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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오광대

작품/자료명
진주오광대
전승지역
경상남도 진주시
지정여부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27호
구분
탈춤
개요
경상남도 진주시에 전승되어오던 탈놀음이다. 진주오광대는 진주 시내 한량들이 모여 놀던 토착적인 오광대를 가리키지만, 진주 지방에는 두 종류의 오광대가 연희되어 왔다.즉, 현재의 진주 지역에는 진주에 본거지를 두었던 전문 유랑예술인집단인 솟대쟁이패의 오광대와, 과거 진주군 도동면 소재지였던 하대리(사천시 하대동)에 전승되었던 보다 농촌적인 〈도동오광대 道洞五廣大〉가 그것이다.진주오광대는 100여 년 전에 초계 밤마리(사천군 德谷面 栗旨里)의 대광대패가 공연한 것을 보고 시작하였다 하고, 신반(지금의 宜寧郡 富林面 新反里)의 대광대패가 공연한 것을 보고 시작하였다고도 한다.
흐름
이 놀음은 진주 고을의 세시적인 대동놀이로 전승되다가 1920년대말에 쇠퇴하였으나, 1930년대 초에 민족주의적인 향토문화 부흥운동과 때를 같이하여 재공연되었다. 이 시기의 공연에는 지방의 지식층 청장년들과 기생들이 참여하였고, 1936년 일제에 의하여 중단되었다가 일제의 탄압으로 1937년 마지막으로 공연을 한 후 명맥이 끊겼다. 이후 이듬해에 ‘개천예술제’에서 일부 공연되었다. 1930년 대에 오광대를 놀았던 김치권(金致權), 최선준(崔善俊) 등이 복색을 갖추어 1958년 재연된 적이 있고, 1961년 리명길(李命吉)이 새로 연희본을 만들기도 하였다. 그러나 끝내 완전한 형태의 재연이 실현되지 못하고 그 전승이 단절되었다. 1996년부터 진주 ‘삼광문화재단’이 주관으로 해마다 열리는 ‘진주탈춤한마당’이 탈춤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1997년(문화유산의해) 제2회 ‘진주탈춤한마당 학술 심포지움’에서 진주오광대 복원 가능성이 학술적으로 논의되었다. 1997년 진주 시민들을 중심으로 ‘진주오광대복원사업회’(이사장 김수업 경상대 국어교육과 교수)가 발족되어 800여 명의 진주시민들이 3,000만원 이상의 성금을 지원하였고, 진주시에도 이 복원사업에 2,300만원을 보조하였다. 1998년 5월 23일 제1차 복원발표공연 이후에 제11회 전국민족극 한마당, 제48회 개천예술제, 진주고등학교 학예제 등 몇 차례 초청공연을 가졌고, 1999년 6월에는 제30회 경상남도 민속예술경연대회에 진주시 대표로 참가하였다. 진주오광대 복원사업회의 연희부는 주 2~3회의 정기연습과 이론세미나, 자체전수 등을 가지면서 꾸준히 진주오광대 복원을 이루게 되었다. 이 놀이는 음력 정월 보름날 저녁에 행해지는데, 장소는 봉곡동 타작마당 거리, 상봉동 정상진 정미소 마당, 계동 진주청년회 앞마당 거리 등이었다. 당시 농사를 짓던 진주 북부지역의 타작마당 같은 넓은 터에서 주로 공연되었는데, 진주 운동장, 삼포극장 등에서도 공연되었다.
진주오광대의 복원 근거
진주오광대 연희본이 일찍부터 채록되어, 정인섭본(1928), 송석하본(1934), 최상수(崔常壽)본(1958), 리명길본(1962) 등이 복원 연희본 구성의 토대가 되었다. 특히, 1930년대 스무살 안팎의 나이로 몇 차례 ‘각시’역을 맡아 놀았던 배문준옹이 아직 살아 계셔서, 이 분의 풍물과 연희내용, 노래에 대한 제보를 토대로 하였다. 탈, 의상, 소품은 1934년 송석하 선생이 찍은 공연 사진과 1996년 고려대 전경욱 교수에 의해 국립중앙박물관이 보관해 오던 탈 17개가 발견됨으로써 당시 탈놀음의 모습을 충분히 짐작하여 복원하였다.
