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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

작품명
그늘
구분
1980년대 초중반
작품소개
<그늘>이 공연되던 1982년 3월 부산은 정치적으로 매우 긴장된 상태였다. 바로 전 해인 1981년에 5공화국 최대 용공조작사건으로 일컬어지는 ‘부림사건’이 있었고, 이 작품이 공연된 직후에는 그 역시 유명한 ‘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사북사태’를 다룬 작품이 공연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1980년 4월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 동원탄좌 사북사업소에서 일어난 ‘사북사태’는 광부들의 민주노동조합 건설과 임금인상 요구가 경찰과 회사 측의 탄압에 부딪치면서 ‘총파업’으로 폭발한 사건이다. 그러나 당시 정부와 언론이 이를 술 취한 광부들의 ‘유혈난동’으로 선전하면서 일반인들에게 사북의 진상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부산지역의 대학문화패연합이 이 작품을 공동창작·연출하여 부산시내 한복판 미화예식장에서 전위무대라는 기성극단의 이름으로 공연했다.
작품내용
[첫째판] 동해안 안인진의 처녀 해랑은 왜구에게 끌려가 죽는다. 어부들은 용왕의 사자가 해랑을 용궁으로 모셔가 어부들의 수호신이 되었다며 사당을 세운다. 해랑은 박제화된 신의 자리를 박차고 나와 현실에서 다시 태어난다. [둘째판] 사북의 광부들이 회사의 탄압에 맞서 민주적인 노동조합을 구성하고 임금인상을 요구한다. 그러나 경찰과 회사의 무자비한 탄압으로 많은 사람들이 부상당하고 구속된다.
출연/스태프
스태프 작/공동창작 연출/공동연출
비평
(……) 이 마당극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첫째 판은 동해안 안인진이라는 어촌의 해랑제에 얽힌 얘기이고 둘째 판은 바로 사북항쟁을 다룬 부분이다. 작품의 전반부는 왜구에 끌려가 욕을 보고 처참한 죽음을 당한 해랑이라는 처녀를 용왕의 사자가 용궁으로 모셔가 배필을 삼았다고 미화하여 결국 어부들의 수호신으로까지 변모시키는 과정을 보여준다. 해랑설화가 현실적 의미를 상실한 채 단순한 양물제나 풍어굿, 결혼굿 따위의 ‘의식’으로 정착되면서 해랑이라는 역사적 인물(외세의 희생물인 힘없는 민중)은 탈역사적으로 신비화된 우상으로 전락한다는 것이 이 부분의 메시지이다. 이러한 메시지는 “신화는 인간 속”에 있고 “인간의 체험이 곧 신화”이며 “인간의 한을 잊어버린 신은 사람들의 생활과 무관해지고 만다”는 해설자의 말로 표현된다. 해랑은 그래서 사당에 모셔진 박제화된 신의 자리를 박차고 나와 어느 어촌 청년의 육신 속에 들어가 고달픈 현실 생활로 돌아온다. 신화가 역사로, ‘굿’이 ‘극’으로 전화되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이제 전반부의 다분히 ‘굿’적인 신비스러운 분위기는 후반부의 ‘극’적인 현실적 갈등상황으로 바뀐다. 전반부가 해랑과 무당의 주술적인 사설과 춤을 둘러싼 어촌 주민들의 치성과 한풀이 의식으로 채워져 있다면, 후반부에는 광부들과 어용노조 및 경찰 측의 대립과 갈등, 싸움이 사실적인 대사와 사실주의적 연극술로 재현된다. 이러한 이질적인 연극원리의 사용에 의한 전후반부의 대조적 분위기는 마당극에서 흔히 보이는, 각 과장의 독립·병치라는 관행을 따른 결과인 듯하다. 그러나 여기서는 이러한 극작술이 결과적으로 작품의 초점을 흐트러뜨리는 역기능을 하고 있다. 즉 전반부가 신화의 탈역사화를 비판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지만, 그것이 후반부의 사북항쟁의 의미를 드러내는 데는 방해가 되는 이질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차라리 전반부는 따로 떼어 별도의 독립된 작품으로 꾸미는 것이 어땠을까? 이것은 혹시 공동창작에 의해 주제의 통일이 이루어지지 못한 탓은 아니었을까? 공동창작의 장점은 이미 여러 차례 강조되고 확인된 바 있으나 때로는 주제나 구성을 산만하게 하고 전체적인 작품수준을 떨어뜨리는 ‘하향평준화’의 부작용을 낳는 요인도 되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사북항쟁이라는 은폐된 사건을 정공법으로 다룬 최초의 연행예술작품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사북’의 진실을 힘차게 드러내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특히 광부로 분한 배우들이 순간적으로 정지동작에 들어갔다가 자기 역을 이탈하여 서사적 해설자로 변하는 기법이라든가, 슬라이드나 녹음테이프를 이용한 사실자료의 제시는 ‘사북’의 현재적 진실을 부각시킨 탁월한 착상이었다. ‘사북’이 단순한 우발적 사건이 아니라 민중의 생존권을 찾기 위한 ‘인간다운 싸움의 시작’임을 이 작품은 생생하게 보여준다. (……) <영남의 민족극 1980~1989>, 정지창·김사열 엮음, 도서출판 우리, 1989
관련도서
<영남의 민족극 1980~1989>, 정지창·김사열 엮음, 도서출판 우리,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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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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