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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현대미술의 거장들, 서울에 오다

문화포털 기자단 2015-10-15
호주 현대미술의 거장들, 서울에 오다

호주 현대미술의 거장들, 서울에 오다

 

 

가을 하면, 어떤 말들이 떠오르시나요? 흔히들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 독서의 계절, 단풍놀이하기 좋은 계절이라고들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축제가 꽃 피는 계절이기도 하지요. 여기에 하나 더 덧붙이자면, 활발한 교류와 소통을 시도하는 굵직한 기획 전시들이 이어지는 시즌이기도 합니다.

 

지금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는 한국과 호주를 잇는 기발하고 재미난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한국과 호주에서 뉴 미디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14명의 작품들이 선보이는 전시입니다. <뉴 로맨스 New Romance>로 이름 붙은 이 전시에서는 영상, 설치, 퍼포먼스 작품 등 기존 회화 전시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입체적인 작품들이 관람객들과 새로운 소통을 시도합니다.

 

 

 

 



호주 작가 웨이드 메리노우스키, 부르주와 로봇 2 2010 ⓒ 국립현대미술관

 

 

이 전시의 기본 아이디어와 전체 구성은 미국 작가 윌리엄 깁슨(William Gibson)의 소설 <뉴로맨서(Neuromancer)>에서 출발합니다. 1984년에 나온 이 소설은 사이버 공간을 다양하고 생동감 넘치는 이미지로 그려낸 작품으로 우리나라에는 <뉴로맨서(Neuromancer>가 아닌 <뉴 로맨서(New Romancer>로 소개되기도 해 모호한 이미지를 던지기도 했습니다. <뉴 로맨스>전은 전시 공간을 가상세계에 존재하는 공간으로 설정하여 관람객이 이 신세계를 여행하면서 다양한 미지의 생명체와 조우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습니다.

 

뉴로맨서(neuromancer)의 사전적인 의미는 여러 가지 약물, 기기, 특이한 경험 등으로 자신의 뇌나 신경 체계를 조작하는 사람이라는 뜻인데, 전시장을 돌다 보면 왜 이 전시가 뉴로맨서에서 왔는가를 조금은 이해하게 되실 겁니다.

 

 

 

 



호주 작가 스텔락, 익스텐디드 암 2000-2015 ⓒ 국립현대미술관, 문화포털 기자단 김진아


 

오늘날 우리는 예전에는 몰랐던 존재들, 혹은 인간이 직접 합성한 생명체들과 함께 공존해야 하는 문제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때로 그들은 우리 모습을 닮은 기계의 모습이거나, 인간처럼 사고하고 움직이는 로봇이기도 합니다. 또 네트워크 안에서 데이터 상태로 사는 가상의 존재이기도 하고, 생명공학 기술로 합성된 미지의 생명체일 수도 있습니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이러한 존재와 관계 맺는 상황에서 야기되는 윤리적 문제, 불안과 친밀함 등에 대한 질문과 성찰을 진지하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선보입니다. 그러면서 전시 안에서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간극을 좁혀 보기도 합니다. 전시 공간을 돌다 보면, 기이하기도 하고, 연민을 느끼게도 만드는 묘한 존재들과 만나면서 내 안에 들어오는 복잡 미묘한 생각들을 정리해야 하는 시간을 갖게 될지도 모릅니다.

 

 

 

 



호주 작가 패트리샤 피치니니의 작품들 ⓒ 문화포털 기자단 김진아

 

 

페트리샤 피치니니는 페인팅, 비디오, 사운드, 설치, 디지털 프린트, 조각을 아우르는 다양한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그녀는 테크놀로지와 어떻게 그것이 삶에 영향을 끼치는지에 관한 논쟁들을 작품에 적극적으로 투영하고 있는 듯합니다. 특히 몇몇 특정 작품들은 유전자 테라피나 인간 게놈 등의 바이오테크놀로지가 미칠 우려의 메시지를 극명하지만 따듯한 시선으로 담아 표현하기도 합니다.