내용
진주오광대는 춤이 주가 되고 재담(臺詞)과 몸짓, 노래가 곁들여 연희된다. 꽹과리, 북, 장구, 징, 해금, 피리, 젓대 등으로 주로 굿거리 장단을 연주하고, 이에 맞추어 변화가 많은 덧뵈기춤을 바탕으로 등장인물의 성격에 따라 진춤, 문둥춤, 중춤 등을 춘다. 탈은 오방신장, 문둥이, 무시르미, 어딩이, 옹생원, 차생원, 할미, 중, 상좌, 소무 등 20개 내외이며, 탈을 쓰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로는 의원, 무당 등이 있고, 생원, 작은마누라 등은 다른 마당에 사용한 탈을 대용한다. 탈의 재료는 바가지가 대부분으로, 그 위에 종이를 입체적으로 붙여 색을 칠한다. 오방신장탈과 포졸탈은 종이로 만든 평면적인 것이다. ①오방신장무(五方神將舞) 마당 호수립(虎鬚笠)을 쓰고 중치막을 입은 동방청제장군 (靑帝將軍), 서방백제장군(白帝將軍), 북방흑제장군(黑帝將軍), 남방적제장군(赤帝將軍), 중앙황제장군(黃帝將軍)이 염불 장단에 맞추어 느린 굿거리 장단에 따라 말없이 진춤을 춘다. 이것은 오행설에 따른 벽사진경의 의식무라 할 수 있다. ②문둥이 마당 동방 청탈, 남방 적탈, 서방 백탈, 북방 흑탈, 중앙 황탈, 곧 오방지신(五方地神)이 나타나서 갖가지 병신춤을 추고 놀면서 무서운 질병의 신을 몰아내고 안녕과 평화를 지켜주는 마당이다. ③양반마당 말뚝이가 등장하여 채찍으로 다섯 문둥이를 쫓아내고 생원을 부르면 생원, 차생원, 옹생원이 등장하고, 말뚝이가 이들 양반을 찾아다닌 경로를 말하면서 양반의 도덕적 부패상을 폭로하고 비판한다. ④중마당 소무(小巫)가 타령장단에 맞추어 손춤을 추고 있는 곳으로 상좌를 앞세운 중이 나와 소무를 유혹하는 춤을 춘다. 이것은 파계승을 풍자한 마당이라 할 수 있다. ⑤영감, 할미마당 생원과 할미가 헤어졌다 상봉하였는데, 첩을 데리고 왔다고 할미가 질투하자 영감이 할미를 차서 기절시키고, 의원이 치료해도 효험이 없자 무당을 데려다 굿을 한다. 생원이 굿을 중단시키고 여색을 좋아하는 중을 잡아다가 매를 때리고, 중은 중노릇도 못하겠다는 자탄가를 부른다. 넷째와 다섯째 마당은 대본에 따라 하나로 합쳐지기도 하고, 중이 처벌 받는 장면이 영감, 할미의 다툼장면 다음에 삽입되기도 하고 화려한 팔선녀가 나오기도 한다.
전승자 정보
놀이대본으로는 1960년대초 재연하기 위하여 신길룡(愼吉龍) 주관, 김치건(金致健) 구술, 김준호(金駿鎬) 필사로 만든 <오광대각본 五廣大脚本>이 전한다. 이름난 놀이꾼으로는 최선준(崔善俊: 옹생원, 어딩이 역), 정종근(鄭鍾根: 소무, 중 역), 강석진(姜碩珍: 말뚝이 역), 덕현(梁德現: 할미 역), 신길룡(할미 역), 문장현(文章現: 악사) 등이 있었다. 이들보다 10여 년 후배로 김치건(말뚝이 역)이 있었고, 생존한 놀이꾼으로는 이재영 (李在榮: 말뚝이 역)이 있다.
연희본
(무형문화재 지정 복원 연희본으로 진주오광대 보존회의 김수업씨가 작성하였음) 첫째 마당 : 오방신장놀음 피리, 젓대, 새납, 해금, 장고, 북, 꽹과리, 징으로 합주하는 염불 장단이 울린다. 황색 철릭을 입고 호수립(虎鬚笠)에 누른 탈을 쓴 ‘황제장군’, 청색 철릭에 호수립과 푸른 탈을 쓴 ‘청제신장’, 백색 철릭에 호수립과 하얀 탈을 쓴 ‘백제신장’, 적색 철릭에 호수립과 붉은 탈을 쓴 ‘적제신장’, 흑색 철릭에 호수립과 검은 탈을 쓴 ‘흑제신장’이 차례로 춤을 추며 나와서 제 방위에 자리를 잡는다. 장단이 굿거리로 넘어가면서, 중앙의 황제장군은 동방 청제장군으로부터 북방의 흑제장군까지 차례로 서로 보고 맞춤을 추면서 자리를 확인하듯 진춤을 춘다. 사방의 사제장군들이 오른쪽으로(시계 방향으로) 자리를 옮겨가며 춤추면 중앙의 황제장군은 제자리에서 방향만 따라 돌면서 춤춘다. 마침내 한 바퀴를 돌아 다시 제자리까지 오게 되면, 등장하던 차례를 거꾸로 하여 흑제장군부터 천천히 사라진다. 춤은 천상의 신장이 지상에 내려와 온갖 악귀를 물리치듯 조용하고 점잖으면서도 힘차고 장중한 맛이 있다. 둘째 마당 : 오문둥이 놀음 마지막 황제장군이 사라지자마자, 징, 꽹과리, 장고, 북의 부정적궁의 장단이 울린다. 두루막없이 주대님하고 오방색의 바가지탈을 쓴 ‘문둥광대’ 다섯이 광중 속 아무데나 있다가 여기 저기서 느갓없이 나타나 자빠지기도 하고 누워서 구불기도 한다. 