을 열고 제주도의 토지 투기문제를 다룬 <땅풀이>·<태손땅>, 1932년 해녀들의 항일투쟁을 다룬 <잠녀풀이>, 대몽항전을 다룬 <항파두리놀이> 등의 역사물을 공연하면서 현실을 우회적으로 비판하였다. 수눌음은 1983년 10월 31일 제주대학생 시위와 관련되어 해체되었고, 수눌음 발기인이었던 문무병, 김창후, 김수열은 198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여로 인해 해직되기도 하였다. 이후 1987년 7월 제주문화운동협의회가 조직되자 산하에 마당극 조직인 놀이패 한라산이 창립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비평
(……) 수눌음이 <잠녀풀이> 속에서 규정해 놓은 마당굿의 원리는 위와 같은 현실의 정확한 대응물이다. 비극적 현실이 ‘영계울림’(‘영혼울림’의 뜻으로 과거 죽은 자의 원한내력을 무당(배우)이 공수받아서 울먹이면 이것을 보는 제주(관객)들이 한바탕 울음을 터뜨린다는 것인데 과거의 삶과 현재의 삶이 공유하는 비극적 동질성 속에서 새로운 힘, 즉 신명을 획득하는 것이라고 한다)의 틀 속에서 굿적인 의미망으로 격상되어질 때 무한한 역설이 꿈틀대기 시작하면서 한의 카타르시스와 역동적인 주체의식을 획득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비극적 현실이 역설적 환희가 꿈틀대는 굿적인 전망으로 전화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과연 굿적인 전망이 구체적인 정신의 역동력으로 얼마만큼 작용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막연한 신비주의적 카타르시스와 어떻게 다른 것인가 하는 문제가 여전히 남는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판단은 바로 그 비극적 역사를 공유한 제주도 공동체의 구성원 자신들만이 내릴 수 있는 것이리라. 제주도의 ‘마당굿’이 이념형적 지향을 강하게 내포하고 있는 기존의 마당굿과 변별되는 가장 핵심적인 측면은 바로 여기에 있으리라 생각된다. (……) <민족극 대본선 1 – 전문연행집단 편>, 민족극연구회 엮음, 풀빛, 1988 (……) 현실 상황과 극중 상황의 넘나듦은 극중 상황이 현실 상황과 반드시 일치되게 설정된 경우가 아니어도 그 효과를 발휘하곤 한다. 예컨대, 앞서 예를 들었던 <잠녀풀이>의 경우가 그러하다. 일제시대 제주도 해녀들의 시위라는 상황과 현재의 시공간은 결코 일치하지 않으며, 그래서 해녀들의 선창에 따라 구호를 외치는 장면에서 관중들은 극 안의 인물로 참여하는 것이 된다. 그러나 일제시대 해녀들의 고통과 현재 관중들의 현실 사이의 간극을 역사적 상상력으로 뛰어넘을 수 있는 관중들이라면 극중 상황 속에서의 해녀집회에의 참여로 현재의 집회에 대한 욕구를 채우게 되는 것이다. 특히 자유로운 집회가 허락되지 않았던 1970년대와 1980년대 중반까지의 마당극은 이렇게 과거의 투쟁 사례나 허구적인 사건 설정을 통해서도 당시 관중들의 집회적 현장성을 만들어내게 되었고, 그래서 대리집회적 성격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 <마당극양식의 원리와 특성>, 이영미, 시공사, 2001
관련도서
<민족극 대본선 1 – 전문연행집단 편>, 민족극연구회 엮음, 풀빛, 1988 <민족과 굿>, 학민사, 1987 <공동체문화> 제1집, 도서출판 공동체, 1984
연계정보
-돌풀이
-태손땅
-항파두리놀이
관련사이트
놀이패 한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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