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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느끼는 옛 선현들의 발자취

문화포털 기자단 2015-11-23
서울에서 느끼는 옛 선현들의 발자취

서울에서 느끼는 옛 선현들의 발자취
- 양천향교부터 궁산근린공원까지 -

 

 

가을날 새파랗게 퍼져있는 햇살이 보일 때면 문득 야외로 나가고 싶은 순간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덧 제법 차가운 바람이 나부끼며 가을도 끝자락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떠나가는 가을을 보내기 아쉬운 이맘때, 서울 도심으로 나가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이곳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서울의 지하철 노선도를 자세히 보면 유난히 눈길을 끄는 역이 있습니다. 바로 9호선의 ‘양천향교역’인데요. 역의 명칭은 역사 주변에 양천향교가 있어 이름 지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이곳 주변은 조선시대 ‘양천현(陽川縣)’이라 불리던 곳이었습니다. 현아의 모습은 온대 간 데 없으나, 양천향교부터 뒷산 궁산(宮山)까지의 이어진 길에서 그 흔적을 엿볼 수 있습니다. 가까이 도심 근처에서 자연과 문화까지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1. 서울의 유일한 향교, ‘양천향교(陽川鄕校)’ 

 

양천현아가 있던 자리와 향교 입구 ⓒ 문화포털 기자단 장명선

 

양천현아가 있던 자리와 향교 입구 ⓒ 문화포털 기자단 장명선

 

 

양천향교역 1번 출구로 나와서 보이는 첫 골목으로 걷다 보면 ‘양천현아지’라는 이정표가 보입니다. 이곳을 지나 오른쪽 길을 따라가면 양천향교가 있습니다. 일반 주택가 틈새에 위치해있는 덕에 향교 주변은 상당히 한적합니다. 게다가 향교의 규모도 아담한 편이어서 쉽게 눈에 띄지 않습니다. 커다란 홍살문에 이르러서야 마침내 향교의 모습이 보입니다.
 
향교는 조선시대 지방의 군현(郡縣) 단위로 설립되어 관료를 양성하던 국립교육기관이었습니다. 오늘날 기준으로 향교는 국립 중학교인 셈입니다. 이곳에서는 인재를 양성하고 옛 성현을 향한 제사를 지냈습니다. 양천향교는 1411년에 창건된 것으로, 오랫동안 양천현의 향교이자 김포군의 향교였습니다. 그러다 1963년 행정구역 변경으로 이 일대가 서울시의 땅으로 편입되면서 양천향교(서울시 기념물 제8호)는 서울시의 유일한 향교가 되었습니다. 

 

 

양천향교의 이모저모(왼쪽부터 명륜당, 동재, 내삼문) ⓒ 문화포털 기자단 장명선

 

천향교의 이모저모(왼쪽부터 명륜당, 동재, 내삼문) ⓒ 문화포털 기자단 장명선

 

 

향교의 건물은 노후로 인해 1981년에 전면 복원 후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남아있습니다. 건물 구조는 강학 공간(학문을 닦고 연구하는 공간)이 앞에 오고 그 뒤에 제향 공간이 있는 구조입니다. 유교 경전을 학습하던 공간인 명륜당, 제향 공간(제사를 지내는 공간)인 대성전과 전묘청, 지금의 기숙사에 해당하는 동재와 서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현재 대성전에서 오성(五聖)과 송조 4현, 우리나라 18현(十八賢)의 위패를 봉안하고 매년 봄과 가을(음력 2월과 8월 상정일)에 석전(釋奠, 공자에게 지내는 제사)을 지냅니다. 또한 양천향교는 현재 지역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명륜당은 성인과 초,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문과 서예, 사군자를 가르치는 전통문화체험교육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입구 앞의 전통문화마당에서는 수시로 문화공연이 있습니다.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이어서 향교 주변을 거니는 데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을 내딛는 순간마다 고즈넉한 가을 향기와 풍경에 매료되어 잠시 머물다가 가게 됩니다. 입구 왼편에 놓인 비석마저 한적한 가을 분위기를 더해줍니다.