장단이 세마치로 바뀌면서 춤의 동작도 발랄해지고 해학적으로 바뀌어 유쾌하고 속한 맛이 나는 병신춤을 한바탕 춘다.’한편에서 키가 크고 짚으로 만든 유두박을 머리에 쓴 ‘어딩이’가 ‘무시르미’를 업고 반신불수 걸음으로 절뚝절뚝 들어와서 업은 아이를 내려 놓고는 부자가 어울려 저들도 메마치 장단에 맞추어 한바탕 춤을 춘다. 무시르미는 머리에 고깔, 얼굴에 청홍색의 심한 곰보탈을 쓰고 한 손에는 <강남서신사명(江南四神西神使命)>이라 쓴 손님기를 들었다. 이때 장단이 뚝 그치면 춤도 그치고, 황탈이 무슨 일인가 하여 사방을 둘러보다가 어딩이와 무시르미를 보고 손님기를 든 무시르미에게 손가락질을 하면서 황탈 : 저 개새끼 같은 거지가 들어와서 우리 노는 굿을 훼방을 났비네 그래! 어딩이 : 엑기순, 양반을 몰라보고 개새끼라니! 황탈 : 양반? 우째서 너으가 양반이란 말이고? 어딩이 : 우리 고을 양반 생원님이 벼슬하러 서울 가시고, 안방 마누라님은 낫값도 못하고 젊은 말뚝이 하고 눈이 맞아, 이 아아를 낳았는기라! 오탈 : 그래서 우쨋단 말이고? 어딩이 : 남새시러워 자식은 못 키우고, 갓낳은 그날부터 걸식하는 내한테 양아들로 조오서, 칠년동안 금지옥엽으로 키웠다 아이가, 그런깨, 씨는 나빠도 밭은 양반의 밭에서 났다 그말이재. 청탈 : 절룸바리 양반이구마. 그러나 씨 자쁜 절름발이는 못 쓰는 양반인기라. 야이 팍삭 얼근 곰보야. 어딩이 : 엑기순, 모도 더럽게 고약하군 적백흑탈 : (모두 발을 구르며) 이놈, 저리 썩 나가거라. 어딩이가 무시르미를 업고 도망을 하여 한쪽 구석에 쪼그리고 숨는다. 그러자 문둥광대 다섯은 한 데 모여 뭔가 상의하는 듯하더니, 황탈 :(큰 목소리로)일기도 좋고, 다섯이 모인 짐애, 마산공원!(馬山公員) 청탈 : 어이 황탈 : 통영공원!(統營公員) 적탈 : 어이 황탈 : 단성공원!(丹城公員) 백탈 : 어이 황탈 : 섬천공원!(陝川公員) 흑탈 : 어이 황탈 : 땅땅구리 노름이나 한판 하자! 모두 : (이구동성으로) 그리하세! 그것 좋지 다섯이 둘러 앉아 돈을 태워놓고 투전으로 노름을 시작하는가 싶더니, 흑탈 : (투전짝을 들고 주먹으로 당을 치며 일어서서 큰 소리로) 익크! 이게 뭐꼬? 앵도씬가 보도씬가, 석화산에 물방안가, 쾅쾅 내려 백이는구나!(하며 좋아라고 꺼덕이며 이리저리 춤을 춘다) 백탈 : (흑탈과 비슷한 동작으로) 이게 뭐꼬 저게 뭐꼬, 오동동 굿나오고, 색주가 판났구나, 고기값은 올라가고, 술값은 떨어진다. 갑자고리로구나!(하며 흑탈처럼 춤을 춘다) 적탈 : (백탈과 비슷한 동작으로) 오퓩팔 떡당세기, 가마뒤를 따라간다. 갑오갑자 고리로구나!(하며 춤을 춘다) 청탈 : (앞 사람들과 비슷한 동작으로) 구십 노인이, 구절 죽장을 짚고 영창 뒤으로 비껴서는구나! 좋구나!(하며 춤을 춘다) 황탈도 함께 일어나 모두 모아놓고 끝수를 맞추어 보지만, 서로 자기 끝수가 높다고 다투느라고 야단법석이 벌어진다. 어딩이와 무시르미가 다시 슬글머니 나타나서 어슬렁거리다가 노름판이 한창 무르익은 틈을 타고 어딩이가 갑자기 돈에 욕심이 생긴 듯이, ‘에헤!’ 하더니 판돈을 훔쳐서 구경꾼 속으로 도망을 친다. 돈이 없어진 것을 아아차린 오탈들이 놀라며 사방을 두리번거리다가 이구동성으로, 오탈 : 돈이 다 어디 갔빘네! 청탈 : 아까 왔던 거지새끼 소행이다. 잡아오자! 오탈들이 어딩이를 잡으러 구경꾼속으로 달려가서, 잡는 체하면서도 ‘어딩이’를 부르면서 속히 잡지는 않고, 이리 저리 쫒고 한참 숨바꼭질을 하다가 마침내 붙잡아 온다. 황탈 : (어딩이에게) 네 이놈 니 돈 가지고 가서 우쨌노? 어딩이 : 아이구 살려 주이소, 나는 반신불수고, 이 자식이 손님을 앓아서 그으 좀 구해볼라꼬 그랬십니더. 용서해주이소. 돈은 여기 있습니더. 오탈들이 서로 쳐다보다가 그 정상에 감동하는 듯하다. 청탈 : (황탈을 보면서) 정상이 불쌍하다. 백탈 : 오늘 우리 술 한잔 사먹은 셈 치고, 그 돈 그만 주어뿌자. 흑탈 : (용서할 수 없다는 태도로) 안 된다. 그거너! 적탈 : 고마 한 사람 살리주자! 황탈 : (어딩이를 보면서) 니 다시 그런 나쁜 짓 안 할래? 어딩이 : 예, 다시는 그런 짓 안 하겠십니더. 