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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죽일 놈의 형제들, 그들의 이야기

문화포털 기자단 2015-09-24
이 죽일 놈의 형제들, 그들의 이야기

이 죽일 놈의 형제들, 그들의 이야기

- 연극 <트루웨스트>와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 -

 

 


형제. 세상에 이보다 가깝고도 먼 사이가 있을까요? 형은 형이라 참아야 하고 아우는 아우라서 양보해야 하고, 끊임없이 경쟁하는 삶. 어쩌면 그것은 형제의 숙명일지 모릅니다. 연극 <트루웨스트>와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에도 끊임없이 갈등하는 형제들이 등장합니다. 비슷한 듯 다른 두 공연 속 동서양의 형제들. 이들이 가진 공통점과 차이점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형제는 용감했다>의 형제 석봉과 주봉 ⓒ PMC프로덕션

 

 

이야기 속 형제들은 장남에 비해 차남이 공부를 잘하고 착실히(?) 살아왔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트루웨스트>의 형 리는 도둑질을 일삼고 술에 절어 사는 망나니인 반면, 아우 오스틴’은 성공한 할리우드 작가입니다. 그는 어릴 때부터 형에 비해 공부도 잘하고 생활도 착실한 삶을 살아왔습니다. <형제는 용감했다>의 큰아들 석봉은 공부를 못해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여러 사업을 하지만 번번이 실패합니다. 사업 자금은 역시나 부모님이 대주신 것이죠. 작은 아들 주봉은 기껏 대학 보내놨더니 데모를 해서 경찰에게 잡혀갔다 오는 것도 모자라, 갑자기 사랑에 빠진 연상의 여인과 몰래 결혼을 시도합니다. 이들의 부모님 마음에는 하루도 근심이 끊임없을 것 같습니다. 

 

 

 

 

 
<트루웨스트>의 동생 오스틴과 사울 키머 ⓒ PMC프로덕션

 

 

<트루웨스트>의 이야기는 형제의 어머니가 여행을 떠나기 위해 오스틴에게 집을 맡긴 후 그 소식을 알게 된 리가 찾아오면서 시작됩니다. 소원했던 형제 단둘이 재회를 하는데 오스틴은 그다지 반갑지 않습니다. 그는 다음 작품 집필을 위해 집중해서 글을 쓰고 싶은데, 옆에서 형 리가 자꾸 딴소리를 하니 글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애꿎은 종이만 쓰레기통에 수없이 구겨 버려댑니다. 이 방법 저 방법을 쓰며 괴롭히던 형이 별안간 자기도 시나리오를 쓰겠다며, 자기가 만들고 싶은 이야기의 줄거리를 읊어대기 시작합니다. 옆에서 보던 동생은 한심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지켜보지만 말도 안 되는 그 이야기가 형제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주게 됩니다.

 

 

 


 

 
아버지의 장례식에 늦은 석봉과 주봉 ⓒ PMC프로덕션

 

 

<형제는 용감했다>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형제가 집에서 오랜만에 만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음에도 불구하고 두 형제는 장례식에 늦게 도착하는 만행을 저지르는데요. 보통 집안도 아닌 종갓집 자식들이 이러고 있으니 미리 기다리고 있던 친척들이 석봉이를 ‘썩을 x’ 주봉이를 ‘죽일 x’이라 칭하며 분노의 노래를 부르는 것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런 불효에도는 이유가 있습니다. 형제는 아버지 춘배를 미워하며 자랐기 때문입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전화해 아버지가 자신의 틀니를 버렸다고 얼른 집에 오라며 아이처럼 보채곤 했습니다. 심지어 아버지는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에도 그 이유를 자식들에게 알려주지 않습니다. 이러니 형제의 원망은 결국 증오로 남아버린 것입니다.