 

 


2. 겸재 정선의 향기를 찾아서, ‘겸재정선미술관’

 

향교에서 5분 이내의 거리에 ‘겸재정선미술관’이 있습니다. 겸재 정선(鄭敾, 1676~1759)은 1740년부터 1745년까지 양천현의 현령으로 부임해있는 동안 <경교명승첩>, <양천팔경첩>과 같은 뛰어난 걸작을 남겼습니다. 당시 그는 절정의 진경산수 작품들을 남겼습니다. 그를 추억하듯 양천현아지(陽川縣衙址) 인근에 ‘겸재정선미술관’이 있습니다.  

 

* 양천현아지 : 양천이라는 고을의 관아가 있던 곳으로, 중앙의 종해헌을 비롯해 그 동쪽에는 객사(客舍)인 파릉관, 북쪽의 향교, 남쪽의 아전들이 있는 길청 등이 있었다고 전해짐

 

*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畵) : 조선 후기(1700∼1850년)에 유행한 회화 양식으로, 우리나라 산천을 소재로 그린 산수화

 

 

겸재정선미술관 입구 ⓒ 문화포털 기자단 장명선

 

겸재정선미술관 입구 ⓒ 문화포털 기자단 장명선

 

 

미술관의 전시는 1층부터 3층까지 이뤄져 있습니다. 먼저 1층 ‘양천현아실’에서는 강서구의 과거와 현재를 모형과 사진 및 그림 자료를 통해 조망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2층의 ‘겸재정선기념실’에는 정선의 생애와 그의 작품세계를 실물과 영상을 통해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정선의 그림과 현재 한강의 모습을 대조시킨 공간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때도 강물 따라 아름다운 풍경에서 왜 그토록 정선이 서울과 한강을 많이 그리고자 했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겸재정선미술관의 이모저모 ⓒ 문화포털 기자단 장명선

겸재정선미술관의 이모저모 ⓒ 문화포털 기자단 장명선

 

 

전시실 끝자락에는 정선과 정선 화풍을 계승한 화가들의 작품을 실물로 전시한 ‘원화전시실’이 있습니다. 잘 알려진 작품 외에도 그가 그린 동물화(다람쥐와 쥐 그림)도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한편, 이 멋진 그림을 눈으로만 봐서는 아쉬울 것 같습니다. ‘진경문화체험실’에는 아이와 어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코너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정선의 그림을 탁본으로 찍어 완성하는 ‘겸재 탁본 꾸미기’부터 모니터 터치와 서예 도구를 활용해 그리는 ‘진경산수화 그려보기’등 다양하게 체험해볼 수 있습니다.  

 

전시실에 적힌 ‘정선의 진경산수화는 현대적으로 계승되어 새롭게 발전시켜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이다.’란 문구가 꽤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그의 예술작품을 보고 나니 한결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이번 가을 정선 미술관에 들린다면, 충분히 운치 있는 가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겸재정선미술관 정보 

- 찾아가는 길 : 9호선 양천향교역 1번 출구→ 도보로 7분
- 관람 시간 : 10:00~17:00(토요일, 일요일)
  ※ 하절기(3월~10월) 화~금요일 : 10:00~18:00
  ※ 동절기(11월~2월) 화~금요일 : 10:00~17:00

- 관람 요금 : 어른 1,000원, 청소년 및 군경 500원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 추석 당일
- 문의 : 02-2659-2206
 

 

 

3. 지붕 없는 역사박물관, 궁산근린공원 

 

전시를 다 보았다면, 맞은편 ‘궁산근린공원’으로 이동해 무르익은 가을을 느껴봅니다. 양천현령 시절 겸재는 이 궁산에서 한강을 내려다보며 여러 편의 그림을 남겼습니다. 그래서 공원의 산책길은 ‘진경산수길’이라고도 불립니다. 이 길을 따라 정상까지 붉게 물든 단풍잎과 푸른 잎사귀 사이로 천천히 걸어가 봅니다.