황탈 : 그라모 그 돈 니가 다 가지가라! 아아 업고 썩 물러 나가거라! 어딩이가 고마워하면서 무시르미를 업고 황급히 사라진다. 오탈 : 우리 오늘 좋은 일도 했으니, 한바탕 놀아보세. 황탈 : (장단은 장타령으로 바뀌고, 황탈이 가운데로 나오면서) 어 허품바나 잘한다. 품바 품바나 잘 한다.(하며 각설이 춤을 추자 모두 나와서 함께 ‘각설이 타령’을 부른다.) 작년에 왔던 각서리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이거리 저거리 각거리 진주 맹건 도맹건 짜악 바리 히양건, 도루매 줌치 장또깐 머구 밭에 덕서리, 칠팔월에는 무서리 동지 섣달에 대서리, 어허 품바 잘한다. 품바 품바 잘한다. 셋째 마당 : 말뚝이 놀음 오탈의 각서리춤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희색 바지 저고리에 검은 등거리를 입고, 바가지탈에 패랭이를 쓰고, 그 위에 명주수건을 망건쓰듯 두르고 황청홍색 허리띠를 허리와 무릎밑까지 맵시있게 맨 ‘말뚝이’가 오른손에 쥔 말채찍을 목 뒤로 걸고 나타난다. 말뚝이 : (큰 소리로) 제 껏더리 나와서, 점잖깨나 빼 쌌네.(하면서 째쭉째쭉한다.) 문둥광대들은 보고서도 못본 체하고 있었으나, 말뚝이가 채찍을 휘둘러 거두면 그만 쫒겨서 달아난다. 혼자 남은 말뚝이가 덧뵈기 장단에 맞추어 한바탕 춤을 추로 난 다음, 공연히 양반을 세번 부른다. 말뚝이 : 여보 새안님! 새안님! 새안님! (대답은 없고 저쪽에서 ‘생원님’이 ‘옹생원’과 ‘차생원’을 데리고 점잖을 빼며 흔들흔들 나온다) 생원님 : 이런 제미를 붙고, 능각대명(陵閣大明)을 우줄우줄 갈 이놈들이, 근일 음풍(陰風) 잔야(殘夜)에 귀신난 듯 모아와서, 말잡아 장구메고, 소잡아 북매고, 개잡아 소구매고, 안성마침 갱쇠치고, 홍문연(鴻門宴) 잔체처럼 양반의 천륭 뒤에 밤낮없이 둥둥캥캥, 호루락 삣죽(하면서 세 생원들이 말뚝이와 어울려 한바탕 양반출을 벌인다) 말뚝이 : 쉬, 시앤님! 생원님 : 웨야! 오냐! 옹새원 : 웨야! 차생원 : 웨야! 생원님 : (옹생원, 차새원을 향하여) 시끄럽다 이자식들! 말뚝이 : 여보 새안님! 그간 춘곤(春困)이 자심(滋甚)한대, 문안이 어떠시오? 생원님 : 나는 그간 무사하다마는, 너는 잘 있느냐? 말뚝이 : 새안님을 이별한지 어언간 팔년이라. 상하는 다를망정 정의(情誼)야 다르리까? 새안님을 차지려고, 상탕(上湯)에 모욕하고, 중탕(中湯)에 손발씻고, 칠일 재계하고 불전에 발원하야 정성을 디린후에, 일 원산(元山), 이 경기(京畿), 삼 푸주(浦州), 사 남해(南海), 오 강해(江華), 두루두루 다니도 새안님 없습디다. 생원님 : 네가 정녕 나을 차질랴고, 상탕에 목욕하고, 중탕에 손발씻고, 칠일 재계하고 불전에 발원하야 정성을 디린 후에, 일 원산, 이 겡긔, 삼 푸주, 사 남해, 오 강해 두루 두루 다닛단 말이냐? 그랬단 말이냐? 말뚝이 : 옳소이다. 새안님을 자질랴고, 죽장(竹杖) 짚고, 망혜(芒鞋) 신고, 천리강산 두루 다녀, 한 곳을 당도하니, 이는 촉중(蜀中) 금각산(金角山)일러라. 무심한 잔나비는 월하에 슬피 울고, 잔잔한 강수는 무심히 흘러갈제, 이때는 어느 때뇨, 삼춘화류(三春花柳) 번화시(繁華時)라. 초목군생(초목(草木) 군생(群生)은 물개유자락(物皆有自樂)인데, 한 번 놀고 갈가부다. 둥둥 캥캥.(북 장구 따위 사물 풍악에 맞추어 모두 함께 덧뵈기 춤을 춘다) 말뚝이 : 쉬, 새안님! 세 생원 모두 : 웨야! 말뚝이 : 그곳을 배반(背反)하고, 한 곳을 당도(當到)하니, 이는 곧 평양일러라. 연광정(練光亭) 섭적 올라, 사방을 살펴보니, 글 한 귀 붙였으되, 정성일면 용용수(長成一面 溶溶水)요, 대야동두 점점산(大野東頭 點點山)이라. 서정(西亭)은 강사월(江上月)이요, 동각(東角)은 설중매니, 세사(世事)는 금삼척(琴三尺)이요, 생애(生涯)는 주일배(酒一盃)라. 적성(赤星)에 영조일(映朝日)이요, 유수(流水)에 요춘풍(搖春風)을. 응천상지삼광(應天上之三光), 비인간지오복(備人間之五福)이로다. 생원님이 지어붙인 글이지요? 세 생원 모두: (대답을 못하고 서로 쳐다보며 어리둥절하다가 엉겁결에) 오, 오냐-! 