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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인터뷰 ⑧] 두 다리로 쓰는 이야기

문화포털 기자단 2015-11-19
[릴레이 인터뷰 ⑧] 두 다리로 쓰는 이야기

 

두 다리로 쓰는 이야기

 


릴레이 인터뷰 ⑧ - 문화포털 기자단 3기 손휘주 기자
2015년 문화포털 기자단 3기 ‘릴레이 인터뷰’입니다.
기자단 3기의 활약상과 각자가 뿜어내는 매력 넘치는 개성을 보실 수 있습니다. 
문화포털 기자단이 궁금하시다면, 이어지는 릴레이 인터뷰를 계속 지켜봐 주세요. 


 
대학에서 학문을 배운다는 것은 매우 멋진 일입니다. 하지만 취업 교육소로 전락한 현실 속에서 온전히 ‘학문’만을 배운다는 것은 어쩌면 판타지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지리학을 전공하는 한 학생은 이러한 판타지를 그 누구보다 현실성 있게 이야기합니다. 바로 문화포털 기자단 손휘주 기자의 이야기입니다. 햇살 좋은 어느 가을날, 아차산에서 그런 그를 만나 함께 등산을 시작했습니다.

 

 

 


손휘주 기자

손휘주 기자의 모습 ⓒ 문화포털 기자단 배승진
 

Q1. 지리학도로 알고 있는데, 지리학이 생소한 사람들을 위해 간단히 소개해준다면?

지리학이란 지구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자연적, 인문적 현상들을 공간적으로 이해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역사학과와 비교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 같아요. 하나의 사건을 시간상으로 분석하는 것이 역사학이라면, 공간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지리학이죠. 그리고 그 내용이 굉장히 광범위한 학문이라 다른 과목 뒤에 ‘지리’를 붙인 경우가 참 많아요. 한국지리, 세계지리, 경제지리 등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고 있는 학문이 지리학인 거죠.

  

Q2. 기사와 SNS를 보면 여행을 많이 가는 것 같던데, 여행을 가는 이유는?

아무래도 부모님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두 분 모두 여행을 많이 좋아하셔서 어렸을 때부터 자주 따라다녔거든요. 그리고 여행을 가실 때 관광지보다는 캠핑이나 등산을 좋아하셔서 저도 자연스레 활동적인 여행에 매력을 느끼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무작정 따라다닌 어린 시절과 달리, 지금은 저의 꿈을 찾기 위해서 여행을 가는 편이에요. 사실 제가 아직 꿈이 없는데, 여행을 가면 많이 배우고 깨닫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답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것 같아요. 물론 아직 답을 찾진 못했지만, 지역마다 배우는 것이 다르고 느끼는 게 많아서 그 매력 때문에 여행을 가고 있어요.



부모님과 함께 여행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 ⓒ 문화포털 기자단 손휘주


Q3. 여행을 할 때 지리학도인 것이 도움이 되는지?

저는 학과를 정하는 기준이 제가 좋아하는 ‘여행에 도움이 되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영문학과를 가서 영어 실력을 키우고 여행을 편하게 다니려고 했어요. 영어가 국제 공용어이다 보니, 영어를 배우면 여행하기에 좋을 거라고 생각했던 거죠. 그런데 비영어권 국가에서는 영어가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오히려 지리학을 배우면 어느 지역을 가게 되어도 쉽게 이해하고 생활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양한 언어, 민족, 종교, 자연환경을 다루는 학문이 지리학이니까요.
 
 

Q4. 그동안의 기사를 보면 청계천, 울릉도/독도 등 모두 '장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본인만의 장소 선정 기준이 있다면? 

두 가지 기준이 있는데요. 먼저 첫 번째 기준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어야 한다는 거예요. 아무래도 기사다 보니 사람들이 바로 알 수 있는 장소가 기사를 읽는 사람들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두 번째 기준은 이 장소를 가지고 제가 가진 ‘정보와 지식을 잘 풀어낼 수 있는가’에요. 그래서 기사 내용도 주로 자연 이야기나 역사이야기가 같이 섞여 있곤 해요.
 
 
Q5. 정보와 지식을 많이 풀어내서인지 습곡과 단층, 조면암질 특성 등 전문용어의 사용이 잦다. 좀 더 쉽게 써줄 수는 없는지?

이런 말 하면 웃으실지도 모르지만 사실 저는 기존에 지리학의 대중화를 외치던 사람들이 말을 너무 어렵게 한다는 것이 불만이었어요. 지리는 역사와 달리 교육의 기반이 부족하기 때문에 최대한 쉬운 말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저도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고 했는데, 이게 생각처럼 쉽지 않더라고요. 습곡과 단층도 이미 초등학교 과정에서 배운 것인데, 사람들의 기억 속에 그 의미가 제대로 남지 않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암기형식으로 교육이 되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저도 점점 지리학의 내용을 줄이고 역사 쪽에 초점을 맞춰 쓰고 있어요. 지리학이 언급되면 어렵게 느껴지더라고요.

 
Q6. 글도 좋지만 특히 사진이 인상 깊다. 언제부터 사진을 찍었는지?