 


 

 



호주 작가 이안 번즈, 블랜더 2014 ⓒ 문화포털 기자단 김진아

 

 

이안 번즈는 뉴캐슬 출생으로 현재 뉴욕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번즈는 멜버른의 공학도였지만 졸업 후, 뉴캐슬대학과 뉴욕의 헌터 대학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하면서 예술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기계와 빛의 움직임으로 생성되는 키네틱 설치작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70년대 강력한 영향력을 지녔던 영국 펑크 록 밴드인 섹스 피스톨즈의 Pretty Vacant라는 노래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 <블랜더 Blender>를 선보입니다.

 

 

 

 



한국 작가 이기봉, 만년설 2015 ⓒ 문화포털 기자단 김진아

 

 

 



한국 작가 진시영, 뉴 폼 2015 퍼포먼스 ⓒ 문화포털 기자단 김진아

 

 

한국 작가로 참여한 이기봉 작가는 작가가 바라보는 자연을 인공적인 자연으로 재해석한 <만년설>이라는 기계 작품을 선보입니다. 자연에서 발견되는 현상을 프로그램화하여 인공적으로 코딩하고 다시 기계적으로 디코딩하는 이 드로잉 기계는 작가 자신의 손을 본뜬 기계 팔입니다. 기계 팔은 작가를 대신해 전시 기간 내내 작고 흰 원을 천천히 그려나가면서 하얗게 뒤덮이는 화폭을 만들어 나간다고 합니다.

 

한국 작가 진시영의 작품은 길고 좁은 계단에서 펼쳐집니다. 퍼포먼스 영상을 옮겨 놓은 작품은 평평하고 일상적인 벽면이 아닌 깊은 동굴 같은 벽면에서 펼쳐집니다. 좁은 계단으로 이어지는 이중 화면 안에는 인문학, 음악, 디자인, 과학, 기술의 상호 소통의 관계로 이루어진 다원적 작업 영상이 소개됩니다. 이 밖에도 한국과 호주의 작가들이 독특한 시선으로 엮어내는 동시대의 다양한 시선들을 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작품들이 전시장에 가득합니다.

 

 

 

 



호주 작가 레베카 바우만, 오토메이티드 컬러 필드 2011 ⓒ 문화포털 기자단 김진아

 

 

 



호주 작가 헤이든 파울러, 다크 에콜로지 2015 ⓒ 문화포털 기자단 김진아

 

 

2016년 1월 24일까지 국립현대 미술관 서울관에서 이어지는 <뉴 로맨스 New Romance> 전시에는 한국 작가로는 강애란, 이기봉, 이상현, 이소요, 정승, 진시영, 양원빈 등이 참여하고, 호주 작가는 스텔락, 패트리샤 피치니니, 레베카 바우만, 이안 번즈, 헤이든 파울러, 웨이드 메리노우스키 등이 참가합니다.

 

회화 작품이 아닌 뉴 미디어가 주류를 이루는 이번 전시는 두 나라의 작가들을 통해서 현재와 미래의 시대를 함께 바라보고 다양한 관점에서 동시대를 바라보게 만드는 시간과 자리를 만들어 줍니다. 또 이 전시는 2016년 6월 30일부터 약 1개월간 시드니 호주현대미술관에서도 순회 개최될 예정이라고 하니, 한국과 호주 두 나라의 친목 도모에도 크게 기여하는 전시가 되어줄 듯합니다.


 

* 전시 정보
- 전시명 : 2015 한국-호주 국제교류전 <뉴 로맨스>
- 장소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제6전시실
- 기간 : 2015.09.22.(화)~2016.01.24.(일)
- 관람료 : 서울관 관람권 4,000원(문화의날은 무료 관람)
- 공식 홈페이지 : www.mmca.go.kr


* 참고 자료

-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 : www.mmca.go.kr

 



- 작성자 : 문화포털 기자단 김진아(글) / 정미리(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