생원님 : 장성일면 용용수(長城一面 溶溶水)요 대야동두 점점산이 응천상지삼광이요 비인간지오복이라! 말뚝이 : 생원님 내말 듣소, 그곳을 배반하고 경기도 올라서서 남태령 얼른 지나 영추문 무악재 섭적 올라, 장안 풍경 바라보니, 인왕삼각은 호거용반지세로 북극을 고와 있고, 한수동남은 여천지무궁이로다. 좌룡은 낙산이요 우호는 인왕이라, 서색은 반공하여 상궁에 이르렀고 숙기는 종영하여 인걸을 빚었구나. 미재라 아동방 산하지고여! 성대태평 의관 문물 만만세지 금탕이라, 동각에 한매화는 미인태를 띠어 있고, 서린에 도리화는 창부색을 갖아있다. 남산에 푸른솔은 장부절이 늠름하고, 금당에 부용화는 정절행을 지켰구나. 안상수야 야유랑은 삼삼오오 답청래요, 자맥동풍 가무녀는 요지홍루 시첩가라 생원님 : 옹생원 느 어매 집이다 옹생원 : 차생원 네 어미 집이다 말뚝이 : 새안님 자치신도 왔삽기로, 이내 말뚝이 모주(牟酒) 한 잔 사서 먹고 둥둥 캥캥! (굿거리 장단에 맞추어 말뚝이가 춤을 추는 바람에 영문도 모르는 세 생원들도 신이 나서 손부채를 펴서 들고 한바탕 춤을 춘다.) 생원님 : 쉬, 안상수가 야유랑은 삼삼오오 답청래요, 자맥동풍 가무녀는 요지홍루 시첩가라? 말뚝이 : 어라 새안님! 그곳을 배반하고 한 종로로 썩 나서니, 황금대자로 두렷이 새겼으되, 만병 회춘당이라 하였구나. 이내 말뚝이 터덕터덕 들어가서 자서히 살펴보니 약자이 놓였으되, 인삼, 당귀, 천궁, 작약, 반하, 백목, 형개, 방풍, 후박, 시호, 길경, 계피, 전호, 지각, 천마, 감초, 이놈도 먹고 주고, 저놈도 먹고 죽고, 둥둥 캥캥 (다시 굿거리 장단으로 올려 춤을 한바탕 춘다) 말뚝이 : 쉬, 생원님! 그곳을 배반하고 구리개 병문 들어갈 제, 조고만한 아이녀석 물통전을 받쳐들고, 저기 가는 저 양반아, 이것 사려 저걱 사려, 청당지 홍당지 뚝 떠졌다 낫곡지, 갈미지 빗접지도 안사시려우 하올적에, 이내 말둑이는 전일 생원님 부탁으로 금낭(錦囊) 한 개를 샀지요. 쉬, 생원님 금낭이요.(하며 금낭을 내어 들고 춤추며 마당을 한 바퀴 돈다) 생원님 : 이놈 여봐라. 말뚝아! 금낭이면 무슨 금낭이냐? 말뚝이 : 자주 동방에 금낭이요! 생원님 : 자주동방의 금낭이로구나! 금낭이면 겉만 잡지 누가 안조차 잡으라더냐? 말뚝이 : 이런 네미를 붙고 발기를 갈 양반아 겉 잡을 제 안을 못 잡는단 말인가? (하며 덧뵈기 장단이 울리면서 어리둥절하는 생원들에게 보라는 듯이 금낭을 들고 말뚝이의 춤이 한바탕 벌어진다) 생원님 : 쉬, 이놈 말뚝아, 네놈 말버릇이 고약하다. 내 일쯕이 일 부원군, 이 대장, 사 부윤, 사 육순은 나의 수상의 벗이요, 팔도 방백 각읍 수령은 다 대령시켜놓은 내 수하의 벗이라 다시 그런 말버릇을 할까! 말뚝이 : 일 부원군, 이 대장, 삼 부윤, 사 육순은 나의 수상의 벗이요, 팔도 방백 각읍 수령은 다 대령시킨 수하의 벗이었다? 생원님 : 이놈 여봐라 말뚝아! 내 그뿐 아니라 기교를 한 번 내면, 하늘로 올라가서 대붕을 잡아 번개불에 구워먹고, 지상으로 내려오면 전통 같은 이내 팔둑 차돌 같은 이내 주먹, 춘풍강상에 살얼음 부수듯이 뿌스면 죽는 놈은 네놈니요 사는 양반은 내 아닐까! 말뚝이 : 이런 제미를 붙고 검각 대명을 우줄우줄 갈 양반아, 패공이 입관시에 살인자는 사하고 상인 급도는 치죄하라 하였으니 사람을 죽이고도 무사할까? 생원님 : 너 같은 놈 한 놈 죽였으면, 도삼년 귀양밖에 더 가겠느냐? 말뚝이 : 도삼년 귀양갈 제, 길주 명천 회령 종성 개사리 마포 얼른 넘어, 북명사에 친림하여 자지 돈피 반만 덮고 한가로히 누었다가, 서울 북방우 모퉁이 굽으리 굽신 돌아오면 어떠한 일 미인 소복 단장 정히 하고 월하에 높이 앉아 아이고 아이고 우는 양은 차마 보지 못하겠네라. 옹생원 : 차생원 느 어미다. 차생원 : 옹생원 네 어미다. 말뚝이 : 쉬, 노마님은 웃도장 문앞에서 화활신 벗고, 요내 말뚝이는 아랫도장 문앞에서 화활신 벗고, 거불렁 겁죽 둥둥 캥캥 (정절꿍이 반주에 한바탕 춤을 춘다) 옹생원 : 쉬 잘되었다! 차생원 : 참 잘되었다. 양반의 집구석 잘 되었어. 말뚝이 : 쉬, 여보 새안님 내말 들으소. 