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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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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도 나누고 정도 나누는 경기도 퇴촌면 달팽이 생활문화장터. 웃고 떠들다보면 금세 친구가 되고 이웃이 된다.


물건도 나누고 정도 나누는 경기도 퇴촌면 달팽이 생활문화장터.

웃고 떠들다보면 금세 친구가 되고 이웃이 된다.

 

 

이웃사촌이란 말은 어느새 국어사전에나 등장하는 옛말이 됐다. 담이 점점 높아져 벽이 되고, ‘우리’가 아닌 ‘나’와 ‘너’에 익숙해진 탓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같은 울타리에 사는 이들과의 소통은 절실하기 마련. 가을 하늘이 그림처럼 걸린 오후에 달팽이 생활문화장터에서 신(新) 이웃사촌을 만났다.

 

있을 건 다 있고 없을 건 없답니다

 

장터 입구 군고구마통에서 김이 피어오른다. 고구마를 굽던 이는 그 고소하고 달콤한 냄새보다 더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는 손바닥 한가득 방금 구운 잣을 쥐어준다. “재미있게 놀다가라”는 당부가 따라붙는다.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오늘은 이곳 퇴촌과 남종면 주민이 중심이 된 생활문화장터가 열리는 날이다. 파는 이도 사는 이도 대부분 지역주민으로, 장터를 가득 메운 품목에 특별한 제약이 없다. 군침 도는 먹을거리부터 지역생산물, 입던 옷가지, 각종 소품과 학용품까지 다양하다.

 

"이 머리핀은 딸과 직접 만든 거예요. 100% 핸드메이드죠. 후회 안하실 거예요."

 

아들과 함께 판매자로 장터에 나온 김미애 씨. 아이들의 온기가 스며 있는 옷과 신발, 액세서리들이 정겹다. 게다가 천 원, 이천 원, 가격도 착하다.

아들과 함께 판매자로 장터에 나온 김미애 씨.

아이들의 온기가 스며 있는 옷과 신발, 액세서리들이 정겹다. 게다가 천 원, 이천 원, 가격도 착하다.

 

아들과 함께 판매자로 나선 김미애 씨는 머리핀과 신발·의류등을 내놓았다. 모두 아이들이 어렸을 때 입고 쓰던 것들로 가격도 천 원, 이천 원 안팎이다. 다른 판매대도 마찬가지다. 타로 카드 점도, 네일아트도, 맛이 일품인 각종 꼬치까지 모두 이천 원 내외다. 달팽이 생활문화장터는 수익보다 주민이 함께 모여 먹을거리와 즐길거리를 나누는, 목적이 있는 소박한 축제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모두가 주인이고 모두가 손님이 되는 날 인 셈.

 

사정이 이렇다 보니 조금 전까지 옷을 판매하던 이가 옆자리에서 장난감을 사고, 학용품을 팔던 아이가 꼬치구이 앞에 줄을 선다. 친구들과 나눠 먹으라며 공짜로 얹어주는 인심도 후하다. 퇴촌에 터를 잡고 예술활동을 펼치는 이들이 모여 만든 ‘퇴촌공작단’은 장터가 열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요리사로 변신한다. 목공이며 음악·건축 등이 본업인 사람들이지만, 이 날만은 꼬치를 굽고 직접 내린 더치커피를 판매하며 지역축제를 즐긴다.

 

“재미있잖아요. 모두가 이웃인데, 이렇게 만나면 새롭기도 하고 인연을 맺기도 하고요. 삭막한 도시가 아닌 정다운 마을 느낌이 물씬 나죠. 주말에 집에 있기보다 함께 즐기다 보면 활력도 생기고 무엇보다 우리 지역에 관심과 애착도 커지고요.”- 김미애 씨

 

비단 어른뿐이 아니다. 판매자로 나선 초등학생들도 신이 났다. 다 읽은 책이며 쓰다 만 학용품, 작아서 신지 못하는 운동화등을 내놓고 흥정도 하고 덤도 준다. 거리낌 없이 웃고 이야기를 건네는 사이, 세대 차이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삼대가 행복한 지역 네트워크

 

달팽이 생활문화장터에서는 오직 ‘달팽이’가 그려진 돈으로만 물건을 살 수 있다.