 
사진을 찍는 손휘주 기자의 모습 ⓒ 문화포털 기자단 배승진

사진은 대학교에 와서 찍기 시작했는데요. 지리학과 학생들은 답사를 가거나 하면 사진을 찍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DSLR이 있거든요. 그래서 처음에는 정보를 위한 사진을 많이 찍었어요. 어떻게 하면 이 화강암을 더 잘 보여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찍는 것처럼요. 그런데 그 후 여행을 다니면서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고 인물 사진도 찍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다양한 피사체를 찍다 보니 사진에 자신만의 시각이 담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사진의 매력에 더욱 빠지게 되었어요. 
 
 
Q7. 문화포털 기자단 3기로 활동한 지도 어느덧 8개월이 지났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가 있는지? 

아무래도 박노해 시인의 기사가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아요. 처음으로 여행이 아닌 전시회에 도전했던 기사거든요. 미술작품이나 공연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저도 나름 '문화포털'기자단이니까 한 번쯤은 여행이 아닌 다른 것을 소개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박노해 시인의 사진전을 취재하게 되었는데요. 아무래도 사진은 제가 직접 찍기도 하는 것이라 느끼는 것들이 많더라고요. 그리고 사진이 좋으니까 시인의 문학작품에도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어서 좋았어요. 

* 관련기사
- 박노해 시인의 유랑 : http://culture.go.kr/culture/themeView.do?seq=436

반면, 청계천 기사는 조금 아쉬웠어요. 저는 청계천을 자주 가고 청계천이 도심에서 가장 이야깃거리가 많은 공간 중 하나라고 생각했거든요. 조선 시대를 시작으로 근현대에는 고가도로로 덮이고, 그 후 청계천 복원사업을 통해 다시 아름다운 물줄기가 흐르게 되는 이야기들이요. 그래서 최대한 객관적인 시각으로 청계천을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검수과정에서 많은 수정요청이 들어왔어요. 아무래도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너무 공간철학적인 이야기로 느껴졌던 것 같아요. 그래서 검수요청대로 편집하고 나니 제가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다 전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어요.
* 관련기사
- 청계천과 함께 흐르는 서울의 문화 : http://culture.go.kr/culture/themeView.do?seq=379


Q8. 기자단 활동이 본인의 인생에서 어떤 부분이 될 것 같은지?

스스로 성장했던 시기가 될 것 같아요. 문화포털 기자단은 다른 대외활동에 비해 상당히 긴 기간 동안 진행되고, 하나의 기사를 검수와 편집을 거치며 반복해서 읽게 되는데요. 이러한 검수와 편집의 반복 속에서 스스로 성장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이런 과정이 없으면 제 기사가 어떤지 못 느꼈을 테니까요. 맞춤법부터 글의 흐름까지. 제가 놓친 모든 부분을 세세하게 봐 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Q9. 마침 이 앞에 돌이 있다. 본인을 암석에 비유한다면?


직접 찍은 화강암 사진 ⓒ 문화포털 기자단 손휘주

음.... 대리석 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요. 암석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웃음) 마그마나 화산폭발로 생성된 것들이 굳혀지고 조각들이 생겨 비가 오면 계곡으로 흘러내려 가서 그것이 강, 바다로 운반되는 과정에서 중간에 퇴적이 되잖아요. 그리고 그렇게 층층이 쌓이는 과정에서 위의 압력과 마그마의 열 등으로 인해 새로운 암석(변성암)이 태어나는 거거든요. 그런데 저는 이렇게 태어난 암석 중에서 가장 예쁘고 사람들에게 제일 친숙한 암석이 대리석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건축이나 인테리어에서 자주 쓰이니까요. 그래서 퇴적암처럼 경험을 층층이 쌓아 올리고, 변성암처럼 다양한 변화를 겪고 난 후 대리석이 되고 싶어요. 수많은 변성암 중에서 가장 사랑받고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대리석이요.


Q10. 앞으로의 계획이나 꿈이 있다면?
 
사실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일단은 지리학에 관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 게 꿈이에요. 제가 생각했을 때 지리학의 특징 중 하나는 ‘공간적으로 해석’을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규명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저는 그중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미 환경변화나 기후변화는 일어나고 있는데, 이런 것들은 다 지리학의 주제거든요. 그래서 저는 지리학을 통해 개발과 보전이라는 이분법보다는 공존의 가능성을 스스로 찾아가고, 사람들에게도 제가 찾은 가능성을 알려주고 싶어요. 


산을 오르는 손휘주 기자 ⓒ 문화포털 기자단 배승진

아차산은 287M밖에 되지 않는 산이지만, 이야기하면서 걷다 보니 주어진 시간이 부족해 초입 부근에서 내려와야만 했습니다. 손휘주 기자는 현재 이런 초입 부근에 서 있습니다. 얼마나 올라가야 하는지 예측할 수 없고,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산의 초입. 하지만 그는 이곳에서 자신만의 나침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그는 자신만의 나침반을 가지고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단단한 두 다리로 인생이라는 거대한 산을 오르고 있을 것입니다. 

 

 

 

이어지는 ‘릴레이 인터뷰’는 ‘장수영 기자’입니다. 다음 편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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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문화포털 기자단 배승진(글) / 장수영(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