남대문 밖 썩 내다라 칠패팔패 배다리 건너, 동적 이를 얼른 지나 미륵당에 잠간 쉬어, 남태령을 섭적올라 수원향교 진의 외영, 충청도를 들어서서 공주 금강 구경하고, 전라도로 들어서서 백운산을 구경한 뒤, 노구 바위 얼른 지나 남원 둘러 운봉 넘고, 함양 들러 합천 지나 안간역에 중식하고, 광풍에 나비날 듯 펄펄 날아 나려온다. (덧뵈기 장단에 한바탕 춤을 춘다) 말뚝이 : 쉬, 말티재를 섭적 올라 진양 풍경 바래보니, 산상고 높은 집은 공부자의 집이로다. 일육수가 북문이요 이칠화가 남문이라, 삼팔목은 동문이며 사구금이 서문이라. 예행 문물은 좌우에 버러 있고 광풍 제월은 전후에 밝았는데, 장하시다. 대성 공부자의 도덕이 관천이라. (덧뵈기 장단에 다시 생원님들과 더불어 한바탕 춤을 추는데) 말뚝이 : 쉬 수정봉 붉은 안개 조양각을 둘러 있고, 대사지 둘러보니 연엽은 숙어지고, 망경대 굽어드니 학선이 춤을 춘다. 촉석루 올라 서니 고적이 완연한데, 임진계사 국난 중에 충신 절사 충혼인가? 천지보군 삼장사요 강상유객 일고루라. 강변을 나려 가니 만고정절 의기암은 열녀 충절 장하도다. 강탄을 바라보니 일엽편주 저 어옹은 사풍 세우 불수괴라. 상율전 하율전에 녹음은 욱어 있고, 꾀꼬리 벗 부르니 백빈주 갈매기는 오락가락 넘노닐제. 배반이 낭자하야 풍악성이 들리거늘, 이내 말뚝이 덥벅덥벅 들어가서 자세히 살펴보니, 일등 미인 만좌중에 영양공주 난양공주, 진채봉 계섬월이 백능파 적경홍에, 가춘운 심요연까지 팔선녀가 모였구나! 동자야 네 삼현육각 궁굴려 올려라, 한바탕 놀고 갈가부다. 둥둥 캥캥 (이때 팔선녀가 굿거리 장단에 맞추어 춤을 추며 무대에 나타난다. 팔선녀는 모두 녹의 홍상을 입고 희 버선위에 비단신을 신었다. 춤추는 팔선녀에 신명이 돋은 생원들도 말뚝이와 함께 어우러져 흥겨웁게 한바탕 춤을 춘다) 넷째 마당 : 중 놀음 팔선녀와 생원들과 말뚝이가 어우러져 춤을 추고 있을 때에, 황색 굴갓 쓰고 회저포 장삼에 진홍 띠와 검은 가사를 걸치고 목에 염주를 걸고 오른손에 구절죽장 왼손에 단주(短珠)를 들고 회색 다님에 짚신을 신은 <중>이 회색 두루막에 회색 다님하고 황색 고깔 쓰고 왼손에 바리때를 든 <상좌>의 인도를 받아 나와서 팔선녀와 생원들이 어우러져 춤추는 것을 보고 놀란다. 중과 상좌가 함께 어울리지는 못하고 한쪽에서 저들끼리 춤을 추고 있다가, 틈을 보아 중은 상좌를 버려두고 팔선녀 둘에게 수작을 걸면서 함께 마주 춤을 춘다. 가사 장삼도 벗어 놓고, 염주 죽장마저 던져 버리고, 두 선녀와 어우러져 춤이 무르익으면 다른 사람들은 모두 춤추며 물러나고, 남녀 셋만 남아서 정겨웁게 춤춘다. 사라졌던 생원님이 말뚝이를 데리고 등장하여 중과 선녀들이 어우러져 춤추는 광경을 보자 노기가 북받쳐 생원님 : 여봐라 말뚝아- 말뚝이 : 예-이, 올소이다. (장단과 삼현이 그치고, 두 선녀와 중은 놀라서 어쩔 줄 모른다.) 생원님 : 저기 중놈을 잡아 대령하여라.(노장은 도망하여 한쪽 구석에 숨지만, 결국 찾아다니던 말뚝이에게 잡혀서 생원님 앞에 꿀어앉힌다.) 말뚝이 : 중 잡아 대령하였소. 생원님 : 여봐라, 중아. 중 : 예 예. 생원님 : 너 이놈 산골 중심이 정성으로 예불이나 할 일이지 속가에 내려와서 미인을 데리고 희롱하며 춤추는 짓이 웬말이냐. 중 : 네, 지당하신 말씀이나, 소승이 지금 해인사 중으로 의곡사에 볼일이 있어 내려오던 길에 선녀들을 만나 부득이 놀게 되었습니다마는 소승도 본래 일정암 중이옵더니 이정암 가는 길에 가는 길에 삼로 네거리에 사특한 임을 만나 오장에 든 마음을 육도로 풀어내어 칠가사 둘러메고 팔도로 다니면서 구하는 게 미인이라, 이중 저중 허폐 마오. 귀 우에만 중이었지 귀 아래도 중일는가요. 생원님 : (노기가 대발하여) 말뚝아, 저 놈을 엎어놓고 매우 쳐라. 말뚝이 : 예-이. (말뚝이가 매를 치니, 중은 아이고 아이고 신음을 한다. 십장을 마친 뒤에) 생원님 : 이놈 이래도 그런 짓을 다시 할까. 중 : 다시는 아니 하겠습니다. 개과천선하오리다. 생원님 : 중의 근본 닦아서 중생 제도 이루거라. 썩 물러가거라.(중은 매를 맞아 쩔둑거리며 일어서는데, 중모리 가락 장단이 시작되면 다음과 같은 중타령 한 곡조를 부른다.) 중 : (중타령) 못하겠네 못하겠네 중노릇을 못하겠네. 