 

 

궁산근린공원 입구와 산책로 주변 ⓒ문화포털 기자단 장명선

 

궁산근린공원 입구와 산책로 주변 ⓒ문화포털 기자단 장명선

 

 

산의 정상에 오르면 넓은 들판과 함께 ‘양천고성지(사적 제372호)’라고 불리는 유적지가 있습니다. 이정표 없이는 찾기 힘든 이 성은 본래 백제시대 때 돌로 성벽을 둘러 만든 모습이었습니다. 이곳과 관련해서 임진왜란 당시 권율 장군이 이 산성에 머물다가 행주산성에서 대승을 거두었다는 말도 전해집니다. 임진왜란 때는 의병들이 집결했던 장소로, 6.25전쟁 때는 국군이 주둔했던 군사 작전상 중요한 곳이었습니다.

 

 

 

전망대와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풍경 ⓒ 문화포털 기자단

 

전망대와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풍경 ⓒ 문화포털 기자단

 

 

희미한 토성 터에서는 아름다운 한강의 모습을 조망해볼 수 있습니다. 특히 배 모양의 전망대에 올라 맑은 가을날에 훤히 한강과 그 주변을 내려다보는 것도 좋습니다. 마곡 철교로 지하철이 지나가는 모습부터 방화대교 아래로 드넓은 한강 강물의 모습까지 한 편의 그림같이 아름답습니다. 정선이 그렸던 양천현과 한강의 모습도 떠올리며, 가을의 정취를 느껴볼 수 있습니다. 더욱 장관인 장면은 넓은 들판 위에 놓인 억새밭의 모습입니다.  

 

 

정상의 넓은 들판과 성황사의 모습 ⓒ 문화포털 기자단 장명선

 

정상의 넓은 들판과 성황사의 모습 ⓒ 문화포털 기자단 장명선

 

 

정상에서 얼마 내려오지 않아서 ‘성황사’라는 신당이 보입니다. 이곳은 가양동의 마을 수호신인 도당할머니를 모시고 있는 곳입니다. 고려 시대 때부터 이 신을 모셨다고 전해지며, 주민들은 매년 음력 10월 초 하룻날 마을의 번영과 행복을 위해 제를 지내왔습니다. 한편, 공원의 ‘소악루’는 정선과 관련된 일화로 유명합니다. 본래 궁산 동쪽 기슭에 있던 이 누각에서 겸재 정선이 양천현령 재임 시절 그림을 그렸다고 전해집니다. ‘소악후월’이란 작품도 소악루에서 달이 뜨기를 기다리며 그린 작품입니다.  

 

 

정선이 그림 그렸던 소악루

 

정선이 머물며 그림을 그리던 곳, 소악루 ⓒ 문화포털 기자단 장명선

 

 

이 누각에 오르면 인왕산과 관악산이 보이며, 드넓은 한강 줄기까지 잘 보여 그 멋진 광경을 보고자 당대의 이름난 선비들도 종종 찾았다고 전해집니다. 그러나 한강변의 변화가 잇따르자 1994년에 복원된 형태로 현재의 위치에 옮겨왔습니다. 온전히 그림 속 모습을 느끼기란 어렵지만, 여전히 한강 강물을 훤히 내려다보며 편히 쉬다 갈 수 있습니다. 왜 그토록 정선이 이곳에서 그림을 그렸는지 상상이 갈 만큼 제법 운치 있습니다. 이처럼 궁산근린공원 전체가 문화유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번 가을은 이곳에서 가을 분위기를 마음껏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요?

 

 

* 참고 자료
- 겸재정선미술관 : http://gjjs.or.kr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 진경산수화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561999&cid=46660&categoryId=46660
- 문화재청 : 양천향교터, 서울 양천고성지
http://www.cha.go.kr/korea/heritage/search/Culresult_Db_View.jsp?mc=NS_04_03_01&VdkVgwKey=23,00080000,11&ref=naverdic
http://www.cha.go.kr/korea/heritage/search/Culresult_Db_View.jsp?mc=NS_04_03_01&VdkVgwKey=13,03720000,11&flag=Y

 

- 작성자 : 문화포털 기자단 장명선(글) / 정미리(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