달팽이 생활문화장터에서는 오직 ‘달팽이’가 그려진 돈으로만 물건을 살 수 있다.

 

지역주민들의 공동체 의식 함양과 함께 만들어가는 세대 공감. 달팽이 생활문화장터는 어쩌면 그 목표를 가장 이상적으로 완성해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퇴촌남종생활문화네트워크 이상우 사무국장이 ‘3대가 함께 어울려 사는 평화마을’을 모토로 적극적인 지역활동을 벌이는 이유다. 다행히 생각보다 훨씬 많은 이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마음을 나누고 함께하는 일에 뜻을 모았다. 


"어느 집에 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 알았던 시대까지는 아니더라도 서로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말 그대로 하나의 네트워크를 만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돈독한 공동체 의식 속에서 우리 아이들도 바르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죠." - 퇴촌남종생활문화네트워크 이상우 사무국장

 

달팽이 생활문화장터뿐이 아니다. 지역 내 청소년들이 직접 느끼고 부딪히는 문제를 마을에서 함께 이해하고 풀어보기 위한 ‘청소년 평화영화제’ 개최, 지역주민들의 생활뉴스와 동아리활동등을 소개하는 지역신문 <달팽이 신문> 발행, 지역소식을 전하는 팟캐스트 방송에 이르기까지 생활문화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활동이 굵직한 것만 여럿이다.

 

특히 청소년 평화영화제는 한 편의 영화를 만들기까지 워크숍, 평화캠프, 평론학교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해 아카데미 형태를 띠고 있다. 학교뿐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까지 번지는 교내 폭력, 과도한 성적 지상주의 등의 문제를 학생들의 시선으로 함께 고민하다 보면 자연히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고. 격월간으로 발행하는 <달팽이 신문> 또한 여러 변화를 모색 중이다. 오프라인의 한계가 있다 보니 온라인 등 접근성이 용이한 채널을 다양하게 확보하려 한다. 

 

서로의 재능을 나누는 기분 좋은 선순환

 

장터 한쪽에서 판매에 나서지 않은 아이들은 장난감과 함께 놀이 삼매경이다. 이 또한 달팽이 생활문화장터의 소중한 풍경이다.

장터 한쪽에서 판매에 나서지 않은 아이들은 장난감과 함께 놀이 삼매경이다.

이 또한 달팽이 생활문화장터의 소중한 풍경이다.

 

"3년간 참 많은 분이 함께하고 도와주셨어요. 하지만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죠. 달팽이 생활문화장터도 그렇지만 모든 활동이 수익을 우선하지 않습니다. 서로가 즐겁게 만나 함께하고 나눈다는 데 의의가 크죠. 장터는 조금이나마 수익이 발생하면 전액 지역청소년센터 건립 기금으로 기부하고요. 앞으로 주민들이 더 재미있게 즐기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 실질적으로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자합니다." - 퇴촌남종생활문화네트워크 이상우 사무국장 

 

물론이다. 그러다 보면 참신한 아이디어도 모아지고, 지금껏 그래 온 것처럼 서로의 재능을 나누며 기분 좋은 선순환이 이루어질 터다.

오후 4시, 장터가 마무리될 즈음 지역주민이 주축이 된 ‘버스킹 공연’이 시작됐다. 아이들의 시에 멜로디를 붙인 동요 메들리는 소박하고 따뜻했다.

오후 4시, 장터가 마무리될 즈음 지역주민이 주축이 된 ‘버스킹 공연’이 시작됐다.

아이들의 시에 멜로디를 붙인 동요 메들리는 소박하고 따뜻했다.
 

오후 4시, 장터가 마무리될 즈음 지역주민이 주축이 된 ‘버스킹 공연’이 시작됐다. 아이들의 시에 멜로디를 붙인 동요 메들리는 소박하고 따뜻했다. “딱지가 홀딱 넘어갈 때, 나는 내가 넘어가는 줄 알았다”는 가사에 사람들의 웃음이 꽃처럼 환하게 터진다. 조금 느리게 가더라도 끝내 자신의 길을 가는 달팽이. 같은 가치를 꿈꾸며 천천히 함께 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는 이름처럼 이곳 퇴촌면과 남종면을 아우르는 이웃들은 느리지만 즐겁게 동행하고 있다.


배움과 나눔이 있는 장터 전규만 최소윤과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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