속가로 내려오면 어른을 보아도 인사를 하고 아이를 보아도 허리를 굽히니 허리 요통증 끊일 날 없어서 중노릇을 못하겠네. (중타령이 끝나면서 굿거리 장단에 맞추어 춤추며 퇴장한다.) 다섯째 마당 : 할미 놀음 덧배기 장단에 엉덩이를 있는대로 흔들며 <할미>가 나타난다. 달비로 긴 비녀 찌르고, 옷고름에 큰 가락지 매고, 오른손에 긴 담뱃대 쥐고, 진홍단 속곳에 흰 치마 저고리를 입었으나 허리는 그대로 드러난 채 엉덩춤을 흔들어 추며 장단 맞춰 한바탕 배긴다. 이윽고 춤을 그치면, 담뱃대를 입에 물고 구경꾼들께로 이리저리 다니면서 이마에 손을 얹고 영감(생원님)을 찾는데, 영감은 찾지 못하고 오줌 누는 흉내로 구경꾼을 웃기기도 하고, 몰래 앞에 퍼질고 앉아서 미영을 잣기도 하다가 갑자기 아들 <무시르미>를 부른다. 할미 : 매소롬아-, 야이 매소롬아-! 무시르미가 손님(천연두)을 잘 해서 고와진 얼굴에 의복도 말쑥하게 입고 방정 맞게 대답하며 쫓아나온다. 무시르미 : 예- 할미 : 니 저기 가서 분지 좀 가져 오너라. 오줌을 좀 노야겠다. 무시르미 : 예- (다시 방정맞게 쫓아가서 요강을 들고 와서 할미 앞에 놓는다. 할미가 관중들 앞에서 속것을 내리고 요강에 앉아 오줌을 누는데, 무시르미가 머리를 땅에 박고 밑을 들여다보며) 무시르미 : 옴마, 그 밑에 빨간 그기 뭣고? 할미 : 옛기, 이놈의 자식! 저리 썩 못 비끼나! (오줌을 누고 몸을 흔든 다음) 이 분지 저리 갖다 비워라. (무시르미는 요강을 들고 관중들에게로 다가가서 오줌을 관중들 쪽으로 뿌려버린다.) (할미가 일어나 다시 이마에 손을 얹고 구경꾼들을 둘러보며 ‘영가암-! 영감-!’ 하며 무대를 돌 때에 생원님이 말뚝이를 앞세우고 두 색씨와 함께 춤을 추며 나타나서 ‘할멈! 할멈!’ 하고 부르며 찾아 다닌다. 마침내 할미와 생원님이 서로 엉덩이를 부딪치며 만난다.) 생원님 : 아니고, 할맘! 할미 : 아이고, 영감! (서로 반가워 부등켜 안고 어쩔 줄 모른다.) 할미 : (영감의 허리를 두 팔로 부둥켜 안고) 아이고, 아이고! (하면서 빙빙 돌다가 영감의 몰골을 보고는) 날 마다하고 가산팔아 나가더니, 개가죽 감투가 우짠 일고! 날 버리고 나갈 때에 호기 좋게 타고 나간 서산(西産) 나귀는 어데 두고, 노란 강생이가 우짠 일이고! (하면서 노기가 만면이다.) 생원님 : 할마암! 할맘! 그런 말 하지 마라. 내가 요번에 하늘로 올라가서 영양공주 난양공주를 데리고 안 왔나! 상면(相面)이나 한 번 해봐라! (하면서 할멈을 데리고 춤추며 색씨들에게로 간다.) (할미가 담뱃대를 손에 쥐고 화가 잔뜩 나서 생원님을 힐끗힐끗 흘겨보며 따라가서, 이윽고 저쪽에 돌아서서 교태있게 가벼운 춤을 추고 있는 색씨들에게 다가가서는 주변을 한 바퀴 빙빙 돌더니, 갑자기 용모 싸움에서 질 수 없다는 생각이 났던지 돌아 앉아 얼굴 단장을 새로 하고는...) 할미 : (한 색씨의 뒤로 가서 등을 손가락으로 쿡 찌르며) 네 요년, 네이름이 뭣고? 영양공주 : (부끄러운 듯이 고개를 숙이며) 영양공주예요! (하면서 춤은 그치지 않는다.) 할미 : (다른 하나에게로 가서 또 그렇게) 네 이름은 뭣고? 난양공주 : (부끄러운 듯이 고래를 숙이며) 난양공주예요! (하며 춤을 그치지 않는다.) 할미 : (잠시 분을 참는 듯하더니 갑자기) 잇년드을! 남의 영감을 빼앗아? 오늘 내랑 사생결단을 한 분 해보자! (덤벼들어 마구 때린다.) 색씨들 : (생원님 뒤로 달아나 숨으면서) 아이고, 영감! 사람 살려주시오! (화가 치민 생원님이 할미에게 달려들어 때리다가 발로 차서 넘어뜨리자, 할미가 그만 기절을 하고 말았다. 그제야 놀란 생원님이) 생원님 : 어이쿠, 이거 우리 할망구 죽어삐린 거 아이가? 무시름아! 무시르미 : 예- (다시 방정스러운 몸짓으로 달려온다.) 생원님 : 이거, 느 오매가 죽것다. 어서 가 이원(醫員)을 좀 불러 오이라. 무시르미 : 예-. (하면서 악사 쪽으로 가서) 이원! 이원! (하고 부르다가 악사 가운데로 가서 의원을 이끌고 나온다.) (흰 두루마기에 갓을 쓴 <의원>이 할미에게로 가서, 할미의 손목을 잡고 진맥을 하더니, 주머니에서 침을 꺼내 할미에게 놓는다. 그래도 할미는 살아나지 않는다.) 의원 : 죽은 사람에게 침을 놓으니 무슨 소용이 있나! (하면서 침을 챙겨 사라진다.) 생원님 : 아이구 우짜꼬? 큰 일 났네! 