 

이야기에는 형제들의 싸움을 부추기는 인물이 한 명씩 존재합니다. 바로 <트루웨스트>의 사울 키머와 <형제는 용감했다>의 오로라입니다. 사울 키머는 할리우드의 프로듀서로 이미 동생인 오스틴의 시나리오로 영화를 만들었던 사람입니다. 사울 키머는 오스틴과 다음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그의 집에 들렀다가, 형 리가 그 자리에서 대충 만든 시놉시스만 듣고는 굉장한 관심을 보이게 됩니다. 급기야 오스틴의 이야기가 아닌 리가 만든 ‘트루웨스트’라는 이야기로 계약하기를 원하게 됩니다.

 

 

 

 


석봉과 주봉을 유혹하는 묘령의 여인 오로라 ⓒ PMC프로덕션

 

 

<형제는 용감했다>의 오로라는 아버지 춘배가 의뢰한 법률사무소의 직원으로 눈부시게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여인입니다. 그녀는 아버지가 남긴 유언을 전하면서 주봉이와 석봉이 두 형제를 각각 유혹하여 둘 다 자신과 함께 도망가고 싶어 하도록 만듭니다. 형제들은 서로 사울 키머, 혹은 오로라의 선택을 받기 위해 점점 더 격렬하게 싸우는데요. 필요에 따라서는 육탄전도 불사합니다. 집안 물건을 집어던지고, 머리끄덩이를 잡고 싸우는 형과 아우의 갈등 장면에서는 공연장이 떠나가라 웃는 관객들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트루웨스트>(위)와 <형제는 용감했다>(아래) 무대 ⓒ PMC프로덕션

 

 

이 특별한 공연들은 이야기만큼 무대연출도 특별합니다. 우선 <트루웨스트>는 1막 1장에서의 깨끗했던 무대가 어디까지 더러워질 수 있는지 극한의 상황을 보여주는 연출입니다. 어머니가 가꾸던 화초들과 정갈했던 그녀의 집은 시간이 지날수록 맥주와 온갖 쓰레기, 심지어 토스트(?)로 뒤덮입니다. 배우들은 맥주를 마시다가 관객을 향해 뿌리기도 하고, 토스트가 날아다니기도 하기 때문에 공연장 입구에는 ‘맥주를 마시지 않아도 취할 수 있다’는 위트 섞인 경고 문구가 쓰여 있습니다.

 

한편, <형제는 용감했다>의 무대는 한국적인 화려함이 무엇인지를 보여줍니다. 널따란 한옥세트 위에서 형제들의 부모님이 어떻게 결혼하게 되었는지부터 석봉과 주봉이 태어나 출가하는 과정까지 자연스럽게 그려냅니다. 비단 석봉과 주봉 가족의 개인사 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통 종묘제례를 알기 쉽게 풀어 보여주기에 20,30대는 물론 40,50대 관객들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두 극에 나오는 두 쌍의 형제들. 그들은 유산과 시나리오를 차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갈등합니다. 그러나 그 갈등은 단순히 유산과 시나리오 때문만은 아닙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각자 쌓여온 미움과 증오가 이제야 폭발했을 뿐입니다. 부모님의 재산을 축내며 자유로운 영혼처럼 사는 형들과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항상 순위에서 물러난 아우들의 이야기. 비단 이 공연들에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기에, 공연이 끝나면 형인 관객들과 아우인 관객들은 특히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공연입니다. 과연 그들이 간절히 원하던 시나리오와 유산의 주인공은 과연 누가 되었을까요?

 


* 공연 정보

<형제는 용감했다>
- 기간 : 2015년 8월 23일(일)~2015년 11월 8일(일)
- 장소 :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 주최 : PMC프로덕션

 

<트루웨스트>
- 기간 : 2015년 8월 13일(목)~2015년 11월 1일(일)
- 장소 : 대학로 신연아트홀
- 주최 : 악어컴퍼니

 


- 작성자 : 문화포털 기자단 김현정(글) / 정미리(편집)