아이고, 무시름아-! 무시르미 : 예- (다시 방정스러운 몸짓으로 달려온다.) 생원님 : 봉사를 불러다 경(經)을 읽히야것다! 가서 봉사 좀 불러 오이라. 무시르미 : 예- (하고는 악사 쪽으로 가서) 봉사! 봉사! (하고 부른다.) 봉사 : (목소리만으로) 와 찾소? 무시르미 : 지금 우리 오매가 다 죽어갑니더. 어서 와서 경을 좀 읽어 주이소. (머리에 흰 수건을 동여 매고, 그 위에 탕건없는 맨 갓을 데롱데롱 매달아 쓰고, 왼손에 북을 들고, 바른손에 지팡이를 짚고, 더듬거리는 <봉사>를 악사 뒤에서 무시르미가 끌고 나온다. 마음이 급해서 끌어당기는 무시르미와 앞이 보이지 않아 허둥거리는 봉사가 넘어져 할미 앞에 간신히 나와 앉아서 경을 읽는다.) 봉사경 : “북두규진 중천대신 성조조왕님과 제석삼신왕님 전에 지성 발원하나이다. 강선달댁 전주이씨 부인이 우연 득병하야 생사미판이오니 어여삐 여기시어 낫게 하여 주옵소서. 경상남도 진주시 강선달댁 이씨부인, 신운이 불길하야 우연 득병하오시니, 삼위 택백(三危太白) 오방 신장 님네, 널리 굽어 살피시사, 씻은 듯이 낫게 하여 주옵소사.” (독경을 하여도 효험이 없자, 봉사는 일어나서 나간다.) 봉사 : 아이구, 안 되것소. 나는 그만 갑니다. (왼손에 북, 오른손에 지팡이를 짚고 더듬거리며 나간다.) 생원님이 할미를 흔들어 보아도 일어나지 않으므로 넋을 빼앗긴 채 있으니 옹생원이 다가와서 옹생원 : 옛말에 선치방 후치약(先治方後治療)이라 했으니, 무당을 불러다가 굿을 한번 하여 보세. 말뚝이 : 제가 무당을 청해 오겠습니다.(하고 나갈 때에 생원님과 할미만 남기고 모든 사람들이 퇴장한다.) (말뚝이가 북과 징, 꽹과리 따위 무구(巫具)를 할미 곁으로 가져오면, <무당>이 무복(巫服)을 갖추어 입고 따라와서 오구굿을 벌인다. 악사들이 북과 징과 꽹과리로 박수 노릇을 하고, 무시르미도 대잡이로 나왔다.) 무당 : 임금공심 절하주요 남산은 본이로다. 조선은 국이로다. 팔만은 사도세계 나래도랑 열두나래. 국도 열두국이로다. 쉬…… 제국이야 진주는 목사도이. 서천국 사바세계 해동조선 경상우도 관은 진주시 관이더니. 어열신 금일망제 사자없는 죽음이야. 급살맞은 죽음이야. 원통하고 절통한 죽음이야. 경을 읽는다고 살것나 침을 맞는다고 살것나. 원통한 이 망자를 맺힌 고를 풀어보자. 아이고 야속한 이 영감아. 요법사 이 망자를 보아하니 사방살 오방살을 풀어야 살아나것는데…… 우리 한번 살귀 살신을 풀어봅시다…… 어라 만수 어라 대신이야, 액을 소멸하고 수를 막아 소멸하고, 어느 날이 액날이고 어느날이 수달인고, 사람의 몸은 하나인데 살은 육십네살이라, 머리 위에 종근살, 머리 밑에 두평살, 얼굴에 기상살, 손에 육갑살, 발에 나양살, 살귀 살신을 막아 맺힌 고를 풀어보고 맺힌 한을 풀어가자…… 어허 세상 나서 이리 기막힌 데가 있나. 영감아 네 화상이나 한번 쳐다보자. 날로 이리 괄시하고 이리 가슴에 한이 맺히거로 만들었나…… (오구굿이 한창 고조되었을 때에 할미가 사지를 움직이면서 소생하자 생원님이 좋아라고 얼시구 굿판에 나와 무당과 어우러져 춤을 추면서) 생원님 : 동네 사람들아-, 죽었던 우리 할망구가 살아났네-, 얼씨구 절씨구, 이럴 수도 다 있는가! (옹생원·차생원과 무시르미도 즐거운 춤바탕에 어우러지고, 장단은 무정적꿍이로 바뀌면서 퇴장하였던 사람들이 팔선녀를 앞세워 모두 나와서는 마지막 춤판이 흥겨웁게 벌어진다.)
연계정보
· 관련도서 <韓國民俗考>, 宋錫夏, 日新社, 1959 <오광대와 들놀음>, 정상박, 집문당, 1986 <우리나라 민속놀이>, 沈雨晟, 東文選, 1996 <진주오광대>, 진주오광대보존회, 2002 · 관련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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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방신장 : 동서남북중앙을 관장하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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